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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8 (화)

[왜냐면] 한국지엠 군산공장 폐쇄, 정부의 적극 대처 절실하다 / 장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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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장석우
금속노조법률원 변호사·공인회계사

최근 몇 년간 대규모 손실을 기록한 한국지엠 회계의 적정성에 대하여 많은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연구개발비 부담과 이전가격 설정 등에서 비롯한 높은 매출원가율, 본사에 지급되는 업무지원비, 본사로부터의 차입금에 대한 이자비용이 주된 쟁점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14일 한국지엠의 회계처리에 대하여 현재까지는 특별한 문제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연구개발비의 경우 회계처리 방식이 이익을 부풀리는 분식(粉飾) 회계와 달리 이익을 오히려 적게 표시하는 역분식(逆粉飾)에 가까워 문제화하기 쉽지 않고, 높은 매출원가율과 본사 업무지원비, 본사로부터의 고금리 차입금 등은 회계 문제가 아니라 부당거래라는 차원에서 접근해 사실관계를 규명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이데일리> 2018년 2월14일치 기사, ‘금감원 “한국GM 회계 점검 중… 문제 발견못해”’).

그러나 사실관계와 회계 문제는 분리하여 생각할 것이 아니다. 연구개발비를 자산화할 것인지 비용처리할 것인지는 회사의 회계정책에 달린 것으로서, 문제 삼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진정한 문제는 결과물의 귀속 주체이다. 연구개발의 결과물을 한국지엠이 전적으로 향유했다면 한국지엠의 자산이나 비용이 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지엠 본사나 다른 관계회사가 향유하는 것이라면 한국지엠이 적절한 대가를 받아야 한다. 만약 이에 대한 회계처리를 하지 않았다면 회계 문제와 더불어 탈세와 형사상 배임 문제까지 발생한다. 본사에 지급되는 업무지원비 역시 마찬가지이다. 금융당국의 의견 표명은 어떤 경제주체의 발언보다 높은 공신력을 갖기 마련인데 제대로 된 감리나 실사도 하지 않고 “특별한 문제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익명의 금융감독원 관계자 발언이 보도된 것은 유감이다.

지난해 산업은행은 2대 주주의 지위에서 한국지엠의 대규모 손실 원인을 파악하기 위하여 116개의 자료를 요구했지만, 단 6개만 제출받았을 뿐이라고 알려졌다. 회계장부 열람권(상법 제466조)을 가진 주주의 자료 요구에도 응하지 않은 이상, 금융위원회는 지금이라도 한국지엠을 지정감리 대상으로 지정할 필요가 있다. 감리 실무를 담당할 금융감독원은 외부감사 과정에서 연구개발비 등에 대한 회계처리의 적정성 검토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확인해야 한다. 한국지엠의 부실이 최근 몇 년 사이 급격히 진행된 만큼, 외부감사인이 충분한 감사를 실시했는지, 감사 절차에는 문제가 없었는지도 검토해야 할 것이다.

한국지엠이 사실상 자료 협조를 거부하거나 소극적으로 응하고 있는 만큼, 당국은 세무조사를 통해서도 한국지엠의 회계처리의 적정성과 경영 상황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이미 한국지엠은 2013년 정기 세무조사 당시 이전가격 등 문제로 인해 법인세를 추징당한 사실이 있다. 그로부터 5년이 경과한 만큼, 당국이 세무조사를 한다고 해도 자의적인 조사라고 보기 어렵다.

산업은행은 연구개발 성과가 누구에게 귀속되었는지, 한국지엠이 연구개발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한 것은 아닌지, 한국지엠이 부담한 비용만큼의 업무지원을 받지 못한 것은 아닌지 등의 문제를 포함하여 강도 높은 재무실사를 하여야 할 것이다. 공장을 계속 가동하더라도 현재와 같이 그 이익이 본사로만 귀속되는 구조가 변하지 않는다면 유상증자 참여 등 자금 지원은 미봉책에 지나지 않는다.

실사팀에는 노동조합이 선임한 전문가가 포함되기를 바란다.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는 경영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다양한 자료를 요청하였지만, 사측은 영업비밀 등을 핑계로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 노동법에는 정리해고 절차에서 노동조합이 공인회계사 등 전문가를 선임하여 실사를 할 수 있는 권리가 명시되어 있고, 특별법인 플로랑주법에는 일정 규모 이상 공장폐쇄 시 역시 노동조합이 전문가를 선임하여 자문을 받을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노동조합이 실사에 참여한다면, 회계의 적정성을 포함하여 회사가 현재 처해 있는 상황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함께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아직 골든타임은 지나지 않았다. 그렇다고 시간이 많은 것도 아니다. 3월에 지엠 본사의 글로벌 신차 배정이 계획되어 있다고 한다.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금융위원회 등 정부 부처와 산업은행 등 유관기관들은 2009년 쌍용자동차 사태 당시 미온적으로 대응하다가 엄청난 대가를 치른 점을 거울삼아, 상호 공조하여 적극적이고 선제적인 대책을 수립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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