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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금융당국 vs 하나금융…루비콘강 건너나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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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회추위 멈춰라" 권고에도 하나금융 일정 강행

靑 "과거와 다르게 한다" 해석분분…22일 후보선정 미룰수도

뉴스1

서울 중구 을지로 KEB하나은행 본점 건물(옛 외환은행 본점)건물©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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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정연주 기자 = 하나금융지주 차기 회장 선임을 두고 터진 금융당국과 하나금융 간의 갈등이 자존심 싸움으로 번질 기세다. 당국 압박에 부담을 느낀 하나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가 최종 선임 일정을 보류할 가능성도 점쳐지는 가운데,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관치하지 않고 과거와는 다르게 하겠다는 게 청와대의 방침"이라는 묘한 뉘앙스의 발언을 했다.

하나금융지주 회추위는 15일 오전부터 시내 모처에서 차기 회장 후보 16인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하고 있다. 회추위 관계자는 "일정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과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은 오후 중 인터뷰를 마쳤다.

회추위는 선임 일정을 늦추라는 당국의 요구에도 일단 예정된 절차를 밟고 있다. 이날부터 이틀간 후보자에 대한 인터뷰를 마치고 16일 쇼트리스트(Short List)를 발표할 예정이었는데, 지난 12일 금감원이 일정 연기를 요청했다. 최고경영자(CEO) 리스크 관련 검사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런데도 하나금융이 예정된 절차를 밟자 금감원은 이날 회추위 일정을 조정해달라는 취지의 공문을 하나금융에 보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날 오전 "금융인 중 '간섭받아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생각을 빨리 고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 위원장의 발언은 최근 당국의 행보를 관치금융이라고 해석하는 일각의 시선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당국의 간섭은 정당하며, 이를 용납하지 못하는 금융인들의 '우월의식'부터 고치라는 강도 높은 질책이었다. 업계는 최근 갈등이 불거진 하나금융을 겨냥했다고 보고 있다.

논란이 커지면서도 청와대의 발언도 나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민간 금융회사 인사는 개입하지 않겠다"면서도 "하나금융지주 회장 인선 건은 (청와대) 인사추천위원회에 올라오지 않는 사안이고, 관치하지 않고 과거와는 다르게 하겠다는 게 청와대 방침"이라고 말했다.

하나금융은 이미 다수의 후보와 약속한 일정이었던 만큼 소화가 불가피했다고 밝혔으나, 당국이 수위를 높여 전방위로 압박해온다면 향후 일정을 보류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금융계 관계자들은 해석한다. 회추위는 22일 단독 후보를 선정할 계획이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일정 변경 가능성이 크진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일정을 조정하자는 여론으로 기울 수 있어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는 이번 충돌이 김정태 회장의 3연임 여부에 변수가 될지 주목하고 있다. 만약 김 회장이 연임하더라도 각종 의혹에 당국이 조사를 벌이고 있어 넘어야 할 고비가 많은 상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민간 기업이 당국에 맞서기에 부담이 크겠으나 그렇다고 물러설 수도 없는 싸움이 돼 버렸다"며 "하나금융이 버티면서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당국 입장에서도 앙금이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jy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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