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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9 (수)

금융당국 vs 하나금융…루비콘강 건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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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회추위 멈춰라" 권고에도 하나금융 일정 강행

일부에선 22일 최종 후보 회추위는 미룰 가능성 예상

뉴스1

서울 중구 을지로 KEB하나은행 본점 건물(옛 외환은행 본점)건물©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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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정연주 기자 = 하나금융지주 차기 회장 선임을 두고 터진 금융당국과 하나금융 간의 갈등이 자존심 싸움으로 번질 기세다. 하나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선임 일정을 늦추라는 금융당국의 요구를 거부하고 예정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하나금융지주 회추위는 15일 오전 시내 모처에서 차기 회장 후보 16인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회추위 관계자는 "일정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하나금융은 앞서 이날부터 이틀간 후보자에 대한 인터뷰를 마치고 16일 쇼트리스트(Short List)를 발표할 예정이었는데, 지난 12일 금융감독원이 선출 일정 연기를 요청했다. 최고경영자(CEO) 리스크 관련 검사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런데도 하나금융은 우선 예정된 절차를 밟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날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최 위원장은 오전 중 금융혁신 추진방향 브리핑에서 "금융인 중 '간섭받아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생각을 빨리 고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 위원장의 발언은 최근 당국의 행보를 관치금융이라고 해석하는 일각의 시선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당국의 간섭은 정당하며, 이를 용납하지 못하는 금융인들의 '우월의식'부터 고치라는 강도 높은 질책이었다. 업계는 최근 갈등이 불거진 하나금융을 겨냥했다고 보고 있다.

이날 국회에서는 '하나금융지주 사례로 본 금융지주회사의 지배구조 이대로 좋은가'라는 토론회도 열렸다. 금융노조와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조가 주관을 하고,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국회의원들이 주최를 하는 형식으로 이뤄졌다. 그러나 이날 추미애 대표는 토론회에 참석하지 않았고, 제윤경 의원만 참석했다.

하나금융은 이미 다수의 후보와 약속한 일정이었던 만큼 소화가 불가피했다고 밝혔으나, 갈등 봉합은 좀처럼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회추위원들 사이에서 일정을 조정하자는 여론으로 기울 수 있어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현재까지는 일정 변경 가능성이 크진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만약 조정한다면 최종 후보를 결정짓는 회추위(22일)를 미룰 가능성도 있다.

업계는 이번 당국과의 충돌이 김정태 회장의 3연임 여부에 어떤 변수가 될지 주목하고 있다. 만약 김 회장이 연임에 성공하더라도 아이카이스트 특혜대출 등 각종 의혹에 당국이 조사를 벌이고 있어 넘어야 할 고비가 많은 상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민간 기업이 당국에 맞서기에 부담이 크겠으나 그렇다고 물러설 수도 없는 싸움이 돼 버렸다"며 "하나금융이 버티면서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당국 입장에서도 앙금이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jy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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