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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2 (토)

[알쏭語 달쏭思] 총각(總角) 처녀(處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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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설에도 고향 어른들로부터 “언제 결혼하느냐?”는 말을 듣는 게 싫어 아예 고향에 가지 않은 노총각과 노처녀들이 있었다. 본의 아니게 ‘노(老)’자가 붙은 총각 처녀들이 많은 현실이 안타깝다.

총각은 ‘總角’이라고 쓰고 각 글자는 ‘다(all) 총’, ‘뿔 각’이라고 훈독한다. 총각은 관례 전의 사내아이가 모든[總] 머리카락을 모아 땋아서 마치 동물의 뿔[角]처럼 좌우로 묶은 헤어스타일을 이르는 말이다.

관례는 ‘冠禮’라고 쓰며 각 글자는 ‘갓 관’, ‘예절 예’라고 훈독한다. 즉 일정한 나이가 되면 총각 모양의 헤어스타일을 풀어서 상투를 틀어 올리고 그 위에 젊잖게 갓을 쓰는 의식을 행하는데 이것이 바로 관례이다. 오늘날로 치자면 성인식이다.

관례를 전후해 대부분 혼례를 치르므로 관례와 혼례 두 예(禮)를 다 치르게 되면 명실상부하게 총각을 면하게 된다. 그러므로 후에 ‘총각’이라는 말은 결혼하지 않은 성년 남자라는 의미로 쓰이게 되어 나이가 30, 40이 넘어도 결혼을 하지 않았으면 다 총각이라고 불렀다.

처녀는 ‘處女’라고 쓰는데 ‘處’는 흔히 ‘곳 처’라고 훈독하며 어떤 ‘장소’ 혹은 그 장소에 머무르는 행위를 이르는 글자이다. 따라서 處女의 본래 뜻은 출가(出嫁)하지 않고 여전히 친정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여자, 즉 친정에 ‘처(處)하고’ 있는 여자라는 뜻이다. 이런 까닭에 처녀라는 말 또한 후에는 미혼 여성을 일컫는 말로 쓰이게 되었다.

총각이나 처녀는 당연히 성적으로 순결하다. 그런데 생각과 달리 더러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보니 총각과 처녀의 순결성을 강조하기 위해 ‘더럽혀지지 않아 깨끗한’이라는 뜻을 더하는 접두사인 ‘숫-’을 붙여 ‘숫총각’ ‘숫처녀’라는 말도 생겨나게 되었다.

결혼이 싫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이 시대를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노총각 노처녀들에게 따뜻한 위안을 주도록 하자. 단 “언제 결혼하느냐?”고 직접적으로 묻지는 말고.

[김병기 서예가, 전북대 중문과 교수 (opinio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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