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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ESC] 한 명 혹은 두 명과 부부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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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ESC] 커버스토리 / 다양한 부부 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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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부부로 사는지 묻는다면, 사랑해서 혹은 외롭게 지내고 싶지 않아서라고 답을 할까? 경제활동과 자녀 양육에 가장 유리하고 최적화된 단위가 부부이기 때문이라는 답도 가능하겠다. <에스비에스>(SBS) 다큐멘터리 <나를 향한 빅퀘스천>의 3부 ‘왜 부부로 사는가?’는 배우 장현성과 양희성 부부가 세계 각국, 다양한 형태의 부부를 만나 질문의 다른 답을 찾아간다.

한 명의 남자가 두 명의 여성 ‘파트너’와 함께 사는 캐나다 가정은 상대의 동의하에 둘 이상을 동시에 사랑하는 ‘폴리아모리'(Polyamory. 비독점적 다자간 연애) 형태의 결합을 9년이나 이어왔다. 로스앤젤레스에서 ‘코페어런팅'(Co-Parenting. 공동육아부부) 부부를 만난다. 섹스나 로맨틱한 사랑을 제외하고 양육만을 위해 결합한 형태가 코페어런팅이다. 부모가 되기 적합한 조건을 갖춘 이들이 체외수정으로 아이를 낳고, 오로지 아이만 공동으로 키우고 있었다. 사랑하지만 따로 사는 부부도 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엘에이티’(LAT. Living Apart Together, 따로 떨어져 사는 부부) 부부는 서로에게 집중하기 위해 주말에만 만난다. 법적으로 보호받는 일부일처제 안에서 감정적인 연대와 육체적인 사랑, 자녀 양육 모두를 수행하는 근대 이후의 결혼제도를 다시 낱낱으로 분리해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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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비에스>(SBS) 다큐멘터리 <나를 향한 빅퀘스천>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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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드라마와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익숙해진 ‘졸혼’도 있다. 졸혼의 개념을 처음 제시한 스기야마 유미코의 <졸혼시대: 낡은 결혼을 졸업할 시간>은 1940년대 초반부터 1950년대 중반생인 여섯 쌍의 부부가 서로 거리와 영역을 인정하면서 맞이한 결혼의 새로운 국면을 짚어간다. 사례로 등장하는 부부들은 ‘부부 일심동체’의 굴레를 다방면으로 벗어난 이들이다. 부부가 따로 사는가 하면, 법적인 혼인을 거부하는 형태도 있고, 같이 살면서 취미와 관심사를 철저하게 분리하기도 한다. 시어머니를 병간호하기 위해 남편과 떨어져 살기 시작한 아내가 지역 공동체를 통해 인맥을 넓혀간 결과, 현의원 당선에까지 이르는 사례 등을 평범하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남편의 사회적 성공을 지켜보는 아내가 자신의 자아실현 욕구를 해소하지 못해 오래 괴로워했던 사연처럼, 남들 보기엔 화목하고 대화를 자주 하는 부부들도 이해나 배려로 메울 수 없는 골이 있다는 점은 작가가 부부 각각을 번갈아 가며 인터뷰하는 과정에서 선명하게 드러난다.

갈등을 겪은 부부가 따로 산다면 별거와 무슨 차이가 있을까? 별거가 다시 합치거나 이혼으로 치닫는 중간 과정으로 여겨지는 것과 달리, 졸혼은 결혼을 지속하는 해결책으로 제시된다. 어쩌면 졸혼은 별거라는 부정적인 뉘앙스의 단어가 다 담아내지 못하던 다양한 부부관계의 가능성을 스기야마 유미코의 시각으로 확장한 결과물일지도 모른다.

유선주 객원기자 oozwish@gmail.com



이혼

부부가 유지되어온 결합 관계를 해소하는 행위. 크게 협의 이혼과 재판 이혼이 있다. 재판 이혼은 조정 이혼과 소송 이혼으로 나뉜다. 최근 국내 한 재벌 총수 부부의 이혼 조정 실패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한국에선 매해 10만건 이상 이혼이 이뤄지는데, 설과 추석 명절 뒤 신청 건수가 급증한다. 현재까지 최고의 이혼 위자료는 1999년 미국의 미디어 재벌 루퍼트 머독이 전 아내에게 준 17억달러(약 1조8200억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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