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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연합시론]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 대승적 자세로 차분히 풀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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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에 필요한 세부 사항을 논의할 남북 차관급 실무회담 날짜가 17일로 잡혔다. 지난 9일 고위급 회담서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에 합의한 이후 여드레 만에 실무회담을 하게 된 것이다. 우리 측은 당초 15일에 실무회담을 열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북측의 희망에 따라 북한 예술단 파견 문제를 논의하는 실무접촉을 이날 먼저 가졌다. 실무회담 날짜는 북측의 수정 제안을 우리가 수용해 결정된 것이다. 이번 실무회담에선 북측 방문단의 방남 경로, 체류비 부담, 개회식 공동입장, 단일팀 구성 등이 주요 의제로 다뤄질 듯하다.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를 위해 남북이 반드시 조율해야 할 민감한 의제들이 거의 모두 테이블 위에 올라오는 셈이다. 이번 실무회담에 초미의 관심이 쏠려 있는 것은 그래서 당연하다.

최종 결론은 오는 20일(현지시간) 스위스 로잔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주재로 열리는 '평창회의'에서 내려진다.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 남북 양측의 국가 올림픽위, 정부 고위 관계자, IOC 위원 등 4자가 참석하는 회의다. 남북은 실무회담에서 세부 방안을 도출해 이 회의에 올려야 한다. 하나같이 중요한 사안이지만 당장 이목이 쏠려 있는 것은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 문제다.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이 고위급 회담에서 북측에 처음 제안했고, 북한과 IOC도 긍정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IOC가 와일드카드를 줄 수 있는 북한 선수로는 피겨 스케이팅 페어의 렴대옥·김주식과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 6∼8명 정도라고 한다. 평창에 올 북한 선수가 최대 10명, 코치 등이 포함된 선수단은 최대 20명 규모라는 관측도 있다. 장웅 북한 IOC 위원은 지난 13일 이 문제를 "IOC가 고려 중"이라고 했다. 토마스 바흐 위원장 등 IOC 관계자들과 협의를 하고 귀국하는 길이었다. 유력한 그림은 정규 엔트리 23명을 남한 선수로 채우고 북한 선수 몫을 증원하는 것이다. IOC와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이 각 회원국을 설득하고 있으나 전망은 불투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무엇보다 '공정한 경쟁'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보는 올림픽 정신에 위배된다는 지적이 있다고 한다.

도종환 문체부 장관도 15일 국회에서 이 문제를 언급했다. 도 장관은 "보통 5대5로 단일팀을 구성하지만, 우리 선수 23명은 유지하고 플러스알파를 논의하는 것"이라면서 "아이스하키의 특성상 우리 선수들이 출전 못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 장관은 "감독권을 우리가 가져오는 조건으로 협상할 것"이라면서 "우리 감독이 북한 선수를 받아 어떻게 교체하면서 운영할지를 고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과의 실무협상에서 이 부분이 까다로운 문제가 될 거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 선수와 실력 차이도 있는 것으로 알려진 북한 선수들을 얼마만큼 경기에서 뛰게 할지는 사실 간단하지 않다. 우리 선수들의 팀워크와 사기도 생각해야 할 것이다. 남북은 물론이고 IOC 등 협의 당사자들이 단일팀 구성의 상징적 의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평창올림픽은 이제 만25일 남았다. 로잔 회의 전에 남북 실무회담을 할 날은 며칠 안 된다. 그런데 벌써 논란의 조짐이 보인다. 남북 선수단의 공동입장이 합의되면 개막식 때 한반도기를 들 것이라는 도 장관의 국회 발언을 놓고도 말들이 많다. 큰 틀에서 대승적으로 문제를 풀어가는 자세가 절실히 요구된다.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는 그 자체로 한반도 평화 증진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 북한과 미국의 대치로 한껏 고조됐던 위기 국면이 다소나마 풀리고, 남북과 북미 사이에 대화 분위기가 싹튼 것만 해도 사실 고무적이다. 아직 확정되지도 않은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이나 한반도기 입장 등을 잡고 대결적 자세로 갈등을 조장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실무회담 전에 '북 예술단 파견' 접촉을 먼저 가진 것을 놓고 북한의 체제선전에 놀아난다고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북한 예술단 공연을 본다고 당장 북한체제에 호감을 느끼는 것도 아니다. 그런 식의 이념공세는 우리 국민의 집단지성을 모욕하는 것일 수 있다. 북한도 평창올림픽의 '평화적 개최'에 협력하기로 한 고위급 회담의 합의를 존중했으면 한다. 북한 매체들이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기자회견과 남한 언론의 보도 내용을 거칠게 비난한 것은 받아들이기 불편하다. 남북이 모처럼 맞은 대화와 협력의 기회다. 북측도 진정성을 갖고 가능한 한 자극적 언행을 자제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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