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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월)

“파느니 물려준다” 증여의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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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가족이 모이는 설 명절. 반드시 즐거운 얘기만 오가는 것은 아니다. 부모 자식 간에 말 못 하면서도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바로 재산 증여, 상속이다. 요즘은 상속 이슈가 불거지기 전 일찌감치 증여를 고민하는 이도 부쩍 늘었다.

실제 서울 강남 부유층 사이에서는 부동산 증여 바람이 불고 있다. 정부가 다주택자들에게 연일 “집을 팔라”며 압박하지만 이들 생각은 다르다. 막상 집을 팔려고 해도 양도세 부담이 크고 집값이 계속 오를 것으로 전망해 보유 주택을 일찌감치 자녀에게 물려주는 경우가 늘었다. 증여는 상속보다 세율이 낮고 지분 쪼개기나 부담부증여 등을 잘 활용하면 세금 부담을 대폭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뿐 아니라 주식, 보험, 펀드 등 금융상품 증여 건수도 많아졌다.

물론 제대로 된 준비 없이 증여한다면 낭패를 볼 수 있다. 정부가 아파트 편법 증여 혐의에 대한 대대적인 세무조사에 나선 만큼 철저한 증여 계획을 세워야 한다. 절세 효과를 높이는 증여 활용법을 살펴본다.

매경이코노미

다주택자 규제 광풍에 부동산 증여 급증

‘집값 상승’ 판단…세금 내느니 자식 준다


서울 송파구 잠실 A재건축 단지에 거주하는 김 모 씨는 요즘 은행 PB들과 수시로 증여 상담을 한다. 송파, 광진구 일대 주택 3채를 보유한 그는 절세 목적으로 아파트 한 채를 자녀에게 증여할까 고민 중이다. 김 씨는 “집값이 계속 오를 텐데 주택을 팔긴 싫고, 그렇다고 마냥 세금만 낼 수 없으니 증여가 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출을 끼고 증여하는 식으로 어떻게든 세금 부담을 줄여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다주택자 규제를 강화하자 증여를 저울질하는 부유층이 부쩍 늘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부동산 증여 건수는 28만2680건을 기록했다. 2016년(26만9472건) 대비 5%가량 증가한 역대 최대 수준이다. 이 중 주택 증여 건수는 8만9312건으로 전년 대비 10% 늘었다.

지역별로는 서울 주택 증여가 1만4860건에 달한다. 서울에서 주택 증여가 가장 많이 이뤄진 곳은 강동구로 1356건이 신고됐다. 2016년(520건) 대비 3배 가깝게 늘었다. 서초구도 1107건으로 급증했다. 재건축 사업이 활발했던 이들 지역 주택 소유자들이 대거 증여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주택뿐 아니라 상가 등 비주거용 건물 증여도 급증했다. 서울의 비주거용 건물 증여 건수는 4464건으로 전년 대비 20%가량 늘었다. 보통 상업용 부동산은 주택보다 증여세 부담이 적다. 주택은 실거래가로 증여세가 부과되지만 상가, 빌딩 등 비주거용 건물은 매입일로부터 2년이 지나면 토지는 공시지가로, 건물은 시가표준액으로 증여세 신고가 가능해 실거래가보다 낮게 증여세를 낼 수 있다. 장경철 부동산일번가 이사는 “다주택자들이 거주 주택 1채를 보유하고 나머지 주택이나 상가, 꼬마빌딩을 자녀에게 증여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집값이 계속 오를 것이라는 믿음 때문에 당분간 증여 건수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매경이코노미

▶서울 주택 증여 지난해 1만4860건 달해

재산가치 오른다면 상속보다 증여 유리

배우자나 자녀에게 재산을 무상으로 물려주는 증여. 사후에 재산을 넘기면 최대 50%가량 상속세 부담을 물지만 증여는 공제 한도만 잘 활용해도 세금 부담을 대폭 줄일 수 있다. 공제 한도까지 10년 단위로 증여하면 증여세를 전혀 내지 않는다. 어차피 자녀에게 증여할 계획이라면 일찍 서두를수록 유리하다는 얘기다.

부동산 증여는 집값이 하락하는 시기에 주로 이뤄진다. 증여세 산정 기준이 되는 집값이 떨어지면 세금 부담이 줄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아파트 가격이 상승세를 이어갔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그만큼 부유층이 증여 수단으로 부동산을 선호하고 있다는 의미다. 정부가 대책을 내놓을수록 오히려 집값이 급등해 ‘참여정부 시절 집값 폭등이 재연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서둘러 부동산 증여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KEB하나은행과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금융자산 10억원 이상 자산가를 대상으로 조사한 ‘2017년 한국인 자산 보고서’에 따르면 상속, 증여 수단으로 부동산이 40%를 차지해 1위로 꼽혔다.

증여할 때 부동산만 고려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앞의 ‘2017년 한국인 자산 보고서’에 따르면 부동산에 이어 현금 예금(30%), 보험(10%)을 비롯해 주식, 채권, 펀드 등 투자형 금융상품(9%)을 선호하는 이들도 꽤 많았다. 금융자산은 부동산과 달리 취득세 등 거래 비용 부담이 없고 증여 금액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다. 덕분에 국내 기업 오너들도 주식 증여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주가가 급락했을 때 자녀에게 주식을 대거 증여하면 배당을 비롯한 투자 수익이 자녀 몫으로 돌아가는 덕분이다. 최근 인기몰이 중인 가상화폐 증여를 고려하는 이들도 부쩍 늘었다는 후문이다.

[특별취재팀 = 김경민(팀장)·배준희·정다운·나건웅 기자 / 일러스트 : 정윤정]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45호·설합본호 (2018.02.07~2018.02.2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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