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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9 (수)

IMF "韓銀, 정책 금리 예상 경로 밝혀야" 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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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정책 신뢰성 높이기 위한 조치
“포워드가이던스 강화해 기대인플레이션 관리해야”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은행이 적정 수준의 인플레이션 기대치를 형성하기 위해 구체적인 정책 금리 예상 경로를 밝히고 ‘포워드 가이던스(forward guidance·선제적 정책 안내)’를 강화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한은이 예상치 못한 외부 충격이 발생할 때 어떻게 통화정책을 운용할 것인지 보다 구체적인 시나리오별 대응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IMF는 최근 발표한 한국 정부와 연례협의 보고서에서 한은이 예상치 못한 거대한 외부 충격이 발생할 경우 어떻게 통화정책을 운용할 지 시장참여자들에게 미리 정책 방향을 알리고 이를 통해 중앙은행의 신뢰를 강화하는 ‘인플레이션 전망 목표제(Inflation-forecast targeting)’를 도입하는 것이 좋다고 제안했다.

IMF는 “세계 금융위기 이후 한국은 지속적인 GDP 갭(잠재성장률과 실제성장률과 차이) 발생과 물가 및 기대인플레이션의 정책 목표치 미달로 인해 통화정책과 관련해 더 도전적인 상황에 놓이게 됐다”며 “적극적으로 기대인플레이션을 관리함으로써 중앙은행의 신뢰를 강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IMF에 따르면 △장기 물가 목표를 공포하고 △정책 금리 예상 경로를 밝히며 △중기물가 전망치를 발표하는 것이 인플레이션 전망 목표제의 요건이다. 한은이 이미 물가 전망과 물가 목표치를 발표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책 금리 예상 경로를 밝히라는 것이 사실상 IMF의 권고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점도표(dot plot ·연준 위원들이 금리 전망을 점으로 나타낸 도표)를 통해 정책 금리 예상 경로를 밝히는 것과 같은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IMF는 정책금리를 어떻게 변화시킬 지에 대한 중앙은행의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하는 것이 신뢰성을 높이는 핵심이라며 가계와 기업 등 경제 주체들이 통화정책 경로를 정확히 예측하고 결정하면 통화정책 효과도 높아진다고 분석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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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는 구조적인 요인에 따라 물가와 기대인플레이션이 낮아지는 상황에서 한은이 적극적인 통화정책으로 대응하기보다 현재 물가 수준과 기대인플레이션에 맞춰 물가 목표를 수정하다보니 통화정책의 신뢰성이 낮아졌다고 진단했다. 한은은 3년 주기로 물가안정목표를 수립하는데, 경기 둔화와 급속한 인구 고령화 등 구조적인 요인에 따라 저물가가 이어지자 지난 2016년 물가안정목표를 2%로 하향 조정했다. 앞으로 실제 물가 상승률이 정책 목표 수준까지 높아지면 통화정책에 대한 신뢰가 어느정도 회복되겠지만, 충격이 발생하면 다시 통화정책의 신뢰가 낮아질 수 있다는 게 IMF의 분석이다.

다만 한은은 구체적인 정책 금리 예상 경로를 밝히는 것은 오히려 잘못된 기대를 형성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경제 주체들이 한은의 정책 금리 예상 경로를 약속으로 받아들이면 경제 여건이 변화해 그 경로가 바뀌어야 하는 상황에서는 기대를 관리하기 더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은 미국 등 선진국과 달리 소규모 개방경제이기 때문에 외부 요인에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에 구체적인 정책 금리 예상 경로를 밝히는 것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게 한은의 입장이다.

한편 IMF는 통화정책으로 한국이 직면한 모든 거시경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통화정책은 안정적인 물가 환경을 조성해 견고한 성장을 촉진하고 다른 정책이 효과적으로 운영되도록 보완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오히려 IMF는 금융 안정을 보장하고 가계의 과도한 신용 팽창을 막는 거시정책을 시행함으로써 통화정책이 인플레이션 목표에 초점을 맞추도록 해야한다고 설명했다.

연선옥 기자(actor@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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