5분마다 1명씩 발생 ‘뇌졸중’, 환절기에 더 조심해야
글,유성선병원 한호성 뇌졸중센터장 겸 부원장
[쿠키 건강칼럼] 겨울철엔 한파에 혈관이 수축돼 뇌졸중에 취약해지기도 하지만, 봄이 다가오면서 일교차가 큰 환절기일수록 온도차에 적응하지 못한 혈관이 급격하게 수축되면서 뇌졸중 위험도를 높일 수 있다.
갑작스러운 두통이나 어지럼증, 언어장애 등을 겪으며 응급실에 내원한 환자들 중 상당수에서 뇌졸중이 발견된다.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생각하고 쉽게 지나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두통이나 어지럼증이 반복적으로 나타난다면 뇌졸중을 의심해봐야 한다.
국내에서만 5분마다 1명씩 발생하고, 20분마다 1명씩 뇌졸중으로 사망한다. 이는 국내 전체 사망률 중 중 각종 암에 이어 2번째에 해당하며, 단일 장기별 사망률로는 1번째에 해당하는 무서운 질병이다.
뇌졸중의 증상으로는 한쪽 팔다리의 마비감 또는 감각이상, 발음 장애, 언어 장애, 안면 마비, 어지럼증, 심한 두통 등이 있으며, 뇌졸중이 오면 이러한 증상들이 갑자기 발생한다. 한편, 뇌졸중은 시간에 민감한 질병이고 뇌세포는 한 번 손상되면 회복되지 않아 골든타임을 지켜 초기 치료가 이루어지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
◇뇌혈관 터지는 '뇌출혈'과 뇌혈과 막히는 '뇌경색'
뇌졸중(腦卒中(뇌졸중))이란 '뇌'의 기능이 '졸'지에 '중'지된다는 뜻이다. 즉 뇌혈관의 문제로 갑자기 뇌가 역할을 못한다는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정의에 따르면 뇌혈관이 터지거나, 혈전에 의해 뇌혈관이 막혀 산소와 영양분이 공급되지 않아 뇌가 손상되는 질병을 말한다.
뇌졸중엔 뇌혈관이 터지는 뇌출혈과 뇌혈관이 막히는 뇌경색이 있다. 뇌출혈엔 혈압이 높아 고생하는 고혈압성 뇌실질 출혈과 혈관 꽈리 같은 동맥류의 파열로 발생하는 지주막하출혈 등이 있다.
뇌경색은 주로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으로 인한 죽상경화(혈관벽 내부에 콜레스테롤 등이 쌓여 혈관이 좁아지는 질환, 동맥경화)에 의해 뇌혈관이 막히는 경우와 심방세동 등의 심장병에 의해 혈전이 날아가 뇌혈관이 막히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골든타임' 지켜 4시간 30분 전에 병원 도착해야
뇌세포는 한 번 손상되면 회복되지 않기 때문에 초기 치료가 무척 중요하다. 뇌졸중의 급성기 치료엔 '골든타임'이라는 것이 있다. 그만큼 시간에 민감한 질병이다. 뇌경색의 경우 4시간 30분 이내엔 혈전을 녹여주는 정맥 내 혈전 용해제가 투여돼야 하므로 그전에 병원 응급실에 도착해야 한다. 또, 아무리 늦어도 최소 6시간 내엔 막힌 혈관을 뚫어주는 동맥 내 혈전 제거술이 시행돼야 한다.
뇌출혈인 경우 환자의 신경학적 상태, 출혈 부위와 크기에 따라 혈종(기관 및 조직에 출혈된 혈액이 덩어리가 돼 고여 있는 상태) 제거술 등을 고려할 수 있다. 동맥류 파열에 의한 지주막하출혈은 동맥류를 제거하는 수술이나 시술을 할 수 있다.
따라서 앞서 말한 증상들이 갑자기 발생하면 급성기 뇌졸중 치료가 가능한 병원으로 빨리 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나라에도 뇌졸중 환자만을 위한 통합적이고 전문적인 진료 체계를 갖춘 뇌졸중 전문 센터 및 집중치료실이 운영되고 있다. 미국뇌졸중학회 및 대한뇌졸중학회의 표준 진료지침에 입각해 뇌졸중 초기에 보다 집중적인 관찰과 치료를 시행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뇌졸중의 진행과 재발을 막아 환자의 예후를 향상시킬 수 있게 됐다.
◇위험인자 조절로 예방하는 것이 무척 중요
뇌졸중은 무엇보다 예방이 무척 중요한 질병이다. 증상은 갑자기 발생하지만, 그 질병의 근원은 이미 오래전부터 시작된다.
뇌졸중 치료에 있어서 가장 권위 있는 학회인 미국뇌졸중학회에선 최근 뇌졸중 예방을 위한 권고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모든 뇌졸중의 75%는 처음 발생하는 것이며, 뇌졸중 원인의 90%는 10가지 위험인자로 설명된다. 이 위험인자들엔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심장질환, 흡연, 음주, 부적절한 식이, 운동부족, 비만, 스트레스 등이 있다.
다시 말해 이 10가지 위험인자를 조절할 수 있으면 뇌졸중을 90% 막을 수 있다는 뜻이다.
혈압에 대해선 수축기와 이완기의 혈압이 각각 140mmHg과 90mmHg 이하가 되도록 관리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당뇨가 있다면 당 조절이 기본이겠지만, 더 강조하는 것은 철저한 혈압 관리다. 당뇨 외에 다른 위험인자가 같이 있다면 스타틴 계열의 고지혈증 약을 함께 복용하는 것이 좋고, 아스피린 추가 복용을 고려할 수 있다.
고지혈증의 경우 일반적으로 알려진 바와 같이 기름진 음식을 가급적 피하고, 규칙적으로 뛰기, 걷기 등의 유산소운동을 하며 탄수화물의 섭취를 줄이는 것이 기본이다. 뇌졸중과 관련해선 저밀도지방(LDL)이 중요한 위험인자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LDL이 줄어들 때마다 뇌졸중 위험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LDL을 100mg/dL 미만으로 관리하는 것이 좋다.
◇심장질환 있으면 항응고제 투여로 뇌졸중 예방할 수 있어
심장질환은 특히 심방세동이라는 부정맥이 있거나 심부전, 승모판(심장의 좌심방과 좌심실 사이에 있는 판막) 협착이 있는 경우 미리 항응고제를 투여해 뇌졸중을 예방할 수 있다. 특히 최근에는 출혈 등의 약물 부작용을 대폭 개선한 신약이 개발돼 뇌졸중 예방에 크게 도움이 되고 있다.
가슴 두근거림이나 통증, 숨찬 증상 등이 있다면 미리 심장을 검사해 심장질환뿐만 아니라 뇌졸중도 예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흡연은 뇌졸중뿐만 아니라 만병의 근원이다. 금연이 필수다. 음주는 하루 1~2잔 이내의 소량 섭취를 권고한다. 그 이상을 섭취하면 뇌출혈 발생률이 증가하고, 매일 음주할 시엔 발생률이 2배까지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식이에선 제일 강조되는 것이 소금 및 나트륨 섭취다. 나트륨 하루 섭취 권고량은 약 1500㎎인데, 라면 평균 나트륨 용량이 약 1700㎎이다. 라면 하나를 국물까지 모두 먹는 경우 이 기준을 가볍게 넘기게 된다. 건더기만 먹을 때는 소금 섭취량이 약 3분의 1로 줄어든다고 한다.
◇나이와 체력 고려해 유산소 운동 하면 좋아
운동을 할 땐 주 3~4회, 30~40분 정도의 걷기, 뛰기, 자전거, 수영 등의 유산소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각자 나이와 체력 등을 고려해 적당한 유산소 운동을 하면 된다. 비만은 체질량 지수(BMI=체중,㎏/키,㎡)로 말할 수 있다. 체질량지수가 25 이상이면 과체중으로, 30 이상이면 비만으로 판단한다. 따라서 체질량 지수를 25 이하로 유지하는 것이 좋다. 이는 혈압 낮추기에도 좋고 나아가 뇌졸중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스트레스에 대해선 특별한 권고 사항이 없지만 심한 스트레스는 분명히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또한 우울증의 경우엔 의사와 상담해 적절한 치료를 받을 필요가 있다.
매년 한국에서만 10만 명 이상의 뇌졸중 환자가 발생하며, 이 중 절반이 사망하거나 거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는 환자나 가족, 그리고 국가적으로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뇌졸중은 단 한 번의 치료로 완치될 수도 예방할 수도 없다.
꾸준한 자기 관리와 치료가 있어야 뇌졸중을 예방할 수 있다. 따라서 평소 가까운 병원에서 위험 인자 및 질병은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 유사시 갈 수 있는 급성기 뇌졸중 치료 가능 병원을 미리 숙지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쿠키뉴스 송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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