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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2 (토)

"트럼프의 트윗에 주의를 기울이지 마라"...미국 당국자들의 유럽 대외정책 전문가들에 대한 충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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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막 뒤에서 트윗하는 자에게 주의를 기울이지 마라.”

워싱턴포스트는 18일(현지시간) 유럽 최대의 연례 국제안보회의인 독일 뮌헨안보회의에 참석 중인 미국 고위 당국자들과 상·하원 의원들이 도대체 미국의 생각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유럽 전문가들에게 내놓은 대답을 이렇게 요약했다.

미국 참석자들의 메시지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됐다. 미국은 유럽 동맹국들에 대해 헌신적 태도를 확고하게 유지하고 있고, 러시아의 선거 개입에 분노하고 있으며,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서 강조해왔던 것과는 거리가 있는 내용들이다. 미국 참석자들의 주요 임무는 “트럼프 대통령의 ‘폭풍 트윗’으로 불안해하는 동맹들을 안심시킨 것”이었던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외정책 트위터를 무시하라는 충고에는 여야가 없었다. 진 섀힌 민주당 상원의원은 “일부 발표에서 나타난 것보다 훨씬 더 많이 과거 정책을 유지하자는 데 대한 지지가 있다”고 말했고, 마이크 터너 공화당 하원의원도 “가치도, 관계도 그대로”라고 강조했다.

실제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과 다른 입장을 밝혔다. 그는 지난 17일 회의에서 특검의 러시아 게이트 수사와 관련해 “러시아가 지난 대선에 개입했다는 증거는 이제 정말로 논란의 여지가 없어졌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대선개입 의혹은 날조라던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과 거리를 둔 것이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날 트위터를 통해 “맥매스터 장군은 2016년 대선 결과가 러시아에 의해 영향받지 않았고 공모는 러시아와 거짓말쟁이 힐러리가 했다는 사실을 말하는 것을 잊어버렸다”며 비판했다.

맥매스터 보좌관은 유럽 국가들과의 더 큰 협력을 거론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대유럽 강경노선에서도 한 발 물러섰다. 대니얼 코츠 국가정보국장(DNI)도 러시아에 맞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동맹국들을 방어한다는 미국의 약속은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유럽 당국자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당국자들 중 누구를 믿어야 할지 혼란스러워 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지그마어 가브리엘 독일 외무장관은 회의에서 “행동이냐, 말이냐, 트윗이냐”며 미국을 이해하기 위해 어디를 봐야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비공개 자리에서는 유럽 외교관들과 정책 결정자들의 걱정이 이어졌다. 한 외교관은 맥매스터 보좌관 같은 미국의 전통적 대외정책 입장을 견지하는 정책 결정자들이 국가를 보호한다는 미명 하에 정부에서 계속 일했던 히틀러 시대 독일 엘리트층과 같은 덫에 걸린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정부의 대북 강경 정책 때문에 핵 전쟁이 일어난다면 자신의 질문에 대한 답도 나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과 북한의 충돌로 핵전쟁이 일어난다면 맥매스터도 결국 히틀러 시대 독일 엘리트처럼 시대적 재앙에 동참한 인물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워싱턴|박영환 특파원 yh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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