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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신간] 실명의 이유·묻지 마라 을해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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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여전히 불평등하다

연합뉴스


▲ 실명의 이유 = 선대식 지음.

스마트폰 부품 공장에서 파견 노동자로 일하다가 메탄올 중독으로 실명한 청년들의 비극을 기록하고, 누가 이들의 눈을 멀게 했는지 파헤친 책.

여섯 젊은이가 앞을 보지 못하게 됐지만, 반짝하던 세상의 관심이 흐려진 뒤 적절한 처벌도 보상도 이뤄지지 않았다.

책은 최소한의 법과 규정도 지켜지지 않는 현장, 이익을 뽑아내는 데만 몰두하는 기업주, 산재 피해자를 아픈 척 꾸민 사람으로 대하는 공단, 가벼운 처벌을 내리는 법원 등의 모습을 두루 비판한다.

저자는 파견노동이야말로 대기업 하청 문제와 함께 메탄올 중독 실명 사건의 근본 원인이라고 본다. 파견노동이 없다면 안전 장비 없이 일하다 시력을 잃고, 그런데도 국가와 회사로부터 제대로 보상받지 못하는 일이 없었을 것이란 지적이다.

북콤마. 288쪽. 1만5천 원.

▲ 묻지 마라 을해생 = 최이산 지음.

1935년 을해년 광주에서 태어난 저자가 어린 시절 학교와 마을에서 겪었던 일들을 회상하며 엮어낸 책.

을해생들은 격동의 현대사를 몸으로 경험했던 이들이다.

이들이 보통학교에 들어갈 즈음부터 일본의 황민화 정책이 본격화하면서 정체성이 흔들렸다. 광복 이후인 중학교 시절에는 학교에서도 친탁-반탁으로 나뉘었고, 곧 이은 한국전쟁으로 가까운 일들을 잃었다.

저자는 전쟁놀이를 하면서 "예스까 노까"를 외치던 일, 백모의 외손녀와 사랑에 빠졌으나 결국 의과대학 졸업생에게 떠나보낸 일, 광복 후 백범의 야밤 운동장 연설을 지켜보던 일 등을 떠올리며 상념에 잠긴다.

식민지 소년들에게 "너희는 차별을 받는 처지에 놓여 있다. 그러니 공부를 더욱 열심히 하여 그 불리함을 이겨 내야 한다"고 말하던 일본인 선생도 70여 년이 지났지만, 머릿속에 생생히 남아 있다.

저자는 "기억 속에 앙금으로 가라앉은 내 나름의 사념과 사연들, 아내와 친구들에게도 내비치지 않았던 객쩍고 자질구레한 넋두리들을 생면부지 아무에게나 풀어헤쳐 보이고 싶은 마음의 목마름을 언제 적부터인지 느끼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푸른역사. 224쪽. 1만4천900원.

▲ = 아마르티아 센 지음. 정미나 옮김.

저자는 후생경제학 연구 공로를 인정받아 1998년 아시아 최초로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인도의 석학이다.

책은 인도 문예지 '리틀 매거진'에 15년에 걸쳐 게재된 에세이 13편을 추려 묶은 것이다. 인도의 전통과 문화, 역사 등을 버무리면서 불평등, 불공정, 배척, 착취, 기아 등 현재 인도가 처한 다양한 문제를 언급한다.

"악마는 제일 뒤처진 꼴찌부터 잡아먹는 식으로 사회 최하층부터 희생시킨다"고 말한 저자는 극단의 고통에 처한 사람들이 최소한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을 진정한 경제학이라고 본다.

특히 의료와 교육의 불평등 해소는 국가가 나서야 할 일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21세기북스. 332쪽. 1만6천 원.

ai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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