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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9 (수)

"굶주리는데 배우는 것은 불가능"…美 결식대학생 문제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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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없어 끼니 거르는 학생이 절반인 대학도…건강과 학업에 지장 초래

연구자 "결식과 성적·졸업률 사이 강한 상관관계"

(서울=연합뉴스) 윤동영 기자 = 결식아동 문제와 달리 "대부분의 사람이 생각하지 못했던" 결식 대학생 문제가 미국에서 새로운 사회·교육적 문제로 등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체중 조절이나 시험공부 때문에 식사를 거르는 게 아니라 돈이 없어서 일상적으로 끼니를 때우지 못하거나 빈약한 식사로 건강과 학업 모두를 해치는 학생이 뉴욕의 경우 2년제 초급대학(community college) 학생의 30%, 4년제 대학생의 22%에 이를 정도라고 템플 대학의 사라 골드릭-랍 교수가 1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 기고문에서 밝혔다.

결식 대학생 문제는 " 버클리 캘리포니아대학이나 노스웨스턴대 같은 유명 대학들도 예외가 아니다"고 골드릭-랍 교수는 지적했다.

그는 "이 문제를 연구하다 보면 '나도 대학 다니면서 부업을 하고 라면으로 끼니를 때웠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데 공부하면서 좀 고생해도 괜찮다'는 말을 자주 듣는데 오늘날 문제는 그것과 차원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대학 교육비는 역대 최고 수준으로 오르는데 가구 소득과 재산은 쪼그라드는" 현실에서 "대학생들의 굶주림과 주거문제는 학업 능력 자체를 훼손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식은 대학생들의 성적이나 졸업률과 강한 상관관계를 보인다고 골드릭-랍 교수는 말했다.

"대학 졸업장이 고용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중산층 생활을 누릴 수 있는 기회를 높여"주는 실정에서 이는 심각한 문제라는 것이다.

실제로, 조지타운대의 교육·노동력센터가 지난 2016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이 2008년 경제 대침체 이후 경기가 회복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일자리 1천150만 개 가운데 95% 이상이 초급대학 이상의 학력을 가진 사람들에게 돌아갔다. 고교 졸업자 몫의 일자리는 8만 개밖에 늘지 않았다.

보고서는 "일자리가 돌아왔으나, 같은 일자리가 아니다. 대침체기를 거치면서 저숙련 블루칼라와 사무직 일자리는 사라지고 고숙련 관리직 및 전문직 일자리만 새로 생겼다"고 설명했다.

"제때 졸업해야 한다거나, 학자금을 갚아야 한다거나, 좋은 학점을 받아야 하는 것 이상으로 정말 나를 지치게 하는 것은 너무 배가 고프다는 것이다. 그게 정말 스트레스다."

지난 2016년 5월 캘리포니아대 동창회가 운영하는 온라인 매체가 '버클리 캘리포니아대에서 굶주림'이라는 제목으로 전한 결식 대학생 실태에 관한 글에서 사례로 든 2학년 학생의 고백이다.

2014년 조사에서 캘리포니아대 9개 캠퍼스 전체 학부생의 26%가 돈을 아끼기 위해 "최소한 가끔" 끼니를 거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첫 조사 때인 2010년의 22%에 비해 높아진 것이다.

이런 조사 결과에 더해 만성 피로와 주의력 산만 등을 호소하는 학생들에 대한 조사 결과 끼니를 자주 거른 탓으로 밝혀지자 이 대학 당국은 대학생들의 결식과 영양 결핍 문제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동창회 매체에 따르면 6개 주의 공립대학들에 대한 조사에선 학교에 따라 학부생의 21~59%가 결식이나 영양 결핍 문제를 안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 가구 전체 평균 14%보다 월등히 높다.

지난해 11월 전통의 흑인대학으로 유명한 애틀랜타의 스펠만대(여자대학)와 모어하우스대(남자대학) 학생 25명이 단식 농성을 한 것은 "대부분의 사람 생각 이상으로 심각한" 대학생 결식 문제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이 대학 기숙사 학생들이 사용하지 않은 식권을 배고픈 동료 학생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할 것을 대학 당국에 요구하기 위해서였다.

당시 여성 전문매체 버슬닷컴 보도에 따르면, 교내 기숙생들은 구내식당을 이용하든 않든 1년에 3천 달러(320만 원)어치 식권을 사야 하는데, 학교가 구내식당 업자와 맺은 계약상 매일 미사용 식권에 해당하는 음식을 버리게 돼 있는 것을 식사할 돈이 없는 학생들이 먹음으로써 학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골드릭-랍 교수는 "많은 학생이 학업에 집중할 수 없을 정도로 빈곤을 탈출하지 못해 학업을 마치지 못한다는 것은 비극"이라며 "굶주리는데 배우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스펠만과 모어하우스대는 매년 1만4천 끼니를 필요한 학생들에게 무료 제공키로 했고, 다른 일부 대학도 식권을 나눠주거나 식료품 장학금을 주기도 한다고 골드릭-랍 교수는 설명했다.

y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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