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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미투에 떨고 있는 문화권력들…유명 연출가·교수·배우 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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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성폭력 피해 고발 전방위 확산-

오태석 연출가도 성추행 가해 지목

“이름 들으면 알만한 안무가한테

성폭력 당했다” 제보도 이어져

배우 조민기 ‘성관련 문제’ 교수직 물러나

“썩은 문화, 이제라도 도려내자”

공연 넘어 문화계 전반 번져

문화재청, 성폭행 의혹 하용부

무형문화재 지원금 중단

문체부 분야별 실태조사 착수



요즘 문화계는 두가지 온도가 존재한다. 성폭력 피해를 고발하는 #미투(me too, 나도 당했다) 운동이 공연계로 번져 불이 붙으면서 오랫동안 썩어있던 싹을 이제라도 도려낼 수 있다는 희망과 함께 ‘나의’ 썩은 부분이 발각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의 공존이다.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이 18년간 단원들에게 저지른 성폭력이 까발려지며 수많은 문화예술계 인사들도 긴장하고 있다. 공연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이 전 감독 외에도 성추행을 일삼은 것으로 알려진 이들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아직은 공식적으로 실명이 언급되고 있는 이들이 많지는 않지만 실체가 까발려지는 건 시간문제라는 분위기다.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은 대부분 이름값 높은 유명인들이다. 예술가상, 연출가상을 수차례 받았던 연출가들부터, 후학을 양성하는 대학교수로 활동하고 있는 이도 적지않다. 배우 출신의 제작자와 유명배우도 거론된다. 지난 15일 한 배우는 사회관계망서비스(에스엔에스)에 글을 올려 “스물셋이라는 비교적 늦은 나이에 연극판을 기웃거리게 된 나는, <백마강 달밤에>라는 연극에 적잖을 충격을 받았고 극단의 뒤풀이에 참석했다. 그 연출가는 술잔을 들이키는 행위와 내 허벅지와 사타구니 부근을 주무르고 쓰다듬는 행위를 번갈아 했다”고 썼다. <백마강 달밤에>는 연극계에서 정상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오태석 연출가의 작품으로 연극계에선 또한차례 격랑이 몰아칠 조짐이다. 연출가 황이선씨도 지난 18일 에스엔에스에 2002년 서울예대 재학 시절 “극단을 운영하는 교수님”으로부터 술자리에서 성추행을 당한 사실을 공개했는데, 이 역시 오 연출가로 추정된다. 오 연출가는 20일 이에 대한 입장발표를 하려다가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에스엔에스를 통한 폭로뿐 아니라 제보도 쏟아지고 있다. “내가 누구인지 밝혀지는 게 너무 무섭다”는 한 무용인은 19일 <한겨레>에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안무가 이아무개한테 성폭력을 당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그가 지금도 각종 상을 받아가며 활동하고 무엇보다 모교에서 후배들을 가르치고 있다”며 “가장 표적의 대상이 되기 쉬운 사람들이기에 저 같은 피해자가 없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 사람이 (무용계 인사임을) 지칭하는 기사가 났을 때, 양심의 가책을 느끼며 조금이라도 피해자들이 느낄 심적 고통을 알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무용계도 각성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고 밝혔다.

성추행 추문은 대중문화계로도 빠르게 번지고 있다. 배우 조민기가 2010년부터 교수로 재직중이던 청주대학교에서 지난해 말 성 관련 문제로 ‘3개월 정직’을 받은 사실이 20일 알려졌다. 청주대 쪽은 “학생들의 피해가 우려된다”며 자세한 내용은 함구했지만 “성 관련 제보가 왔고 학교에서 자체 조사를 벌여 징계위원회에 회부됐고 3개월 정직을 받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조민기는 학교에 사표를 제출했고, 2월28일자로 면직처분됐다. 조민기 소속사인 윌엔터테인먼트 쪽은 “성추행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하며 “익명 신문고를 통해 대학 쪽에 알려지게 됐고, 결백을 밝히려고 법적 조치 진행 여부도 생각했으나 상대방이 학생이라는 점을 고민해 대학 쪽에 진상규명을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주장했다. 사표 제출에 대해선 “이유 막론하고 추문에 휩싸인 것 자체에 회의감과 자책감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뒤늦게나마 소관 부처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문화재청은 이날 배우 김보리(가명)가 이윤택 전 감독과 함께 자신을 성폭행했다고 밝혔던 하용부 밀양연극촌 촌장에 대해 사실관계가 확인될 때까지 매달 131만7천원씩 지급했던 무형문화재 지원금을 중단하기로 했다. 문화체육관광부도 이날 문화계 분야별로 실태조사를 하고 신고·상담지원센터를 운영하며 분야별 특성을 반영한 성희롱·성추행 예방 대응지침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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