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08 (화)

[시론] 아동수당, 모두의 아이를 위한 복지로 / 조경애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겨레]
한겨레

조경애
건강세상네트워크 고문


아동수당이 논란이다. 지난해 12월 국회 예산안 처리과정에서 여야 3당이 아동수당 대상을 90%로 줄이기로 합의하자, 보편적 복지를 주장해온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은 일제히 문제제기를 했다. 새해 들어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상위 10%를 제외하는 내용에 대해 아쉬움을 표하며 전체 아동에게 수당을 지급하는 방향을 제안했다. 국회에서 아동수당을 입법하는 절차를 앞두고 다시 한 번 공론화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

그런데 보건복지부 장관 발언을 두고 여야 3당 모두가 국회 합의를 무시하는 일이라며 논의 자체를 막고 나서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자유한국당은 논평을 내고 행정부의 월권행위라며 아동수당에 대한 정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국회 합의를 정부가 임의로 바꾸는 것은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아동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 기본적 인권 보장을 얼마나, 어디까지 해줄 수 있는지를 고민하고 결정해야 할 정당들이 예산안의 여야 합의를 내세우며 정치적 논란만 일으키는 것은 국민이 보기에 볼썽사납다. 야당과의 합의를 존중해야 하는 입장이 있다는 것은 이해할 수 있으나, 더불어민주당도 아동수당 제도의 원칙과 실효성을 두고 다시 공론을 모으기 위해 나서는 책임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아직도 우리는 아이들에게 참으로 부끄러운 나라에 살고 있다. 저출산이니 고령사회니 대책을 세우고 있지만 아직까지 귀하게 태어난 아이를 건강하고 행복하게 키우는 데 국가의 지원은 미미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에서 ‘가족 관련 공공지출’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적으로 2.43%인 데 반해 우리나라는 1.32%에 불과하다. 서구 복지국가들은 지디피의 3%를 넘고 있다. 오이시디는 “부모의 경제상황과 상관없이 정부가 최소한의 아동수당 지급을 보장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올해부터 아동수당을 도입하는 것은 다행이고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여야가 합의한 아동수당은 참으로 시행하기 어려운 제도가 될 것이다. 신청주의에 의해 소득 상위 10%를 배제하고 소득 하위 90%를 골라내야 하는 문제 때문이다. 먼저, 아이를 출산한 부모들은 소득과 재산 관련 서류를 증빙하여 신청하는 데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한다. 어렵게 서류를 제출했는데 90% 기준에 근접하여 탈락한 많은 부모가 제기하게 될 민원과 시비는 불 보듯 뻔히 예상된다. 복지 하려다 조세 저항만 키우게 될까 우려된다.

게다가 신청주의에 따른 심사 행정에는 인력과 비용이 따르게 마련이다. 연간 수백억원의 비용과 공무원 500명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야말로 ‘배보다 배꼽이 크다’는 말이 나올 수 있다. 그러한 행정비용과 노력이면 10%까지 포함하여 전체 아동에게 주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은가. 아동수당 논란에 대한 국민 여론은 압도적으로 보편적 제도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아동수당은 사회수당의 원칙으로나, 실효성으로나 출생 아동 누구에게나 지급하는 보편적 수당 제도가 되는 것이 좋다.

국민 입장에서는 국회 예산심의 과정과 여야 3당의 합의와 결정을 존중한다. 다만 아동수당 법률 제정 과정에서 다시 심사숙고하여, 국민 모두가 납세자로서 의무를 다하는 만큼 아동 모두가 권리로 체감하는 복지제도로 아동수당이 정착하기를 희망한다.

▶ 한겨레 절친이 되어 주세요! [신문구독]
[사람과 동물을 잇다 : 애니멀피플] [카카오톡]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