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상 논설위원 |
그룹이 해체되며 시장에 나왔던 옛 대우 3형제, 한국GM(옛 대우자동차)·대우조선해양(옛 대우중공업 조선 부문)·대우건설이 아직도 자리를 못 잡고 있다. 시장이 좋을 때는 정상을 찾는다 싶더니, 20년 세월을 돌고 돌아 다시 우리 경제의 아킬레스건이 될 태세다. 한국GM은 일자리를 볼모로 정부 지원을 압박하고 있고, 대우조선해양은 공적 자금으로 버티고 있다. 대우건설도 예기치 못한 부실이 튀어나오면서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하나같이 매각 과정이나 회생 과정에서 막대한 국민의 돈이 들어간 곳들이다. 한번 엉클어진 경제 문제의 그늘이 이렇게 길고 짙다. 역사에서 가정법은 없다지만 김우중식 해법의 결과는 어땠을까 하는 궁금증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성공했다면 외환위기 극복 과정에서 우리 국민이 겪었던 고통이 조금이나마 줄어들었을까. 부실기업의 대주주 혹은 주요주주가 된 산업은행이나 그 뒤에 있는 정부의 못 미더운 관리 솜씨를 보면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DJ와 김우중 회장이 만나기 딱 한 달 전 일본계 노무라증권은 ‘대우에 비상벨이 울리고 있다’는 보고서를 냈다. 보고서가 발표되자 국내외 금융기관이 자금 회수에 나서면서 결국 대우는 회복 불능 상태가 됐다. 경고가 아니라 자기실현적 예언이 되고 만 것이다. 경제에서 벨이 울릴 정도가 되면 이미 손 쓸 수가 없다는 역설이기도 하다. 지금 한국 경제를 둘러싼 상황이 심상찮다. 바다 건너에서는 지나치게 높은 집값과 주가를 걱정하며 풀린 돈을 슬슬 거둬들인다. 하지만 우리는 1400조원의 가계부채 위에 앉아서도 태평하다. 아직 펀더멘털은 괜찮다고 되뇌던 외환위기 전 상황이 떠오른다. 벨 소리가 들리면 이미 늦었다.
이현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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