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기준초과 0.1~0.7%뿐이라는데 실제론 최고 50% 달해]
- 서울대 연구팀 37일간 재보니
미세먼지 등 WHO 기준치 넘어 "조사 대비 환기시간 등 줘 허점"
- 일부 지자체, 정부 측정법 불신
실시간 공기질 측정기 따로 설치… 기준치 넘으면 정화기 가동 권고
환경부는 환경 기준을 초과한 어린이집이 전체의 0.1~0.7%에 불과하다고 주장하지만, 실제 초과율은 14~50%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실내 공기 질 측정업체가 어린이집에 공기 질 측정일과 측정 시간을 미리 알려주고 측정에 나서는 등 요식적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공기 질 기준 초과율 실제론 훨씬 높다
어린이집을 비롯한 다중 이용 시설 소유주는 1년에 한 차례 실내 공기 질을 측정해 지자체에 보고하도록 현행 실내공기질관리법에 규정돼 있다. 어린이집은 이용 시간(오전 9시~오후 6시)에 미세 먼지는 6시간 이상, 이산화탄소는 1시간 동안 재야 한다.
환경부에 따르면, 이 측정 방식으로 전국 어린이집 5476곳 중 833곳에 대한 실내 공기 질을 점검(2016년 기준)한 결과, 미세 먼지 농도가 실내 공기 질 기준(1㎥당 100㎍)을 초과한 경우는 6건(0.7%), 이산화탄소 기준치(1000ppm) 초과는 한 건(0.1%)이었다. 전국 대다수 어린이집은 공기 질이 양호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서울대 보건대학원 이기영 교수팀이 국립환경과학원과 민간 기상업체인 케이웨더와 공동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는 이와 딴판이었다. 이 교수팀은 최근 한국환경보건학회지에 게재한 논문을 통해 "수도권 어린이집 46곳에서 매일 9시간(오전 9시~오후 6시)씩 37일간 공기 질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한 결과 일평균 미세 먼지 농도가 기준치를 넘은 경우는 13.8%, 이산화탄소 초과율은 50.4%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이 기간 중 미세 먼지 전체 평균은 67.6㎍으로 환경부 기준(100㎍)보다는 낮았지만 세계보건기구(WHO) 권고 기준(25㎍/㎥)보다는 배 이상 높았다. 이산화탄소 평균 농도는 1042.7ppm으로 기준치를 넘었다. 집중력이 떨어지고 몽롱해지는 등 신체 변화가 일어날 수 있는 1500ppm을 넘는 경우도 19.4%에 달했다.
이 교수팀은 논문에서 "환경부 측정 방식대로 하루 한 차례만 공기 질을 측정하면 미세 먼지와 이산화탄소 기준 초과율이 각각 0%, 2.7%로 실시간 모니터링보다 훨씬 낮게 나왔다"면서 "1년에 한 번 측정하는 방식은 어린이집의 장기간 실내 공기 질을 대변하기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어린이집 관리자도 "실내 공기 질 측정일과 측정 시간을 민간 측정업체와 미리 약속하기 때문에 측정 나오기 전에 한 번이라도 더 환기하는 등 조치를 한다"고 말했다. 현행 측정 방식에 허점이 있다는 것이다.
◇"환기 자주 하고 측정법 바꿔야"
일부 지자체는 학부모들의 어린이집 공기 질 걱정을 덜기 위한 조치에 나섰다. 서울 서초구는 지난해 4500만원 예산을 들여 관내 어린이집 전체(202곳)에 실시간으로 공기 질을 재는 기기를 설치했다. 인터넷과 연결해 실시간으로 어린이집의 실내 공기 질을 확인할 수 있다. 서초구청 최승희 주무관은 "하루 두 세 차례 공기 질 현황을 확인하는데 일주일에 한두 차례는 기준치를 넘는다"면서 "그러면 어린이집에 환기하라고 전화로 알려주거나, 외부 공기가 나쁠 때는 공기 정화기를 가동하도록 권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간 기상업체 케이웨더의 차상민 공기지능센터장은 "현행법에 따르면 평소와는 다른 환경에서 공기 질을 잴 가능성이 높다"면서 "어린이집은 되도록 자주 환기하는 등으로 노력해야 하고 정부는 어린이집의 실제 공기 질 실상을 제대로 잴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효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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