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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 (금)

[유레카] 비전 ‘사회보장 2040’ / 이창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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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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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사회보장위원회 회의에서 보고된 비전 ‘사회보장 2040’ 구상 개념도. 자료: 사회보장위원회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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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베버리지는 사회의식이 강했지만 까탈스러운데다 때론 오만하기까지 한 인물이었다. 그가 하루아침에 영국의 국민적 영웅으로 떠오른 건 1942년 말 자신의 이름으로 새로운 사회보장 비전 보고서를 발간하면서였다. 흔히 베버리지 보고서로 불리는데, 정식 명칭은 ‘사회보험과 관련 서비스’다. 일간 타블로이드신문 <데일리 미러>는 당시 이 보고서 발간 소식을 ‘요람에서 무덤까지의 플랜’이란 제목으로 전했다. 영국인들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이 정부간행물은 순식간에 베스트셀러가 됐다.

대한민국 정부가 경제·사회정책 과제를 망라한 중장기 복지비전을 내놓은 건 노무현 정부 때의 ‘비전 2030’ 보고서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 보고서는 정권 말에 마련된데다 정권 재창출의 실패로 장밋빛 계획에 그치고 말았다. 문재인 정부는 참여정부 실패를 교훈 삼아 일찌감치 새 중장기 복지 비전 마련에 착수하고 있다. 사회보장위원회가 준비 중인 ‘사회보장 2040’이 그것이다. 9일 열린 사회보장위원회 회의에서 기초 연구 결과가 보고됐는데, 사회보장의 전면적 재설계를 꾀한다는 내용의 이른바 포용적 복지 구상이다. 이와 별도로 청와대 정책기획위원회도 ‘한국판 베버리지 보고서’ 마련을 목표로 역시 종합적인 국가비전 보고서 작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보고서 마련과 관련해 유념해야 할 대목은 목적이 그럴듯한 새 국가복지 청사진 작업 자체에 있지 않다는 점이다. 보고서의 성패는 오히려 대통령과 정부가 얼마나 이 작업에 의지를 갖고 무게를 두는가, 범부처와 관련 연구기관, 민간 전문가들이 실질적으로 얼마나 참여하는가, 또 노동복지 정책 과제가 얼마나 경제·교육·산업 등 제반 정책과제와 연계돼 논의되는가, 그리고 이를 현실화할 조세개혁 및 재정조달 수단을 얼마나 확보하는가 등에 달려 있을 것이다.

이창곤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장 겸 논설위원 go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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