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 시대, 혼밥족을 위한 공간. 바로 편의점을 빗댄 말이다. 어느 순간 거리마다 편의점이 없는 곳이 없다. 너무 많다 보니, 있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도 든다. 요즘 편의점은 정말 다양하다. 도시락과 같은 제품부터 택배와 은행 그리고 세탁서비스까지 이용할 수 있다. 흡연자 절반 이상은 담배 구입을 위해 편의점을 찾는다. 그만큼 편의점은 우리 일상생활에 없어서는 안될 필수불가결한 존재로 자리를 잡았다.
편의점은 언제부터 우리 주위에 자리 잡았을까. 1989년 5월, 1년 365일 하루 24시간 내내 물건을 파는 가게가 서울 송파에 생겼다. 당시 언론은 ‘구미식 구멍가게’ ‘심야 만물 슈퍼’란 별칭을 붙여 소개했다. 30년 전 편의점의 시작이었다. ‘편의점 왕국’ ‘편의점 나라’로 불리는 일본은 1974년 도쿄에서 세븐일레븐이 처음 문을 열었다. 사실 1927년 미국 텍사스에서 처음 개점할 때 오전 7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영업한다는 뜻으로 ‘세븐일레븐’이라고 상호를 정했지만, 이후 거짓말이 되었다. 24시간 내내 영업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편의점 1개당 인구는 한국이 일본과 미국에 비해서도 많다. 1998년 IMF 외환위기 이후 퇴직자 사이에서는 ‘만만한 게 편의점’ 운영이었다. 창업비용이 여타 프랜차이즈에 비해 적기 때문이다. 한때 편의점은 ‘퇴직자의 꿈’이었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편의점 수익률은 점차 하락세다. 전체 시장은 커졌지만, 점포 간 경쟁이 과열되면서 수익은 점점 줄고 있다. 일부 편의점은 가맹본사에 내는 로열티가 인건비보다 많은 곳도 있다. 그래서인지 “더는 못 버텨”라는 말을 쉽게 들을 수 있다. 그럼에도 ‘연중무휴 24시간 의무영업’ 가맹계약에 따라 손님이 없는 심야시간에도 영업을 해야 한다. ‘갑’과 ‘을’의 관계에서 본사 눈치를 봐야 하는 점주들은 어디다 하소연도 못한다. 건강이 악화되어 폐점을 하고 싶어도 못한다. 가맹본부에 지불해야 할 위약금 때문이다.
자주 가는 동네 편의점 사장에게 물어보니 지난 몇 년간 명절에 단 한번도 쉰 적이 없다고 한다. 2013년 개점을 했으니 잘 버틴 편이다. 그런데 2013년은 프랜차이즈 편의점 점주들이 생활고로 잇단 자살을 하던 해다. 국내 최대 편의점 대표가 대국민 사과까지 했었다. 그러나 5년이 지난 지금 변한 것은 무엇인가. 공정거래위원회가 ‘부당한 영업시간 구속’을 명시한 것의 조정을 피력한 정도다. 가맹본부가 정상적인 거래관행에 비추어 부당하게 가맹점주의 영업시간을 구속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된다는 규정은 실효성에 의문이 많다.
오히려 가맹본부는 심야시간이나 명절 연휴기간 영업은 고객들이 더 원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핑계를 댄다. 본질이 아닌 이유들이다. 그래서 편의점 영업시간 단축 규정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
주의를 조금만 밖으로 돌리면 그 사례를 찾을 수 있다. 한국의 편의점과 비슷한 독일 ‘키오스크(Kiosk)’는 매주 일요일 정기 휴점이다. 최근 일본 패밀리마트는 고객이 적은 점포를 대상으로 심야시간 영업 중단을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교토를 비롯해 6개 지자체는 편의점 영업시간 규제도입 시도도 했다. 프랑스는 독립 자영업자들에게 프랜차이즈 본사와 협상할 권한까지 주고 있다.
유럽 몇몇 나라들은 아직도 일요일 정기휴점을 유지하고 있다. 공항이나 관광지 등 일부 예외지역을 제외하면 영업시간도 규제한다. 영업시간 규제나 의무휴업이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치사회적 배경 이외에도 노동자와 중소 상공인들의 건강 보호 때문이다. 편의점 점주나 가족들은 1주일에 65시간 넘게 일한다. 세계 최장시간 노동은 자영업자와 무급 가족 종사자들이 더 심각하다. 이제 곧 설 연휴가 시작된다. 소박하지만 명절 하루라도 편의점 점주들이 쉴 수 있으면 좋겠다. 최소한 심야영업 시간의 조정 정도는 검토해야 한다. 그리 어렵지 않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가맹사업법 시행령에 ‘편의점 명절 휴점’ 조항을 추가하면 된다. 물론 시민과 고객의 불편함은 있다. 그래서 과거 동네 약국처럼 지역 거점별로 순번을 정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한 번의 불편함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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