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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9 (화)

수단·이집트 갈등에 불붙인 ‘터키 야심’…홍해가 끓어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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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탐내는 터키, 수단 전략요충지 수아킨섬 99년 임대

수단과 ‘영유권 분쟁’ 이집트, 국경에 병력 배치 ‘긴장 고조’

카타르 단교 사태로 불거진 걸프지역 위기, 홍해 일대로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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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아프리카 홍해 지역 정세가 심상찮다. 수단과 이집트 두 나라 사이의 갈등에 외부 세력 터키가 개입하면서 지역 전반의 안정을 위협하는 문제로 커졌다. 지난해 카타르 단교 사태 이후 불거진 걸프 지역 갈등이 북아프리카로 옮겨붙는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 홍해 위협하는 에르도안의 야심

우선 살펴야 할 것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다. 알자지라는 지난 9일(현지시간) “에르도안의 지난달 수단 방문 이후 홍해 지역 긴장에 불이 붙었다”고 보도했다.

에르도안은 지난달 24일 북아프리카 3개국 순방을 시작하면서 수단 하르툼을 첫 방문지로 택했다. 에르도안은 오마르 알바시르 수단 대통령과 협력 강화를 약속하며 13개 부문에서 합의했다. 특히 홍해의 작은 섬 수아킨을 99년간 임대하기로 한 합의의 파장이 컸다. 수단과 국경을 맞댄 이집트, 그리고 홍해 너머의 사우디아라비아가 민감하게 반응하고 나섰다.

수단 동북부 수아킨은 전략적 요충지다. 에르도안은 수아킨을 역사관광지로 개발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이집트와 사우디는 해석이 다르다. 이집트 일간 알아흐람은 수아킨에 해군 기지를 설치하는 데 터키와 수단이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사우디 일간 알오카즈는 “아프리카 대륙을 향한 터키의 탐욕에는 끝이 없다”고 보도했다.

이집트와 사우디는 북아프리카를 향한 터키의 야심이 부담스럽다. 에르도안은 2005년 알자지라 기고문에서 “아프리카는 젊고 활기찬 인적 자원과 풍부한 지하 자원, 비옥한 토지를 갖춘 축복받은 대륙”이라고 적었다. 같은 해 그는 ‘아프리카의 해’를 선포했다. 이후 지금까지 아프리카 전역에서 터키 대사관은 12개에서 38개로 늘었다.

에르도안은 지난해 9월 북아프리카 소말리아에 군사 훈련 기지를 건설했다. 아프리카로 향하는 터키의 전초 기지로 해석됐다. 이런 상황에서 의도가 의심스러운 수아킨 임대 합의까지 나왔다.

에르도안이 “오스만제국의 영광을 재현하겠다”며 강력한 민족주의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는 점에서도 아프리카는 매력적인 땅이다. 과거 오스만제국 영토 절반은 북아프리카에 분포했다. 이번에 수단과 임대 합의를 맺은 수아킨섬도 과거 오스만의 항구 도시였다. 중동전문매체 알모니터는 “에르도안의 오스만 드림이 홍해 지역에서 폭풍우를 일으키고 있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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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단은 왜 터키와 손잡았나

수단은 이집트와 분쟁 중이다. 1956년 수단 독립 이후 두 나라는 할라이브 삼각지대 영유권을 놓고 다퉈왔다.

할라이브는 이집트 남부와 수단 북부 접경지대에 위치하며 홍해와 면한다. 이집트가 실효지배 중이지만 수단은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

나일강 수자원을 둘러싼 입장 차이도 두 나라 갈등을 키웠다. 나일강 상류에 있는 에티오피아가 2011년 아프리카 최대 규모인 ‘그랜드에티오피아르네상스댐(GERD)’ 건설 계획을 발표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강 하류의 이집트는 ‘수자원 안보’를 우려하며 댐 건설에 격렬하게 반대했다. 그러나 수단은 같은 강 하류에 위치하면서도 이집트와 달리 에티오피아를 지지했다. 댐이 완공되면 더 많은 관개용수를 확보할 수 있고, 홍수 예방에도 크게 도움이 된다고 봤다. 수단은 아프리카 최대 곡창국가다. 남수단 분리독립으로 석유 자원 대부분을 상실한 이후 농업 경제에 사활을 걸었다.

수단은 최근 들어 오랜 외교적 고립에서 벗어나고 있다. 지난해에는 20년간 계속돼 온 미국발 경제 제재도 끝이 났다. 이 기회를 맞아 지역 내 목소리를 높이려 한다. 나일강 수자원과 영유권 문제 등을 놓고 싸워온 이집트가 첫 타깃이 됐다.

지난해 4월 수단 외무장관은 공식성명을 내고 이집트에 할라이브 영유권 협상을 요구했다. 협상에 응하지 않으면 국제사회에 중재를 요청하고 국제법에 따라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경고했다. 이집트가 요구를 거부하자, 수단은 이집트산 농산물 금수조치로 맞섰다. 무비자 협정을 깨고 수단 입국 전 비자 발급을 의무화하는 조치도 단행했다.

수단은 이집트와의 분쟁에서 목소리를 높이기 위해 힘있는 외교 파트너를 찾았다. 북아프리카 영향력 강화를 위해 지역 우방을 구하던 터키와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

■ 에티오피아·에리트레아도 불똥

이집트는 지난 4일 에리트레아에 중무장 병력을 배치했다. 에리트레아는 서쪽으로 수단과 접하는 나라다. 수단 국경 가까이에 병력을 풀어 압박에 나선 것이다. 미들이스트모니터는 이집트의 병력 배치는 수단이 터키에 수아킨섬을 임대하기로 한 결정에 따른 대응이라고 이날 보도했다.

수단은 카이로 주재 자국 대사를 소환했다. 6일에는 에리트레아 방면 국경을 폐쇄하고, 이 지역에 추가 병력을 배치했다. 알자지라는 15일 “수단이 에리트레아 국경에 계속해서 더 많은 병력을 배치하고 있다”면서 “홍해 지역 긴장도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역사적으로 오래 부딪쳐 온 에리트레아와 에티오피아도 이집트 군 병력 배치 이후 양국 갈등에 휘말리고 있다. 알자지라는 “에리트레아가 이집트 병력을 열렬히 환영했다”고 9일 보도했다. 나일강 댐 문제로 수단은 물론 에티오피아와도 관계가 틀어진 이집트 세력을 이용해 갈등의 골이 깊은 에티오피아를 견제하겠다는 계산이다. 에리트레아와 이집트 양국 정상은 10일 카이로에서 따로 회담도 열었다.

에리트레아는 30년 무장 투쟁 끝에 1993년 에티오피아로부터 독립했다. 두 나라는 1998년 다시 전쟁을 벌였고, 지금도 긴장관계다. 이집트가 에리트레아에 병력을 보내자 에티오피아 역시 에리트레아 국경 지대에 추가 병력을 배치했다.

■ 카타르 단교 사태의 연장?

지금 홍해 지역 긴장은 크게 이집트·사우디·에리트레아 그리고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 수단·터키·에티오피아가 대립하는 구도다. 지난해 카타르 단교 사태 때 대립 구도와 일치한다.

사우디는 지난해 6월 카타르 단교를 주도했다. 이집트와 UAE 등 아랍권 5개국이 함께했다. 에리트레아도 사우디 등의 최초 단교 선언 일주일 만에 단교 대열에 합류했다. 반면 터키는 중재자 역할을 표방하면서도 실상 카타르를 지원했다. 사우디 등이 단교를 선언하고 이틀 만에 의회에서 카타르 파병·주둔안을 통과시켰다.

그간 걸프 지역 내부 분쟁에 중립을 고수해온 수단도 카타르 편을 들었다. 이집트가 단교에 동참하라고 요구했지만, 수단은 카타르와 관계를 끊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오히려 터키와 연계해 카타르와 관계 강화에 나섰다. 지난달 에르도안 방문 당시 카타르 군 참모총장도 수단을 찾았다. 3개국 군 수뇌는 하르툼에 모여 군사 협력 강화를 논의하는 회담을 열었다.

에티오피아 역시 단교 사태 이후 카타르와 더 밀착했다. 댐 문제로 갈등 중인 이집트, 이집트와 친밀한 관계인 UAE가 반카타르 노선이라는 영향이 컸다.

이집트와 수단 양국 갈등으로부터 시작된 지역 긴장이 얼마나 더 심각한 수준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예측하기 어렵다. 수단인간개발센터 알하즈 하마드 국장은 13일 미들이스트아이 인터뷰에서 “이집트와 수단 두 독재국가는 그저 나라 안 불만을 바깥으로 돌리려 할 뿐”이라면서 양국이 일종의 ‘적대적 공생’ 관계라고 지적했다. 무력 충돌 같은 심각한 단계까지 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런던대 중동전문가 아메드 아담 연구원은 13일 알자지라 기고문에서 카타르 단교 이후 불거진 걸프 지역 위기가 이미 북아프리카 나일강 지역으로 확대된 것은 분명하다고 적었다. 그는 향후 수아킨섬에 정말로 터키 군 기지가 들어서면 세력 간 대립도 한층 격화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이어 북아프리카 지역이 카타르 단교 이후 불거진 위기로 일종의 대리전에 휘말릴 수 있다면서 “아프리카연합이나 동아프리카정부간개발기구(IGAD) 같은 곳에서 시급히 개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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