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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인기웹툰 `이태원 클라쓰` 광진 작가의 5가지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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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컬처 DNA-3] '이태원 클라쓰'는 현재 다음웹툰에서 가장 핫한 작품이다. 해당 플랫폼에서 연재되고 있는 작품 중 평점 1위, 주간 매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또한 쇼박스는 '이태원 클라쓰'의 판권을 사들여 이르면 올 하반기 드라마화하기로 했는데, 이는 영화사인 쇼박스가 안방극장에 내놓는 첫 작품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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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서울시 용산구 필름카페 브라다나에서 만난 작가 광진이 스마트폰에 자신의 히트작 `이태원 클라쓰`를 띄워 보여주고 있다. / 양유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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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이태원 클라쓰'는 어떤 매력을 지닌 웹툰이기에 약 20년 동안 영화 사업 외길을 걸어온 쇼박스로 하여금 드라마 제작에 눈독 들이게 했을까. 매일경제 '케이컬처 DNA'가 '광진의 5가지 그림자'로 '이태원 클라쓰'를 분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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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진의 5가지 그림자 1: 진부함

진부함은 창작자가 가장 피해야 할 덫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지난 9일 서울시 용산구 필름카페 브라다나에서 만난 작가 광진(본명 조광진·31)은 "진부함은 내 작품의 에너지"라고 밝히길 꺼리지 않았다. "'이태원 클라쓰'는 대한민국 드라마처럼 진부한 형식을 채택하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진부한 드라마가 욕을 들으면서도 계속 나오는 이유는 '먹히기' 때문이잖아요. 진부한 내용에 제 그림체의 엉성한 매력이 곁들여지면 재미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실제 광진의 작품은 철저히 클리셰(진부한 서사와 표현공식)만 따라간다. '이태원 클라쓰'를 예로 들면 주인공 박새로이는 호프 가게를 열어 성공하고자 하는데 이는 사망한 아버지에 대한 복수심 때문이다. 또한 박새로이는 주요 캐릭터가 위험한 상황에 빠질 때마다 그 자리에 등장하며 해당 인물의 위기 탈출을 돕는다. 심지어 극 초반부에 박새로이는 돈을 벌기 위해 원양어선을 타기도 한다. "돈을 번다고 생각했을 때 떠오르는 키워드들이 있잖아요. 저도 막노동을 실제로 많이 해봤고요. 군대 후임 중에 스스로를 '뱃놈'이라고 하는 친구가 있었는데 원양어선을 타봤던 친구였어요. 그 친구가 배에 올랐다가 도망을 쳤던 이야기도 들었는데요. 흙수저가 돈을 모으는 전형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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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진은 웹툰 작가 데뷔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블루오션을 노려라, 그리고 플랫폼 사업자의 관점을 갖추라"고 조언했다. / 양유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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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본사로 발령받으면서 함께 지방 학교로 전학 가게 된 주인공 박새로이. 새로운 학교에는 새로이 아버지가 20년간 출근한 회사 오너 아들이 다니고 있다. 새로이는 회장의 아들과 잘 지내보라는 아버지 권유를 들었지만, 폭행을 일삼는 그에게 전학 5분 만에 주먹을 날린다. 다소 진부할 수도 있는 설정이지만 많은 독자들은 "질질 끌지 않아 통쾌하다"며 좋아했다. /사진 제공=다음웹툰

◆광진의 5가지 그림자 2: 블루오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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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진은 기업인이 시장 조사를 하듯 작품에 접근한다. 데뷔작 '그녀의 수족관'은 당시 유행하던 '어장관리'라는 키워드로 제작된 웹툰이 없다는 점을 공략해 만든 작품이다. "엉성한 만화였는데 기획력으로 인기를 얻었어요. 당시에 어장관리라는 말이 유행했는데 웹툰에는 이를 다룬 작품이 하나도 없었죠. 그 코드로 가면 먹히지 않을까 생각했던 이유예요. 어떤 소재가 블루오션이고 대중에게 공감을 얻을 만하다면 흥행을 이룰 수 있다고 보고 소스를 만지는 편이에요."

그는 다른 웹툰 작가들에게 플랫폼 사업자의 관점을 갖추라고 조언한다. "'이태원 클라쓰'도 웹툰 중 호프집이라는 소재가 별로 없는 데다가 20·30대에게 충분히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만들었습니다. 다음이나 레진 같은 플랫폼 입장에서 보면 작품의 구색을 맞춰야 하잖아요. 판타지 만화 수요가 있을 것이고, 연애물 수요가 있을 것이고. 플랫폼 운영자라면 현재 자기 서비스 내에 갖추지 못한 장르와 소재를 필요로 하지 않을까요."

◆광진의 5가지 그림자 3: 밤 문화

광진은 클럽, 헌팅, 나이트 등 밤 문화에 대한 묘사에 강한 작가다. 특히 그 과정에서 남자가 느끼는 심리를 푸는 디테일에 있어선 국내 웹툰계 최정상급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성인용 웹툰 '그녀의 수족관'에는 모텔촌 등 유흥가를 배경으로 삼는 장면이 자주 나오며 '이태원 클라쓰'에서는 주인공이 호프집 사장이다. "다른 작가분들보다는 밤 문화에 경험이 있었던 것 같아요. 저는 가정 사정 때문에 만화창작과를 중간에 그만뒀거든요. 그림 실력은 좀 달릴지 몰라도 (밤 문화를 비롯해서) 다양한 경험이 있어서 경쟁력이 있지 않나,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조 작가 인생에 있어 밤 문화는 작품 소재를 넘어서는 의미를 지닌다. "제가 24세 때 와이프를 나이트에서 만났어요. 군대 선임이 휴가 나가면 어디를 가고, 뭘 재밌게 하냐고 묻더라고요. 선임 따라서 종로 헬리우스라는 나이트를 처음으로 가봤는데 첫 부킹 상대로 와이프가 나타난 거예요. 단발머리를 한 모습이 정말 예뻤어요. 제가 이성에게 먼저 접근하는 성격이 아닌데, 와이프에겐 들이대서 노래방도 가고, 그 후로 계속 만나서 결혼하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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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클라쓰`에서 SNS 스타로 나오는 조이서의 이름은 광진 작가 딸 이름에서 따왔다. <사진제공=다음웹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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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클라쓰`로 연재를 한 차례 반려당했던 광진은 다음웹툰에서 아마추어들과 함께 경쟁하는 길을 선택했다. <사진제공=다음웹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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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진의 5가지 그림자 4: 아마추어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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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아르바이트를 해봤던 광진은 "무슨 일을 하든 열심히 했다"고 회상했다. 또한 "어떤 일을 그만둔다고 하면 항상 나를 잡았다"고 강조했다. / 양유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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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작가는 '이태원 클라쓰' 이전에 이미 다섯 개의 작품을 연재하며 인기를 얻은 바 있다. 그런데 다음 웹툰에 '이태원 클라쓰'를 연재할 땐 해당 플랫폼 아마추어 도전 게시판인 '웹툰리그'에 먼저 게재하며 지망생들과 경쟁하는 방식을 취했다. "기존에 성인 만화를 주로 연재하다가 '한 번만 더 성인물을 그리면 평생 돈만 좇을 것 같다'는 느낌이 딱 왔어요. 소년물, 그리고 드라마 쪽은 지금이 아니면 못 할 것 같아서 다른 플랫폼에 한번 제안해봤는데 까였어요. 제가 보통 까이면 네고(네고시에이션·협상)하는데 '이태원 클라쓰'만큼은 독자들에게 평가받고 싶었어요."

광진 작가는 '이태원 클라쓰'의 전신인 '꿀밤'을 통해 2부, 1부 리그를 걸쳐 랭킹전에 참여하게 됐다. '꿀밤'은 여기서 독자 투표 1위를 했을 뿐만 아니라 다음웹툰 내부 심사를 통해 '슈퍼패스' 작품으로 선발돼 정식 연재 기회를 얻게 됐다. "제가 그래도 3, 4년은 연재한 사람인데 아마추어보다는 낫겠지라는 자만심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생각보다 인기가 많지 않았어요. 그 자체가 제게 큰 피드백이 됐습니다. 결국 '이태원 클라쓰'로 정식 연재를 할 때는 작품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뜯어고쳤어요."

◆광진의 5가지 그림자 5: 악플

광진은 "만화가가 되고 싶었던 이유 중 하나가 댓글 읽는 재미였다"고 밝혔다. "만화 그리는 게 사실 굉장히 힘들잖아요. 저같이 그림을 그리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사람에겐 더 힘들어요. 그런데 댓글이 보고 싶어서 휴재를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웹툰이 그렇듯 그의 작품에도 악플이 달린다. 그는 악플조차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밑도 끝도 없는 악플은 전혀 아프지 않아요. 그런데 내가 엉성한 부분을 지적해주면 도움이 많이 돼요. 실제로 어떤 네티즌이 제가 생각했던 스토리를 정확하게 맞히며 '진부하다'는 평가를 내려서 이야기를 틀어본 적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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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노력을 해서 좋은 영향을 끼치는 작가가 되도록 하겠다"고 독자들에게 인사를 남겼다. / 양유창 기자


이날 광진은 웹툰 작가로 데뷔한 이후 첫 작품에서부터 상상도 못한 수익을 거둬왔다고 했다. "처음에 만화가라는 직업이 이렇게 수익성이 좋은지 몰랐어요. 잘 버는 작가들은 월에 억대 매출도 올린다고 들었어요. 저에겐 '이태원 클라쓰'가 가장 많은 돈을 벌어다 준 작품입니다."

광진이 연재하는 '이태원 클라쓰'는 다음웹툰을 통해 감상할 수 있다.



[박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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