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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9 (수)

스마트폰 하나로 `열쇠 없는 車` 시대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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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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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자가 스마트폰만 들고 자동차에 가까이 다가서자 딸깍 하고 문이 자동으로 열린다. 양손에 짐을 들고 차량 뒤쪽으로 다가서니 트렁크 문이 스르르 개방된다.

이 운전자가 한 것이라고는 사전에 전용 애플리케이션(앱)에 접속해 본인 인증을 받고 스마트폰에 가상의 차 열쇠를 내려받은 것뿐이다. 이렇게 저장된 차 열쇠는 전용 통신망으로 차량과 교신해 운전자를 확인시켜 준다.

먼 미래 풍경이 아니다. 올 들어 글로벌 자동차·부품업체가 잇따라 '키 없는(key less, 키 리스)' 차량 개발에 나서며 상용화 전쟁에 본격 불이 붙었다.

차 열쇠 없는 자동차는 커넥티드카(차량이 온라인으로 연결돼 모바일 기기화하는 것) 기술의 '백미'다. 무형의 키를 차량이 인식하는 고도의 통신기술은 기본이다. 인식 오류, 해킹 가능성을 막기 위해 고도의 보안기술까지 쌓아야 실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단 기술을 확보하면 차량 공유, 렌터카 등 차 한 대를 다수와 나눠 쓰는 다른 산업과 시너지 효과가 크게 날 수 있어 글로벌 메이커 선점 경쟁이 가속화하고 있다.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이는 곳은 독일 자동차부품사 콘티넨탈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콘티넨탈은 오는 26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막하는 정보통신기술 경연장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키 없는 차량 시스템을 공개한다.

운전자가 콘티넨탈 전용 서버를 통해 스마트폰으로 차량 소유주임을 인증받으면 자동차는 블루투스, 근거리 무선통신(NFC)으로 인증된 스마트폰을 감지해 문을 연다. 콘티넨탈은 이 기술의 '실전 적용'을 위해 최근 글로벌 렌터카 업체 에이비스버짓그룹과도 손을 잡았다. 콘티넨탈 관계자는 "에이비스와 파트너십을 통해 키가 필요 없는 차량 기술을 구현할 것"이라며 "기술이 확산되면 더 이상 기계식 키는 필요하지 않게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헬무트 마치 콘티넨탈 사장은 "자동차 자체가 모바일 기기화되고 있고 스마트폰 역시 사용자 경험을 극대화하는 게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며 자동차·스마트폰 간 기술 접점을 공략하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완성차업체 중에는 볼보가 경쟁 대열에 합류했다. 지난해 12월 키 없이 가족끼리 차를 공유할 수 있는 카셰어링 서비스를 처음 선보였고 올해 이후 본격 적용에 나선다.

예컨대 차 키를 들고 있는 아버지가 볼보 앱에 접속해 딸에게 차량 접근 승인 권한을 부여하고, 딸이 이를 수락하면 딸 스마트폰에 '2018년 2월 20일부터 최대 5일간 차량 접근 권한이 부여됐다'는 문구가 뜬다. 이후 딸은 5일간 자기 스마트폰으로 차 문을 열고 자유롭게 차를 이용할 수 있다. 키가 없어도 가족 스케줄에 따라 차를 공유할 수 있게 된 셈이다. 볼보는 앞으로 한국 통신업체 등과 협의해 이 서비스를 점진적으로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BMW·메르세데스 벤츠도 눈에 띈다. 키를 완전히 없앤 것은 아니지만 스마트폰에 각종 커넥티드카 기능을 부여해 '중간 단계' 기술 상용화에 성공했다. 문을 따고 차 안에서 해야 하는 일 상당수를 밖에서 할 수 있게 했다. BMW 최신 모델 키에는 디스플레이 터치 패널이 들어가 연료 잔여량, 주행 가능거리 등 차량 상태를 실시간으로 점검할 수 있다. 환기·난방 시스템을 원격으로 작동할 수 있고, 버튼 하나만 누르면 주차·출차하는 리모트 파킹 옵션도 붙였다.

벤츠는 지난해 9월 국내 출시한 '더 뉴 S-클래스'부터 차량 상태를 외부에서 점검할 수 있는 커넥티드카 서비스(메르세데스 미 커넥트)를 적용했다. 벤츠가 이 서비스를 한국에 도입한 것은 아시아에서는 중국에 이어 두 번째다. 운전자는 차 밖에서 스마트폰을 통해 원격으로 문을 닫거나 열고, 주행 가능 거리, 차량 위치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차가 미리 설정해놓은 범위를 벗어나면 경고해주고, 미리 목적지를 설정해 내비게이션으로 전송해 승차 시 바로 안내하는 기능도 넣었다.

벤츠 관계자는 "다양한 커넥티드카 기능을 개발 중"이라며 "올해는 원격으로 시동을 걸 수 있는 기능과 차량 손상, 도난 알림 기능을 추가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 완성차업체 관계자는 "자동차 키를 없애는 것은 차량 소비자를 운전자 한 명으로 제한하는 '족쇄'를 푼다는 의미가 있다"며 "키 리스 기술은 차 산업이 공유경제로 진입하기 위한 핵심 포석"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김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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