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06 (일)

“블랙리스트 공정 판결” 촉구…예술가들 서명운동 확산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2심 판결 앞두고 목청 고조

경향신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3일로 예정된 블랙리스트 2심 판결을 앞두고 ‘공정한 판결’을 촉구하는 현장 예술가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연극인들의 자발적 토론공동체인 ‘대학로X포럼’에는 지난 13일 ‘블랙리스트 국가범죄 2심 판결에 앞서 현장 예술가들은 재판부에 대한 심각한 우려와 함께, 보다 현명한 판결을 촉구한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고, 이틀 만인 15일 현재 200명이 넘는 인원이 서명했다. 연극계에서 촉발된 서명운동은 다른 장르로 점점 확산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연극인들을 비롯한 현장 예술가들이 특히 우려하는 것은 블랙리스트 사태를 바라보는 재판부의 관점이다. 재판부는 지난해 7월에 있었던 1심 판결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보수주의를 표방하고 당선되었기에 보수주의를 지지하는 국민들을 그 지지 기반으로 하고 있는데, 문화예술계 지원 사업과 관련하여 ‘좌파에 대한 지원 축소와 우파에 대한 지원 확대’를 표방한 것 자체가 헌법이나 법령에 위반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현장 예술가들 사이에서는 “재판부 스스로 진영논리를 인정한 것이며, 정권의 입맛에 따라 블랙리스트를 적용할 수 있다는 관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명운동을 처음 제안한 김재엽 연극연출가는 ‘대통령을 비롯한 국가공무원들은 국민 전체를 대표한다’는 헌법 제7조 1항을 거론하면서 “이를 무시한 반헌법적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1심에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에게 징역 7년을 구형했으나 재판부는 3년을 선고했다. 유신시절 훈장을 받은 것과 국가유공자 지정을 받은 것을 양형사유로 참작한 판결이었다. 또 특검팀은 조윤선 전 정무수석에 대해 징역 6년을 구형했으나 재판부는 블랙리스트 관련 혐의를 무죄로 판단하고 국회 위증죄만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에 대해 김재엽 연출가는 “블랙리스트가 국가적 중대 범죄라는 것을 재판부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그렇기에 이런 무책임한 판결을 내놓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서명에 참여한 현장 예술가들은 “헌법을 준수하는 공정한 판결에 대한 촉구가 갑자기, 즉흥적으로 제안된 것은 아니다”라고 입을 모았다. 김소연 연극평론가는 “1심에서 황당한 판결이 나온 이후, 여러 장르의 현장 예술가들이 수차례 토론회를 가졌고 성명서도 발표했다”면서 “이번 서명운동은 개인적 결단이나 아이디어의 차원이 아니다. 그동안 블랙리스트 사태에 맞서 싸웠던 수많은 현장 예술가들의 의지를 모은 것”이라고 밝혔다. 그런 집단적 의지를 모아 김재엽 연출가가 서명을 제안했다는 뜻이다.

또한 김 평론가는 “(지난해 12월에 있었던) 2심 재판 과정에서도 피의자들의 태도는 전혀 달라진 게 없다. 자신의 혐의를 완강하게 부인하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면서 “블랙리스트의 최대 피해자인 예술가들은 재판 과정에서도 철저히 배제돼 있다. 그저 방청객의 자리만 주어질 뿐”이라고 말했다.

서명을 발의하고 이틀이 지나면서 관심과 참여가 점점 확산되는 분위기다. ‘적폐청산과 문화민주주의를 위한 대책위원회’의 이동연 대표는 “대학로X포럼에서 시작된 서명운동을 적극 지지한다”면서 “위원회에서도 동참할 방법을 즉시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무용인 희망연대 오롯’의 김윤진 운영위원도 “‘오롯’의 사이트에도 관련 사실을 공지해서 무용인들의 참여를 독려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애초에 대학로X포럼에 게재된 글에서 ‘연극인’이라는 표현은 15일 오후 2시 ‘예술가’로 수정된 상태다. 송형종 서울연극협회 회장은 “블랙리스트 사태를 명확하게 처리하지 않으면 제2, 제3의 또 다른 검열 범죄를 유발할 수 있다”면서 “재판부의 공정하고 엄밀한 판결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연극협회도 23일의 판결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면서 “이번에도 이해할 수 없는 판결이 나온다면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문학수 선임기자 sachimo@kyunghyang.com>

▶ 경향신문 SNS [트위터] [페이스북]
[인기 무료만화 보기]
[카카오 친구맺기]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