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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9 (화)

아르헨 또 빠진 남미 순방…교황은 왜 모국을 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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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페루만 일주일 일정…대통령 악연 등 추측 부인

“정략적 이용당할 가능성…적당한 때 기다리는 중”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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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첫 남미 출신 교황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15일(현지시간)부터 일주일간 칠레와 페루를 방문한다. 2013년 교황에 선출된 후 네 번째 남미 순방이다. 그러나 이번에도 모국 아르헨티나는 방문하지 않는다. 아르헨티나의 가톨릭 신자들이 섭섭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13일 보도했다.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태어난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황으로 선출된 후 5년이 다 되도록 모국을 찾지 않았다. 2013년 브라질, 2015년 볼리비아·파라과이·에콰도르, 지난해 콜롬비아 등 남미 국가 대부분을 방문했지만 아르헨티나는 늘 방문국 명단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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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전임 교황들에 비춰봐도 이례적이다. 요한 바오로 2세는 교황으로 선출된 지 1년이 채 지나지 않았던 1979년 모국 폴란드를 찾았다. 베네딕토 16세 역시 2005년 모국 독일을 첫 해외 순방지로 삼았다.

아르헨티나의 가톨릭 신자들은 프란치스코 교황을 보기 위해 21시간 동안 버스를 타고 안데스산맥을 넘어 칠레로 향하고 있다. 아르헨티나 현지 교회 측은 “교황이 고향을 찾지 않는 데 대해 사람들이 불만을 품고 있다”고 전했다. 부에노스아이레스 주민 헤랄디네 산체스(19)도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교황이 우리가 아닌 다른 모든 사람들을 위해서만 시간을 내고 있다는 데서 좌절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마우리시오 마크리 아르헨티나 대통령과의 만남을 피하기 위해 방문하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2009년 당시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시장이었던 마크리 대통령이 동성결혼 합법화 판결에 대한 교황의 상고 요청을 거부하고, 교황이 마크리 대통령의 부인이 관계된 회사의 노동착취를 비판하면서 관계가 틀어졌다.

전임 대통령들과의 관계도 좋지 않았다. 교황은 부에노스아이레스 대주교로 재임하던 당시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와 네스토르 키르츠네르 대통령 부부에 대해 빈곤 문제 및 부패와 관련된 비판을 우회적으로 했다.

그러나 현지 교회는 이 같은 추측들을 부인했다. 현지 매체 클라린에 따르면 교회 측은 “분열된 아르헨티나의 정치 상황 속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문이 정략적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크다”며 “교황은 모국에 혼란을 초래하고 싶지 않아 적당한 때를 기다리는 것일 뿐”이라고 했다.

외신들은 교황이 칠레와 페루에서도 환대만 받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칠레에서는 교황의 후안 바로스 주교 임명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교황은 2015년 성직자 성추문 은폐 혐의가 제기된 후안 바로스를 칠레 오르소노 교구의 주교로 임명해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페루에서는 페드로 파블로 쿠친스키 대통령의 ‘알베르토 후지모리 사면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는 요구에 직면할 것이라고 외신들은 전망했다.

<박용필 기자 phi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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