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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9 (수)

일본은행의 고민…주식 매입 언제 끝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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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새 주가 2배로 뛰자 매입 축소 주장 제기

(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일본은행(BOJ)이 주식 매수 프로그램을 언제 끝낼지 여부가 관심사로 대두하고 있다고 월 스트리트 저널이 14일 보도했다.

닛케이 지수는 현재 26년 만에 최고점까지 올라와 있는 상태여서 BOJ의 특별한 지원이 필요하지 않은 모습이다. 닛케이 지수는 지난 5년간 2배가 넘게 올랐으며 1년 전과 비교하면 24%의 상승률을 나타내고 있다.

BOJ가 금융완화를 위해 취한 정책적 수단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이나 유럽중앙은행(ECB)보다 과감한 것이었다. BOJ가 보유한 국채는 유통되는 국채의 40%를 넘어 연준이나 ECB를 능가하는 수준이다.

BOJ는 연준이나 ECB에는 허용되지 않은 주식 매수 프로그램도 운영, 거의 모든 주식이 편입된 상장지수펀드(ETF)를 매년 6조 엔(약 57조5천760억 원)씩 사들였다.

주식 매수 프로그램이 시행된 첫해인 2010년의 매수 규모는 지금보다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5년 전 구로다 하루히코 총재가 취임하면서 규모가 크게 늘어났다.

주식 시장의 여건이 크게 호전됨에 따라 정상적인 정책으로 되돌아가는 것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미 연준은 금리 인상과 함께 보유 국채를 줄이고 있고 ECB도 채권 매수의 규모 축소를 검토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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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연합뉴스 자료사진] 일본은행



BOJ는 오는 22일과 23일 이틀 동안 금융정책 결정회의를 개최할 예정인 가운데 시장 참가자들은 BOJ가 종전에 비해 주식 매수의 강도를 낮추기에 더 편해진 입장이라고 지적한다. 일본 경제가 7개 분기 연속 성장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BOJ는 그러나 주식 시장에서 때 이른 철수가 금융시장에 2%의 물가상승률 달성이라는 목표를 포기했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전달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일본의 근원 물가는 지난해 11월 전년 동기 대비 0.9%의 상승률을 보였다. 구로다 총재가 취임했던 5년 전 물가가 하락세를 보였던 것을 감안하면 흐름이 크게 바뀐 셈이지만 여전히 BOJ의 목표치를 밑도는 수준이다.

금융완화의 축소는 엔화 가치의 상승을 초래해 일본의 수출 경쟁력을 해칠 수 있는 위험도 안고 있다. 일본 엔화가 최근 며칠간 오른 것은 BOJ가 주식 시장에서 철수할지 모른다는 추측 때문이었다.

내주에 열릴 금융정책 회의에서는 매수 프로그램이나 다른 주요 정책들에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일단은 지배적이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향후의 조치에 대한 모종의 힌트가 나올지를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일부 투자자들은 BOJ의 주식 매수 프로그램이 시장을 왜곡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펀드 매니저들처럼 주식을 엄선하기보다는 아무 주식이나 매수함으로써 부실기업의 경영자들에게 숨통을 틔워주었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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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다 하루히코 BOJ 총재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한 내국인 투자자는 주가 상승에 기업들의 자체적 노력은 없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대기업들의 회계 비리가 적발된 사례를 상기시키면서 BOJ의 주식 매수 프로그램은 기업들의 거버넌스(지배구조)를 해쳤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구로다 총재는 BOJ가 보유한 주식은 전체의 3%에 불과하다고 강조하면서 주식 매수 프로그램이 시장을 왜곡했다는 주장을 부인해왔다. 다른 투자자들이 개별 기업들을 상대로 거버넌스를 개선토록 충분히 압력을 가할 수 있다는 뉘앙스였다.

BOJ가 보유한 상장지수펀드(ETF)는 지난해 12월 31일 현재 17조 엔(163조800억 원)에 이른다. 이는 닛케이 지수가 상승한 데 따른 투자 차익은 포함되지 않은 수치다.

이들 주식의 미실현 차익은 지난해 9월 30일 현재 4조3천억 엔이었다. 그 후로도 닛케이 지수가 오른 만큼 실제 미실현 차익은 더욱 불어났다고 봐도 틀림이 없다.

BOJ 이사회 멤버로 늘 구로다 총재의 반대편에 섰던 노무라 연구소의 기우치 다카히데는 지금이야말로 BOJ가 방향을 틀 적기라고 말한다. 그는 "분위기가 좋을 때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을 시작하지 않는다면 기회를 영영 잃어버리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BOJ가 긴축에 나설 조짐을 보인다면 엔화는 오르겠지만 "글로벌 경제가 견조한 이상 시장이 어느 정도 엔화의 강세에 대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주식 매수 프로그램의 축소는 BOJ가 앞으로 취할 정책 정상화 노력의 첫걸음일지도 모른다. 일부 투자자들은 BOJ가 올해 하반기에 기준 금리와 10년 만기 국채의 목표 금리를 각각 상향 조정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js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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