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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2 (토)

[정태명의 사이버 펀치]<53>평창 올림픽에 투영된 '산업 올림픽'의 성공 요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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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

'썰매 소년 아이언맨.'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스켈레톤 종목의 신화를 쓴 윤성빈 선수다. 스켈레톤이 생소한 종목임에도 인파가 몰려든 이유이기도 하다. 박태환(수영), 박세리와 최경주(골프), 정현(테니스), 김연아(피겨스케이팅), 양학선(체조), 손연재(리듬체조)도 각 종목의 불모지인 우리나라에서 새로운 스포츠 역사를 쓴 주인공들이다.

소수 종목은 슈퍼스타 등장 이후 인기 스포츠로 탈바꿈했다. 여자골프는 세리키드(Seri kids)들에 의해 글로벌 최강국으로 급성장했다. TV 중계가 활성화되고 대회가 대폭 느는 등 시장이 뒷받침했기 때문이다. 시장 창출에 실패한 종목 대부분이 반짝 특수를 누린 뒤 또 다른 슈퍼스타를 기다리는 것과는 비교된다. 성공은 시장이 만든다는 사실을 입증한 대표 사례다.

4차 산업혁명 기술 중심의 '산업 올림픽'에도 다양한 종목이 경쟁한다. 가상현실(VR), 인공지능(AI) 로봇, 가상화폐, 전자상거래, 자율자동차, 방송미디어, 소셜네트워크, 3D프린팅, 정보 보호 등이 산업 올림픽에서 주목받고 있는 종목들이다. 대부분 한국이 불모지여서 시장 활성화를 통한 육성 전략이 절실한 분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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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시장 성공의 교훈에 비추어 산업을 보면 성장 3요소가 보인다. 역량 있는 선수(기업), 환호하는 관중(고객), 완벽하게 준비된 경기장(시장)이다. 모든 종목에 투자할 여력이 부족한 우리나라는 3요소 평가로 가능성 높은 종목을 선택, 집중 육성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산업 올림픽에서 '불모지 스타'가 문을 열면 기업은 기술과 서비스로 고객의 참여를 견인해야 한다. 빅데이터, AI, 사용자환경(UI)/사용자경험(UX) 기술이 총동원돼 고객을 만족시키지 않으면 슈퍼스타의 금메달 한 개로 만족해야 하기 때문이다. 박세리의 뒤를 이어 수많은 후배가 골프 경쟁에 뛰어든 것처럼 금메달에 도전하는 많은 기업이 창출돼야 한다. 글로벌 경쟁력의 스타 기업은 탄탄하고 광범위한 기초 위에서 탄생하기 때문이다. 또 고객이 없는 산업은 '팥소 없는 찐빵'이다. 고객 재원으로 시장이 성장하고, 또 다른 고객과 후원자를 유치하는 빌미가 고객으로부터 출발하기 때문이다. 스타 기업이 주도하는 것처럼 보여도 배후에는 항상 환호하는 고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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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동계올림픽은 경기장의 중요성을 여실히 내보였다. 선수들이 공정하게 경쟁하고 자신의 능력을 백분 발휘할 수 있는 전제 조건이 빙판 상태와 엄격한 규칙 적용이었다. 사전에 합의된 규칙 이외의 규제도 일절 없었다. 심지어 국회의원의 작은 특혜마저도 논란이 됐을 정도다. 산업올림픽에도 최소한의 규칙 외 모든 규제를 철폐하고, 기업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정부가 추진하는 샌드박스의 조기 시행으로 규제라는 걸림돌을 제거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공정 경쟁을 위해 갑질 논쟁도 속히 종식시켜야 한다.

정부는 국민의 마음을 읽지 못한 '독단 전략'으로 왕따가 되거나 정쟁에 휘말린 바보로 전락하지 않도록 산업 올림픽의 참모습을 발견하기 바란다. 많은 추억과 불모지에서 스타를 남긴 평창 동계올림픽에 투영된 산업의 성공 요소를 꼼꼼하게 챙겨서 산업 올림픽에서도 금메달 획득의 감격을 누리는 대한민국이 되기를 국민은 기대한다. 산업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쟁취할 기업과 인재 양성, 고객이 만족할 만한 서비스, 공정 경쟁이 보장되는 경기장 조성에 정부와 국민이 함께 진력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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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명 성균관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 tmchung@skku.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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