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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조선의 `소설시대`를 단편집으로 다시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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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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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9세기 조선은 '소설시대' 였다. 양반 사대부가 몰락하고 상인, 수공업자, 농민 등 신흥 부자가 출현한 격변기의 활력을 거리의 이야기꾼들은 다양한 소설로 탄생시켰다. 이들 작품은 문인 선비들이 창작한 패사소품(稗史小品·일화나 야사등 담은 이야기책)이 아니라 거리와 민가의 사랑방에서 이야기꾼들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다는 점에서 생생한 역사의 흔적이었다.

이 시기 조선의 한문소설 187편을 모아 주제별로 분류한 '이조한문단편집'(전 4권·창비) 개정판이 45년 만에 출간됐다. 지난해 작고한 이우성 전 성균관대 명예교수와 임형택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동패낙송(東稗洛誦)' '청구야담(靑邱野談)' 등 이야기책에서 무명작가 작품을 발굴해 출판사 일조각을 통해 1973년 초판본을 펴내 한국 문학사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초판 출간 당시 이우성 교수는 "이 책은 현대 작가들에게 풍부한 주제를 제공하고, 조선 후기 사회경제사와 사상사를 다루는 국사학도에게도 귀중한 자료"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조선 저잣거리 이야기를 품고 있는 이 저작은 현대문학의 걸작 '장길산'과 '객주' 등 현대소설의 자양분이 되기도 했다.

개정판 출간을 위해 임형택 교수는 5년간 제자들과 함께 독회 과정을 밟았다. 단편집 1∼3권에는 부(富), 성(性)과 정(情), 세태Ⅰ-신분 동향, 세태Ⅱ-시정 주변, 민중기질Ⅰ-저항과 좌절, 민중기질Ⅱ-풍자와 골계 등 6가지 주제에 맞는 소설이 수록됐다. 4권에는 연구자를 위해 소설 원문을 게재했다. 임 교수는 개정판 서문에서 "책에 실린 작품은 굳이 분류하자면 무형문화재에 속한다"며 "활용하기에 따라서는 한류의 '창조적 변용'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여기에 무한하지 않은가 싶다"고 말했다.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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