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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8 (화)

'플로리다 총기난사' 생존 학생들, 총기 규제 활동 전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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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플로리다주 고교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 생존 학생들이 총기 규제를 촉구하는 행동에 나선다. 미국에서 생존 학생들이 직접 총기 규제 운동을 벌이는 것은 전례를 찾기 어려운 일이라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지난 14일(현지시간)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으로 17명의 희생자를 낸 마조리 스톤맨 더글러스 고등학교의 학생들은 18일 미국 ABC 방송 등에 출연해 “3월24일 워싱턴에서 실질적인 총기 규제를 촉구하는 행진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이른바 ‘우리 생명을 위한 행진’으로 불리는 워싱턴 행진 이외에도 미국 전역에서 집회·시위가 열릴 예정이다.

시위를 주도한 학생 캐머런 캐스키는 “우리 세대가 목숨을 잃는 동안 어른들은 함부로 행동하고 있다”며 동참을 촉구했다. 이어 “사람들은 총기 규제를 말할 때가 아니라고 한다. 그러나 이제 때가 왔다. 우리는 우리 생명을 요구하는 학생으로서 함께 행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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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고등학생들이 총기 규제 여론을 주도하는 핵심 주체로 떠오르고 있다. 앞서 17일에는 플로리다주 포트 로더데일 연방법원 앞에서 총기안전법 입법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네버 어게인(더는 안된다)’ ‘미넥스트(내가 다음 희생자다)’ 등의 해시태그를 붙이며 총기 규제를 촉구하는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1999년 13명이 희생된 콜럼바인 고교 총기난사 이후 교내 총격 사건은 계속되고 있지만, 이처럼 피해 학생들이 직접 목소리를 내는 일은 드물었다.

학생들의 분노는 주로 워싱턴 정가의 ‘어른들’을 향해 있다. 학생 에마 곤살레스는 17일 집회에서 “전미총기협회(NRA)로부터 후원금을 받은 정치인들 모두 부끄러운 줄 알라”고 말했다. 반복되는 총기 사고에도 희생자에 대한 애도만 표할 뿐 총기 규제에는 침묵하는 정치인들을 비판한 것이다.

미국 방송사 NPR은 “학생들은 언론 매체의 인터뷰 요청에 응하고 지역사회의 후원과 자원봉사 요청을 관리하기도 한다”며 “이러한 행동주의는 과거의 대규모 총격 사건에 비교하면 매우 다른 양상”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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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총격 사건이 일어난 지 이틀 만인 16일 부상자가 입원한 병원을 찾아 희생자를 위로했다. 그는 오는 21일에도 더글라스 고교를 방문, 교사와 학생들로부터 대응책을 청취하는 시간을 가질 계획이다.

그러나 학생들의 여론은 싸늘하기만 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사건의 원인을 범인의 정신 질환으로 한정하는 등 총기 규제 입법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2016년 대선 기간 NRA로부터 3000만 달러(약 320억) 상당의 후원을 받은 사실도 구설에 올랐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더글라스고 총격 사건을 자신의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 중인 연방수사국(FBI)을 공격하는 데 이용해 빈축을 샀다. 그는 트위터에 “FBI가 플로리다 총격범이 보낸 그 많은 신호를 전부 놓쳤다는 게 너무 슬프다. 그들은 대선 캠페인과 러시아 간의 공모를 증명하려고 너무 많은 시간을 썼다”고 썼다.

한 생존 학생은 “17명의 무고한 사람들이 안전함을 느껴야 할 학교에서 잔인하게 살해당했다. 그런데도 미국의 대통령이란 사람은 이 사건을 러시아 스캔들의 변명으로 사용하는 뻔뻔함을 보이고 있다”며 분노했다고 CNN은 전했다.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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