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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궁체' 글꼴에 담긴 서예가·디자이너 교류의 흔적을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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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미술관, '궁체 활자-김충현과 최정호' 전 3월 1일 개막

연합뉴스

김충현 글씨(왼쪽)와 최정호의 활자
[백악미술관 제공=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1934년 일본에서 공부하던 조선 청년 최정호는 화장품 회사 시세이도 광고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그는 한글도 이렇게 아름답게 써보고 싶다는 마음을 품었고, 이는 그가 평생 한글 활자체 디자인에 헌신하는 계기가 됐다. 귀국 후 그가 선보인 동아출판사체는 당시 인쇄계와 출판계에 활자 개혁 바람을 일으켰다.

비슷한 연배의 김충현은 일찍부터 한글 서예의 명맥을 잇는 것을 사명으로 삼았던 서예가다. 그는 궁중에서 쓰던 궁체를 연구해 '우리 글씨 쓰는 법'(1942)을 저술했다. 해방 후에는 '훈민정음' '용비어천가' 등의 옛 판본체에 전서와 예서의 필법을 가미한 한글 고체를 선보였다.

배경은 달랐지만 궁체를 향한 관심을 오랫동안 공유했던 두 사람은 1970년대 이르러 교류하게 됐다. 최정호는 김충현의 글씨를 참고해 궁체를 디자인했다. 이는 우리가 현재 쓰는 디지털 궁체 폰트로까지 전해졌다.

궁체 역사의 한 부분을 이루는 서예가와 디자이너의 교류를 살펴보는 전시 '궁체활자-김충현과 최정호'가 서울 종로구 관훈동 백악미술관에서 다음 달 1일 개막한다.

전시 1부에서는 궁체가 형성된 역사를 짚어보고, 김충현이 서법을 완성하는 데 참고한 한글 문서들을 만날 수 있다.

2부에서는 김충현의 궁체 글씨와 최정호의 궁체 도안을 비교, 글씨가 활자화되면서 어떠한 부분이 반영되고 변화됐는지를 보여준다.

3부는 현재 사용되는 궁체 폰트들이 최종호가 개발한 궁체를 어떻게 계승·발전했는지 살펴본다.

전시는 같은달 14일까지 열린다.

ai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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