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08 (화)

신흥국 달러부채 3천조원 돌파…세계경제 `뇌관` 급부상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전 세계 신흥국가들의 달러 부채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에 따라 미국 금리 상승이 본격 진행되면 신흥국 기업들 달러 표시 부채가 세계 경제에 새로운 뇌관이 될 것이란 염려가 커지고 있다.

신흥국 기업들의 달러 표시 부채가 작년 말 기준 2조8350억달러(약 3000조원)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딜로직 자료를 인용해 19일 보도했다.

신흥국 기업뿐만 아니라 미국을 제외한 전 세계 기업들의 달러 표시 부채 역시 작년 말 기준 5조9150억달러로 사상 최대 수준으로 늘었다. 이는 리먼브러더스 파산과 함께 글로벌 금융위기가 시작되기 직전인 10년 전에 비해 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딜로직은 국제통화기금(IMF) 통계자료를 기반으로 데이터를 분석했다.

신흥국 기업들의 달러 표시 채무가 이처럼 급증한 것은 지속적인 양적완화로 자금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저금리 상황에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성장 속도가 빠른 신흥시장 기업에 빠른 속도로 흘러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정상적이라면 자금 조달이 어려웠을 기업까지 넘쳐나는 유동성의 혜택을 보면서 달러 부채가 급증했다.

일부 국가에선 기업 부채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중도 급증했다.

멕시코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작년 말 기준 기업 달러 표시 부채 비율이 각각 20%와 14% 수준까지 치솟았다. 2007년에 비해서는 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남아공은 10년 전에 비해 10%포인트 이상 늘었다.

문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등이 시중 유동성을 회수하는 출구전략에 나서면서 자금을 빌린 기업들 부담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금리 상승에 따른 달러화 강세까지 맞물리면서 특히 신흥국 기업은 재무 상황에 영향을 받아 이중고를 겪게 된다.

신흥국 기업들 부채 만기가 대부분 1년 단위란 점도 시장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국제금융협회(IIF)에서는 "올해는 재융자 리스크가 높아지고 있다"며 "만기 연장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이 등장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고바야시 고지 미즈호종합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은 최근 10년간 글로벌 자금이 몰려들었지만 이제는 유출 압력이 높아지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자원 가격 하락과 정치 혼란 등으로 성장이 둔화하면 언제든 자금 이탈이 잇따를 수 있다는 얘기다.

1997년 외환위기를 겪은 아시아 국가들은 달러를 비축해 안전장치를 마련했지만 남미나 아프리카 등에선 이런 안전장치마저 없다. 중국과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국가들의 외환보유액은 외환위기 당시 3600억달러였지만 현재는 그 규모가 7배 이상 늘었다.

[도쿄 = 정욱 특파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