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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개혁파’ 대통령 당선 다음 날 ‘히잡 의문사’ 비판한 변호사 투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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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비판 발언으로 기소

동아일보

이란 정부의 ‘히잡 시위’ 탄압 관련 비판 발언으로 7일(현지 시간) 유죄 판결 후 투옥된 변호사이자 인권운동가인 모흐센 보르하니. 사진 출처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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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정부의 ‘히잡 시위’ 강경 진압을 공개 규탄하는 등 정부 비판 발언을 해오던 변호사가 7일(현지 시간) 투옥됐다. 히잡 착용 단속 완화를 공약으로 내건 개혁파인 마수드 페제슈키안 대통령의 당선 확정 하루 만에 반(反)정부 인사가 투옥되면서 개혁 동력이 상실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란 관영 사법 전문 매체인 미잔통신은 인권운동가 겸 변호사이자 이란 테헤란 대학의 형법 교수로 재직했던 모르센 보르하니(사진)가 “법원의 유죄 판결 후 명령 집행으로 감옥에 갇혔다”고 보도했다. 보르하니는 이번 이란 대통령 보궐선거 기간 중 페제슈키안 당선인을 지지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에 기반한 매체 이란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이란 당국은 보르하니의 정부 비판 및 ‘히잡 시위’ 지지 발언 관련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그는 자신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기관, 사람 중에는 이란 혁명수비대(IRGC) 정보국과 헌법수호위원회 위원, 경찰 관계자 등이 있다고 X(옛 트위터)를 통해 밝히며 “(소송이) 몇 대 1인가요?”라고 정부를 비꼬기도 했다. 정부의 소송 제기 한 달 만인 지난해 9월 그는 시위에 지지를 표하던 테헤란대 교수들과 함께 해고되기도 했다.

보르하니는 2022년 22세였던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포됐다가 의문사한 일로 전국적인 반정부 시위가 들끓었을 때 당국을 비판해 유명세를 얻었다. 그는 X(옛 트위터)에 “히잡 미착용을 이유로 공공장소에 여성이 들어가는 것을 막는 것은 완전히 불법적 행위”라는 등 정부의 히잡 단속을 지속적으로 비판해왔다.

여성 히잡 미착용 단속 등을 맡은 종교경찰의 활동 축소를 공약하며 여성 유권자의 표심을 얻은 페제슈키안이 당선된 지 하루 만에 보르하니가 체포되자 국내외서도 비판이 일고 있다. 한 이란 국민은 “이란 정권은 이슬람 공화국 개혁이 가능하다는 망상을 갖고 있는 이들에게 ‘그렇지 않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X에 올렸다.

체포 전 보르하니는 전날 대선 결선 개표 관련해서도 “나는 히잡 문제와 관련해선 아흐마드 바하디 내무장관에 비판적이지만, 오늘은 국민들의 표를 지켜준 그에게 감사하다. 그는 믿을 만한 사람”이라고 X에 글을 올렸다. 이란 내 히잡 시위에 강경 대응을 주도한 바히디 내무장관이 개혁파 페제슈키안 대통령이 선출된 대선 과정을 관리한 상황을 비꼰 것으로 풀이된다.

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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