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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2 (일)

韓 검찰서도 '미투'?…현직 女검사 "8년 전 법무부 간부에 성추행당했다"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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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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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여검사가 전직 검사장급 인사에게 성추행을 당했고, 이후 인사상 불이익까지 받았다고 주장하는 글을 검찰 내부통신망에 올렸다.

29일 검찰에 따르면 지방의 한 지청 소속 A검사는 이날 오전 검찰 내부 통신망 ‘이프로스(e-Pros)’에 글을 올려 8년 전 자신이 성폭력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A검사는 “2010년 10월 30일 한 장례식장에서 법무부 장관을 수행하고 온 당시 법무부 간부 B검사로부터 강제 추행을 당했다”며 “공공연한 곳에서 갑자기 당한 일로 모욕감과 수치심이 이루 말할 수 없었다”고 했다.

그는 “당시만 해도 성추행 이야기를 꺼내기 어려운 검찰 분위기와 성추행 사실이 언론에 보도될 경우 검찰 이미지 실추 및 피해자에게 가해질 2차 피해 등의 이유로 고민하던 중 소속 검찰청 간부들을 통해 사과를 받기로 했지만 어떤 연락도 받지 못했다”고 했다.

A검사는 이후 검찰총장 경고를 받은 뒤 원치 않는 인사 발령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갑자기 사무감사에서 다수 사건을 지적받고, 사무감사 지적을 이유로 검찰총장 경고를 받고, 검찰총장 경고를 이유로 전결권을 박탈당하고, 검찰총장 경고를 이유로 통상적이지 않은 인사발령을 받았다”면서 “인사 발령의 배후에는 B검사가 있다는 것을, 성추행 사실을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이었던 C검사가 앞장서서 덮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썼다.

검찰 조직의 행태도 비판했다. A검사는 “너무나 부당하다고 이야기하고 싶었으나 많은 사람이 말렸다”며 “저는 그저 제 무능을 탓하며 입 다물고 근무하는 외에 달리 방법이 없었다”고 했다. 이어 “성추행 사실을 문제 삼은 여검사에게 잘나가는 남(男) 검사의 발목을 잡는 꽃뱀이라는 비난이 쏟아지는 것을 자주 봤다”며 “우리는 언제까지 그 썩어빠진 것들 그냥 살라고 내버려 두라는 소리를 들어야 하는 걸까”라고 했었다.

A검사는 “10년 전 한 흑인 여성의 작은 외침이었던 미투(Me too) 운동이 전 세상을 울리는 큰 경종이 되는 것을 보면서, (이 글이) 우리 스스로 내부로부터의 개혁을 이룰 수 있는 작은 발걸음이라도 된다면 하는 소망”이라며 “미래의 범죄에 용기를 줘서는 안 되겠다는 간절함으로 이렇게 힘겹게 글을 쓰고 있다”고 했다.

추행 당사자로 지목된 전직 간부 B씨는 “오래전 일이라 정확하게 사실관계를 기억하지 못해 당시 동석자들을 상대로 경위를 파악 중”이라며 “그 일과 관련해 사과 요구를 받은 일은 없으며, 해당 검사에 대해 불이익을 줬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미투 캠페인은 지난해 10월 뉴욕타임스의 하비 와인스틴 사건 폭로로 시작됐다. 할리우드의 거물 제작자인 와인스틴이 수십년에 걸쳐 성추행을 저질러 왔다는 내용이다. 뉴욕타임스의 보도 여성들이 겪은 성희롱·성폭행 사건을 고발하는 미투 캠페인은 미국 전역은 물론 전 세계로 확산됐다.

[오경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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