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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5분할 유닛베개부터 AI베개까지...불면증 벗어나고 싶다면, 베개 바꿔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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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추 깊이, 수면 자세 고려해 베개 선택해야…많이 뒤척이면 ‘유닛 베개’ 추천
4만~40만원대 기능성 베개, 숙면 관심 높아지면서 인기
좋은 베개가 신체 균형 잡아준다? 병원도 베개 시장 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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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자리 코디센 삼성점에 있는 맞춤 베개 체험 존/사진=김은영 기자
얼마 전 MBC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서 개그맨 박나래의 불면증 탈출기가 그려졌다. 깊은 잠을 자지 못해 매일 밤 꿈을 꾼다는 그의 모습은 시청자들로 하여금 웃음과 공감을 자아냈다. 기자도 불면증으로 고민한 적이 있다. 아무리 피곤해도 잠들기까지 시간이 걸려, 늘 수면 부족에 시달렸다. 일자목으로 고생했을 땐 베개를 베는 게 불편해 아예 베개를 사용하지 않기도 했다.

불면증은 많은 이들의 고민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불면증 환자는 65만 명에 달한다. 2011년보다 69% 증가한 수치다. 불면증에 시달리면서도 병원을 찾지 않는 환자를 감안하면 실제 불면증 환자는 1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 숙면 효과부터 신체 균형 잡아주는 베개까지…베개 시장 춘추전국시대

숙면의 가치가 부상하면서 기능성 베개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숙면 효과를 강조한 베개부터 무너진 신체 균형을 바로 잡아준다는 교정용 베개까지 나왔다. 스마트폰 사용으로 일자목이나 거북목으로 불면증에 시달리는 척추질환 환자들이 늘면서, 병원들도 베개 시장에 뛰어들었다. 현재 국내 기능성 베개 시장은 약 1000억원대로 추정된다.

인공지능 베개도 등장했다. 웰크론은 지난해 7월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한 코골이 개선용 베개를 특허 등록했다. 베개에 내장된 인공지능 센서가 코골이 소리를 인지하면, 베개 안 에어백을 팽창시켜 기도를 확보해주는 원리로 올해 상반기 출시될 예정이다.

자생한방병원은 추나베개, 맞춤미학 베개를 출시해 입소문을 탔다. 공기가 통하는 오픈셀 소재로 한의학에서 말하는 두한족열(頭寒足熱)을 실현했다는 게 이 병원의 설명. 가누다 베개는 물리치료에 적용되는 도수치료 기법과 두개천골요법(CTS)을 베개에 접목해 수면장애를 개선해준다. 마사지사 김무열 원장이 개발한 굿잠 베개는 지압 효과를 주는 베개로 특허를 받으며 홈쇼핑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유지형 이브자리 홍보팀 대리는 “숙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베개 판매 단가가 높아졌다. 기능성 베개, 타퍼, 구스이불 등을 포함한 기능성 침구류의 매출은 2016년 17%에서 2017년 25%, 올해 35%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 경추 깊이와 수면 자세 고려해 베개 선택해야

내게 맞는 베개를 찾으려면 일단 나의 수면 패턴을 알아야 한다. 서울 삼성동에 위치한 이브자리 코디센을 방문해 수면 컨설턴트의 도움을 받아보기로 했다. 이곳에서 취급하는 베개는 소재, 내장재, 높이 등에 따라 100가지가 넘는다.

상담을 통해 나의 수면 패턴을 살펴보는 게 첫 번째 순서다. 컨설턴트는 잠자는 자세는 어떤지, 베개가 불편한 이유는 무엇인지, 잠을 잘 때 무엇을 깔고 자는지, 현재 사용하는 베개는 어떤 모양인지 등을 물었다. 이어 경추(목뼈) 자를 이용해 경추 깊이를 측정했다. 경추 깊이란 머리와 등을 수직으로 내렸을 때 생기는 굴곡의 깊이를 말한다. 기자의 경추 깊이는 1.46cm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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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소희 이브자리 수면 컨설턴트가 경추 깊이를 측정하는 시범을 보이고 있다./사진=김은영 기자
숙면을 위해서는 경추가 편하게 받쳐줘야 한다. 경추 높이보다 베개가 높으면 목이 꺾이고, 낮으면 목과 베개 사이에 틈이 생겨 힘이 과도하게 들어간다. 따라서 편한 자세로 누웠을 때 베개와 머리, 경부 사이에 만들어 주는 틈을 메워주는 높이의 베개를 사용해야 잠을 깊이 잘 수 있다. 이브자리 수면환경연구소가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한국인의 평균 경추 높이는 남성은 2.14cm, 여성은 2.03cm였다.

컨설턴트는 몇 가지 베개를 추천했다. 먼저 베개의 구역을 5개로 나눈 ‘5분할 유닛베개’를 추천받았다. 목이 베개에 닿는 부분과 후두부가 닿는 부분, 머리를 옆으로 누일 때 닿는 좌우 유닛의 높이가 모두 다르게 설정됐다. 폴리에틸렌으로 만든 작은 파이프가 내장재로 들어가 자세를 바꿀 때마다 베개와 머리 사이의 틈을 메꿔준다.

처음엔 파이프가 들어간 베개가 썩 내키지 않았다. 시계의 초침 소리가 거슬려 침실에 시계를 두지도 않는 몹쓸 예민함 때문이다. 파이프의 울퉁불퉁함이 느껴지지 않을까, 움직이는 소리가 시끄럽진 않을까 염려됐다. 하지만 막상 사용해보니 내장재로 인한 불편함은 없었다. 오히려 머리와 목의 굴곡에 따라 베개가 채워지니 포근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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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구역으로 나뉜 ‘유닛 베개’, 구역마다 지퍼가 달려 사용자가 직접 내장재를 조정할 수 있다./사진=김은영 기자
라텍스로 제작된 메모리폼 베개도 있다. 경추와 후두부가 닿는 위치에 맞춰 굴곡이 들어간 형태다. 메모리폼은 중력에 따라 아래로 쏠리는 체압을 분산해 경추를 편하게 지지하는 효과가 있다. 누워보니 머리가 스르르 빨려 들어간다. 홍 컨설턴트는 “메모리폼 베개는 반듯하게 누워 자는 이들에게 추천한다. 단, 다른 소재에 비해 통기성이 약해 열을 모으기 때문에 열이 많은 사람에게는 추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 자면서 20~30회 자세 바꿔…다양한 자세에 적합한 ‘유닛 베개’

경추 깊이에 이어 중요한 것은 수면 자세다. 똑바로 누워 자는 사람은 경추 깊이를 채워줄 수 있는 베개로 목에 하중이 적게 들어가도록 하고, 옆으로 누워 자는 사람은 어깨높이를 고려해 조금 높은 베개를 베는 것이 안정적이다. 이 경우 죽부인처럼 양팔과 다리 사이에 끼우는 바디 베개를 함께 사용해도 좋다.

하지만 자면서 한 자세를 유지하는 사람은 드물다. 홍 컨설턴트는 “대부분 자는 동안 20~30회 이상 자세를 바꾸며 편한 수면 자세를 찾는다. 이를 고려해 자세가 바뀔 때마다 안정적인 수면을 취할 수 있는 유닛 베개를 추천한다”고 말했다.

기능성 베개의 가격은 4만원부터 40만원대까지 다양했다. 보통 4~7만원대의 베개로 입문해 점차 고가의 베개를 찾는다고. 최근엔 호텔 침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푹신한 구스 베개도 인기를 끌고 있다. 기자는 이날 부드러운 파이프가 들어간 유닛 베개를 선택했다. 가격은 11만원 선이었다.

한편, 목주름을 방지하기 위해 베개를 베지 않고 자는 사람들도 있다. 전문가는 “높은 베개를 장시간 베면 목 근육의 긴장이 지속돼 목에 주름이 생긴다. 하지만 베개를 베지 않고 자면 얼굴과 목이 뒤로 젖혀져 목에 무리가 갈 수 있으니, 적당한 높이의 베개를 벨 것”을 당부했다. 오히려 베개를 베지 않으면 혈액순환이 잘 안 되어 다음날 얼굴이 퉁퉁 붓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조언이다.

[김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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