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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한국기업 희생양 되나"... 반도체ㆍ차도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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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발 관세폭탄, 업계 비상 세탁기ㆍ태양광 이어 확산 조짐 GM 군산공장 폐쇄 FTA 악재로

국내 산업계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보호무역 태풍’에 휘말리면서 ‘초비상’이 걸렸다.

새해 벽두부터 세탁기와 태양광 셀·모듈이 ‘관세폭탄’을 맞은 데 이어 반도체와 자동차, 철강 등 국내 수출의 핵심 분야도 오늘내일 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으로 인한 내상이 가시지도 않은 상황이어서 일부 업계에는 ‘치명타’가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기준 국내 전체 수출액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0%대 초반으로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크다.

◆美, 예상 뛰어넘는 한국산 철강 규제에 '당혹'
18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최근 한국을 포함한 외국산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대해 대대적인 무역규제를 가하는 방안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안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4월 행정각서 서명을 통해 발령한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한다. '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되면 수입제한이 가능하도록 하는 규정이다.

국내 철강업체들은 무역확장법 232조의 희생양이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수입 철강에 대한 규제를 계속 늘려왔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비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면서도 "하지만 더 센 극약 처방이 나오게 돼 피해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푸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번 권고안이 확정되면 이미 오를 대로 오른 국내 철강제품에 대한 관세가 더 높아져 수출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며 "우리 정부와 긴밀히 협의해 영향을 최소화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를 철강 부문의 문제로만 국한해 보고 있지 않다. 이를 계기로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주의가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실제 부시 행정부의 이코노미스트 출신이자 현재 시카고 카운슬 국제문제협의회(CCGA) 무역 전문가인 필 레비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무역확장법 232조 발동에 대해 "국가안보라는 명목으로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문을 연 것"이라며 "글로벌 무역전쟁의 문을 연 셈"이라고 밝혔다.

◆반도체·자동차 등 수출 주력품목으로 확산 조짐
이미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세탁기 수출에는 ‘비상’이 걸린 상태다.

미국 정부가 지난달 22일 한국산 세탁기와 태양광 제품에 대한 세이프가드를 발동하기로 최종 결정했기 때문이다.

삼성과 LG전자를 비롯한 외국산 가정용 세탁기에 대해서는 저율관세할당(TRQ) 기준을 120만대로 설정하고, 첫해에는 120만대 이하 물량에 대해선 20%, 이를 초과하는 물량에는 50%의 관세를 부과하도록 했다.

또 한국 등에서 수입한 태양광 제품에 대해서는 2.5기가와트를 기준으로 1년 차에 30%, 2년 차 25%, 3년 차 20%, 4년 차 15%씩의 관세를 부과키로 했다.
국내 수출을 견인하고 있는 반도체와 자동차 부문도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미국이 다음 ‘타깃’으로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미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지난달 19일(현지시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이 생산한 SSD(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와 적층 전자부품, 이들을 활용한 메모리 제품이 미국 특허권을 침해했는지 '관세법 337조' 조사를 시작했다.

관세법 337조는 미국 내 상품의 판매와 수입 관련 불공정행위에 대한 단속 규정이다. ITC는 이 조항에 따라 미국 기업이나 개인의 지적재산권을 침해한 제품의 수입금지나 판매금지를 명령할 수 있다. 이번 조사는 미국 반도체 기업인 비트마이크로의 제소에 따른 것이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이 세탁기를 미국에 덤핑하고 있다'고 노골적으로 주장한 것처럼, 반도체 부문도 직접적으로 언급될 경우 주요 타깃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문제가 걸려 있는 자동차업계도 불안감이 적지 않다. 한국GM의 군산공장 폐쇄 결정이 한·미 FTA 개정 협정 등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GM의 경영 위기는 우리 시장이 미국 자동차 업계에 닫혀 있다는 미국 측 주장을 뒷받침하는 데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GM 군산공장 폐쇄 결정을 곧바로 한·미 FTA를 비판할 기회로 활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3일 여야 상·하원 의원들을 백악관으로 초청한 자리에서 "한·미 FTA를 공정하게 협상하거나 폐기할 것"이라며 "그러나 우리가 그렇게 하기 전에 GM이 벌써 디트로이트로 돌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FTA 관련 규정 개정과 추가적인 수입규제 조치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며 “정부와 기업이 머리를 맞대고 적극적으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진희ㆍ류태웅 기자 sadend@ajunews.com

유진희 sadend@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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