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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단독] 노조 입김 세지는 국민연금, 노동이사제 도입에 인사도 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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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코드 맞추기 지나치다는 우려도

지난해 11월 KB금융 주주총회에서 노조 추천 사외이사 도입에 찬성표를 던져 논란을 샀던 국민연금공단이 노동이사제 도입을 준비 중이다. 미리 도입안을 마련해 뒀다가 법 개정이 이뤄지면 공공기관 중 가장 먼저 노동이사제를 시행하겠다는 것이다.

또 국민연금 노조는 공단 인사제도 개선과 국내외 연수자 선발 과정 등에도 관여할 수 있게 됐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국민돈 600조원을 책임지는 국민연금의 지나친 정치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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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제공



18일 정부와 국민연금 관계자 등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올해 상반기 중 완성을 목표로 노동이사제 도입안을 마련하고 있다. 노동이사제는 노동조합과 같은 노동자 대표가 경영에 직접 참여하는 제도를 말한다.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 가운데 하나다. 정부는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올해부터 각 공공기관에 노동이사제를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개정안에는 ‘공기업 및 준정부 기관의 비상임 이사에는 근로자 대표 및 시민단체가 각각 추천한 사람이 1인 이상씩 포함돼야 한다’는 조항이 신설된다.

만약 이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올해 하반기부터 공공기관들은 최소 2명 이상의 노동이사를 임명해야 한다. 그러나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이 개정안 통과를 반대하고 있어 국회 통과 여부는 불투명한 상태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12월 26일 노사협의회를 열어 ‘노동이사제 도입에 관한 건’을 의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국민연금 노조는 “공단 운영의 투명성과 민주성을 강화해 사회 공공성 증진에 기여해야 한다”며 노동이사제 도입을 강력하게 주장했다. 결국 공단과 노조는 법 개정 후 즉시 도입을 목표로 올해 상반기 중 노동이사제 도입안을 완성하기로 합의했다.

앞서 국민연금은 지난해 11월 20일 열린 KB금융(105560)임시 주총에서 노조 추천 사외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 찬성표를 던졌다가 ‘정권 코드 맞추기’ 비판에 휩싸인 바 있다. 국민연금은 KB금융의 최대주주다. 해당 안건은 외국인 주주 등의 반대로 결국 부결됐다.

이번 노사협의회에서 국민연금 노조는 노동이사제 도입뿐 아니라 총 13건의 안건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단은 노조 요구를 대부분 수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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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20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에서 진행된 KB금융 임시 주주총회의 모습. 이날 주총에서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은 노조 추천 사외이사 선임에 찬성표를 던졌다. / 연합뉴스 제공



일례로 국민연금 노사는 올해부터 사측과 노조 관계자가 동일한 수로 참여하는 ‘조직발전위원회’를 운영하기로 했다. 조직발전위원회는 근무평정제도, 3급 심사승진제도 등 인사 관련 주요 안건에 관한 노사합의안을 마련하는 조직이다. 인사제도 개선 과정에 노조가 참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노조는 S(10%)·A(20%)·B(40%)·C(20%)·D(10%) 등 총 5개 등급으로 분류된 현행 지사별 성과 평가 분포도에서 중간 영역인 B등급 비중을 확대해 달라고 요구했다. 공단은 A와 C등급을 15%로 각각 5%포인트씩 축소하고 B등급을 50%로 10%포인트 확대하는 방안을 경영평가위원회에 제안하기로 약속했다.

또 국민연금은 국내 장기 위탁교육이나 국외 연수 파견자 선발 과정에 노조 의견이 반영되는 안건에 대해서도 합의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공공투자 강화 등 국민연금에 대한 정치권의 입김이 강해지는 상황에서 공단 내부적으로도 노조의 입김이 지나치게 세지면 기금운용 등 독립성이 보장돼야 하는 업무영역도 방해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민간 자산운용사의 한 고위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기금 투자 방향성이 수익성에서 공공성으로 옮겨가는 분위기에 대한 시장 우려가 꽤 크다”며 “공단 운영 방식까지 정권 색채를 너무 닮아가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 관계자는 “비상임 이사인 노동이사는 공단내 이사회에는 참여할 수 있지만 기금운용위원회에는 포함되지 않는다”며 “기금운용 수익성에는 별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준범 기자(bbeom@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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