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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2 (토)

GM사태로 본 외국자본의 '감춰진 얼굴'...기술 자본 '먹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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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신문사

전국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군산지회 조합원들이 지난 14일 오전 한국GM 전북 군산공장에서 집회를 열고 공장 폐쇄를 철회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상하이차와 닮은 꼴의 제너럴모터스(GM)가 발을 뺄 모양이다. GM은 한국시장 철수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산업은행과 정부에 유상증자 참여 등 돈을 대 달라고 으름장을 놓는다.

재계와 증권가 애널리스트들은 "철수와 같은 극단적인 상황은 피할 것"이라고 기대 하지만 시장에선 떠나는 것에 대해 시간문제라는 분석이 많다.

시장에서는 외국 자본을 경계하는 시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회계부정으로 증시에서 사라진 중국원양자원은 물론 중국식품포장, 3노드디지털, 코웨이홀딩스 등이 한국 자본시장에서 돈 만 챙기고 짐을 쌌다. 론스타는 2003년 외환은행을 사들인 후 배당 등으로 5조원에 가까운 돈을 챙겨 한국시장을 유유히 떠났다.

제조업체들이 한국시장에 짐을 싸는 표면적인 이유는 글로벌 경기 침체로 본사 차원에서 진행되는 글로벌 구조조정이다. 하지만 더 이상 한국시장에 대한 매력이 없거나 한국이라는 간판의 이용가치가 사라졌기 때문이란 분석이 많다.

◆ 외국계에 넘어가 좋을게 없다?

2008년 1월 21일. 한라그룹이 만도를 되찾은 날이다. 올해가 10년째다. 그 해 만도건설과 선세이지(미국 JP모건과 UBS캐피털의 합작투자사)는 지분 72.4%(539만1903주)를 6515억4600여만원에 팔고 사는 계약을 체결한다.

대주주 JP모건과 UBS는 배당과 유상감자 등을 통해 챙긴 3000억원을 포함해 3500억원 가량을 챙겼다. 들인 시간과 돈(인수가격 약 6000억원)에 비하면 많지 않다는 평가로 '먹튀'논란을 피했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달랐다. 당시 JP모건과 UBS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여파로 사정이 다급한 상황이었다.

한라의 품에 안긴 만도는 주력 제품인 조향·현가·제동장치와 각종 센서 기술을 조합한 자율주행 기술에서 국내 부품회사 가운데 가장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매출은 한라그룹 전체 매출(약 9조원)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지난해 매출도 5조6847억원으로 성장했다. 인수 직전보다 3배 가량 성장했다. 하지만 비슷한 위치의 현대모비스(2018년 매출 35조1446억원, 영어이익 2조382억원)에 비하면 잃어버린 시간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다는 게 시장 평가다.

현대오일뱅크도 아픈 역사를 갖고 있다. 지난 2010년 8월 12일, 현대중공업은 약 2조5700억원의 주식 대금을 지급함으로써 현대오일뱅크의 경영권을 되찾았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가 한창이던 99년 현대중공업 등이 구조조정을 위해 내놓은 주식 중 아부다비국영석유투자회사(IPIC)가 50% 지분을 확보(이후 20% 더 취득)하면서 경영권을 잃은 지 10여년 만이다. IPIC는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지방정부가 오일머니로 설립한 글로벌 투자회사다.

경영권을 지키려는 꼼수는 주주계약서상 '배당'이 결국 IPIC에 독이 됐다. IPIC는 2004∼2006년 3년간 배당금을 챙겼는데 누적 배당금이 1억8800만달러가 되자 IPIC는 2007년과 2008년의 배당금을 받지 않았다. 현대오일뱅크의 경영권을 방어하려는 의도로 시장은 해석했다. 배당이 진행되는 동안엔 현대중공업 측은 경영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지만 어느 한쪽이 계약을 어기면 상대에게 싼 가격에 모든 지분을 파는 강제매각권 조항이 있었다.

시장에서는 IPIC가 현대가의 일원으로 편입되기 전인 11년 동안 외국자본은 투자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고, 지나치게 가혹한 비용절감 드라이브를 걸었다고 평가한다. 현대중공업 품에 안기자 한신정평가는 현대오일뱅크의 장기신용등급을 곧바로 'A'에서 'A+'로 올렸다.

IPIC는 법원 판결 후 현대오일뱅크의 최대주주 자리를 내놓기에 앞서 합작 투자라는 명분으로 이 회사의 '알짜사업'인 BTX(벤젠·톨루엔·자일렌)부문을 빼돌리려 시도했다고 당시 현대중공업 측은 지적했다.

상하이차가 지금껏 '먹튀'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은 연구개발은 물론 시설투자도 제대로 하지 않아서다. 상하이차는 쌍용차 인수 후 매년 3000억원씩 4년간 총 1조2000억원을 연구개발(R&D) 등에 지원하기로 약속했지만 이행하지도 않았다.

테스코는 홈플러스를 매각, 16년만에 한국시장을 떠났다. 당시 홈플러스 노동조합은 "테스코가 비밀매각을 고수하고 매각 가격을 높이기 위해 투기자본으로의 매각을 추진했으며 1조원대의 거액 배당을 추진하는 꼼수를 부렸다"며 "그 결과 5조원에 가까운 매각차익을 실현하게 됐지만 테스코는 최악의 먹튀 자본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규탄했다.

외국계 자본 인수로 어려움을 겪는 사례는 비단 이것 뿐만이 아니다. 론스타(외환은행), 소버린(SK) 등이 대표적인 자본 먹튀로 꼽힌다.

중견기업인 일본의 아사히글라스는 전기초자를 공개매수 한 뒤 상장 폐지를 밟았다. 이베이도 옥션을 인수하면서 스스로 증시를 떠났다. 외국계 대주주들이 스스로 상장폐지를 결심하는 가장 큰 이유는 경영권을 간섭받기 싫어서란 지적이 많다.

◆SK하이닉스·기아차 등 성공적 M&A 교훈…"토종자본 키워야"

외국인 투자를 두고 국부 유출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적잖다.

정부에 따르면 외국계 기업(외국인 투자법인+외국법인 국내지점)이 낸 세금은 급격히 쪼그라들며 '역주행'하고 있다. 지난 2016년 이들이 낸 세금은 5조7674억원이다. 2012년 7조3492억원보다 1조5818억원이 줄어든 것. 외국 기업 법인세의 5분의1(21.52%)이 4년세 증발한 셈이다.

제조업 외투법인이 낸 세금이 눈에 띄게 줄었다. 제조업 외투법인은 외국인투자촉진법이 규정하는 기업으로 외국인이 국내에 법인을 세우고 지분의 10% 이상(1인당 5000만원 이상)을 투자한 곳이다. 한국GM이 대표적이며 외국계 맥주회사 등도 해당된다. 이를 두고 업계 전문가들은 외국계 기업이 해외 모회사에 과다한 이익을 보내고 국내에서는 세금을 적게 내는 행태를 보인다고 지적한다.

국내 한 조세 전문가는 "한국에 있는 외국계 제조사가 해외에 있는 모기업에 상품·용역·중간재 등을 팔고 대가를 받을 때 이를 정상가격보다 낮게 잡으면 이익이 줄고 내는 세금도 줄어든다"며 "이런 식의 탈세는 흔히 볼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해외에 막대한 로열티 비용을 지급하고 장부상 이익을 남기지 않아 세금도 내지 않는 꼼수를 썼다"는 지적도 있다.

시장 일각에서는 자본의 성격 자체에 의구심을 갖는 시각도 있다. 특히 중국 자본이다. '중국 공산당 고위 간부 그룹인 태자당(太子黨) 자금이 흘러들어와 한국 기업을 자금 세탁 경로로 이용하려는 것 아니냐', '자본 차익을 노린 핫머니다'라는 식의 미확인 루머도 심심찮게 떠돈다. 그러나 법으로 외국인 투자를 제한하는 업종이 아니라면, 이들 자본을 차별대우할 근거도 없다.

투자금융(IB)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대기업들을 배제하고 무리해 인수합병(M&A) 등 구조조정을 한 부작용의 단면일 수 있다"면서 "기간 산업의 해외 유출을 막기 위해선 국내 기업 주도의 M&A에 대한 생각이 보다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고 얘기한다. SK(SK하이닉스). 현대차그룹(기아자동차·현대로템), 포스코(포스코대우) 등이 좋은 예다.

김문호 기자 kmh@metr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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