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10 (목)

[CES 2018] 갈수록 위세 줄어든 삼성·LG...CES2018이 남긴 것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구글과 전통의 전자기업들, ‘협업하는 법’을 터득하다
스마트시티 지향점으로 접점 넓히는 IT·車 기업들
구글·아마존 도약에 작아진 삼성·LG, 미래 고민 깊어져
‘로봇’은 인공지능과 인공바보 사이…“아직 시기상조”

기대가 컸던 탓일까. 세계 최대의 정보기술(IT) 전시회인 'CES 2018'에 세상을 놀래킬만한 기술은 별로 없었다. 인공지능(AI)은 아직 인간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고, 로봇은 스마트폰을 더 큰 폼팩터로 확장한 수준에 지나지 않았다. 행사의 주제였던 '스마트시티(Smart City)'는 이미 수년 전부터 반복된 이론을 답습하는 수준에 그쳤다.

조선일보

CES 2018 행사가 열리고 있는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 전경./ CTA 제공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CES는 중요한 시사점 몇가지를 남겼다. 최근 수년간 이렇다할 구심점 없이 중구난방 뻗어나가던 전자·IT·자동차 업계의 중요한 기술 트렌드가 큰 틀에서 하나의 목표점을 지향하기 시작했다는 것, 함께 일하고 싶어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헤매던 글로벌 기업들이 '함께 일하는 법'을 터득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특히 구글, 아마존 등 거대 기업 플랫폼이 전방위적으로 확대하는 양상을 보이며 전통적인 전자기업인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위세가 꺾이기 시작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 생태계 펼치는 구글·아마존, 위세 줄어든 삼성·LG

조선일보

CES 2018 행사장 내 구글 부스./ 황민규 기자


##삼성전자##, ##LG전자##는 여전히 CES의 '빅네임'이지만 최근 수년 동안에 비해 올해 CES에서는 위세가 크게 줄어든 모습이다. 올해 CES의 주인공은 이견의 여지 없이 구글이었다. LG전자, 창홍, TCL, 하이얼, 하이센스 등의 부스에도 구글 어시스턴트의 로고가 관람객을 맞았고, 라스베이거스 전역을 '헤이 구글(Hey Google)'이라는 광고판이 도배했다.

이에 대항해 삼성전자는 '빅스비(Bixby)' 플랫폼을 통해 자사 기기는 물론 연결 기능이 있는 다른 업체의 기기까지 아우르는 스마트홈 전략을 내놨다. 또 하만과 함께 자동차용 스마트 전장 시스템 '디지털 콕핏'과 자율주행 플랫폼 '드라이브라인'을 공개하면서 빅스비의 영역을 자동차로 확장했다.

하지만 큰 그림만 있고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 삼성전자의 플랫폼 사업은 단 한 번도 쉬웠던 적이 없었다. 원대한 포부를 내세우며 시작했던 '바다(Bada)'와 '타이젠(Tizen)'의 실패를 답습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LG전자는 자체 개발한 '딥씽큐'라는 AI 플랫폼에 구글 어시스턴트나 아마존 알렉사를 결합하는 형태를 취했다. 개방적 협력을 내세워 외부 파트너와 유기적인 협업을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구글, 아마존 등 거대 플랫폼 기업의 생태계에 종속되는 하드웨어 업체 중 하나가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은 여전하다.

◆ AI가 수놓은 CES…SW와 HW의 융합 가속화

CES의 터줏대감격인 삼성전자, LG전자, 소니, 필립스 등 전자 기업들은 올해 CES에서 깊은 고민에 빠진듯한 모습이다. TV, 세탁기, 냉장고 등 대형 가전 제품들의 제품 성능 향상에 뚜렷한 한계점이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하이얼, 하이센스, TCL, 메이디 등 중국계 가전 기업들의 도전은 매년 거세졌다. 삼성전자, LG전자가 최근 2년간 프리미엄 가전 부문에서 매출 비중을 늘리기 위해 집중 투자를 감행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중저가형 가전 부문에서는 이미 중국계 기업들과의 경쟁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판단이다.

고민이 깊어진 전자기업들에게 인공지능(AI)은 새로운 도전의 기회와 가치를 제시했다. 아마존의 인공지능 비서 ‘알렉사’를 시작으로 구글 어시스턴트가 적용 영역을 TV, 냉장고, 세탁기 등으로 넓히고 있다.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하드웨어 연구개발(R&D)을 통한 차별화 대신 AI를 활용한 마케팅 포인트를 발견한 것이다.

조선일보

LG전자 미국법인 데이빗 반더월(David Vanderwall) 마케팅총괄이 서빙로봇, 포터로봇, 쇼핑카트로봇 등 신규 컨셉 로봇 3종을 소개하고 있다./ LG전자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삼성, LG전자의 경우 중국계 기업에 비해 구글, 아마존 등 대형 IT기업과 더 밀접한 협력을 맺을 수 있는 기반이 형성돼 있다. 특히 구글, 아마존의 최대 우방격으로 부상한 LG전자는 이미 수년 전부터 소프트웨어(SW) 분야에 집중 투자를 집행한 결과 구글, 아마존의 플랫폼을 사용하면서도 동시에 자사의 소프트웨어 역량을 융합할 수 있는 기반을 갖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인공지능 기반의 스마트홈은 AI가 데이터 축적을 통해 사용자의 패턴을 분석하고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며 "LG전자는 가전 분야에서 쌓인 노하우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LG의 독자 플랫폼과 구글, 아마존의 서비스를 결합해 더 정확하고 사용자 친화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허울뿐이었던 스마트시티, 가능성은 보였다

CES의 주최측인 CTA(전미소비자기술협회)가 이번 행사 주제를 '스마트시티'로 설정한 것은 그동안 '따로놀기' 식으로 참여했던 자동차업체들을 좀 더 큰 테두리 안에 묶기 위한 의도가 짙다. CES는 현재 '모터쇼'를 방불케 할 정도로 많은 자동차 기업이 참여하고 있지만 정작 CES 중심부를 장악하고 있는 전통의 가전 기업들과의 접점이 그리 많지 않았다.

올해 CES에서는 완성차 업체들의 IT 기업 변신이 더욱 구체화했다. 도요타는 자동차 제조사가 아닌 서비스 플랫폼 회사로 변신하겠다는 뜻을 명확히 했다. 소프트웨어, 플랫폼, 콘텐츠 기업과의 접점을 넓혔다. 전기 자율주행차 'e-팔레트'로 카 쉐어링, 병원 셔틀버스, 음식 배달 등 고객의 요구에 따라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포드의 경우 '도시의 이동성 공급업체'로 변화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짐 해킷 포드 CEO는 CES 기조연설에서 도시·차량 운영자 및 다른 사람들이 공유 플랫폼을 사용할 수 있는 교통 모빌리티 클라우드 기술을 소개하며 "자율주행차와 관련 기술은 도시의 혼잡과 오염을 줄이고 지금의 교통체계를 완전히 바꿔놓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포드가 추구하는 교통 모빌리티 클라우드는 차량을 관리하고 여러 유형의 교통·운전 패턴을 연결하는 미래 수단"이라고 말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은 자동차 기업이 정보·통신(ICT) 기업보다 "더 ICT 기업스러워 져야한다"고 강조했다. 정 부회장은 CES 개막을 앞둔 7일(현지시각) 최근 자동차 트렌드가 급변하고 있다고 진단하며 "친환경차로 이동하면서 일하는 방식도 달라질 것"이라며 "누가 먼저 하느냐가 살아남느냐 죽느냐의 갈림길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 인공지능과 인공바보(Artificial Dumb) 사이

한편 이번 CES에서는 일상의 다양한 행위들을 보조할 스마트 기술 제품군들도 다소 소개됐다. 일상 공간에서 가사 업무를 돕거나 삶의 동반자 역할을 하게 될 로봇 제품, 스마트홈 시설물 등 달라질 미래 일상을 조망할 수 있는 제품들이 다수 등장했다.

조선일보

CES 2018 행사장 내 로봇관 전경./ CTA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 로봇들이 정말 우리 삶에 도움을 줄만한 수준에 도달했는지는 아직 ‘물음표’다. 이번 행사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았던 강아지 모습의 AI 로봇 '아이보(Aibo)'는 새로운 종류의 기술이라기보다는 1990년대 나왔던 제품을 보완해 내놓은 '추억의 제품'에 가깝다. 혁신과는 거리가 멀고, 실제 아이보에 적용된 AI 기술도 구글, 아마존 등의 AI 비서에 비해 한 단계 낮은 수준이다.

로봇관의 약 55%를 장악한 중국계 기업들이 내놓은 로봇 중 체스로봇, 공항 및 쇼핑몰 안내 로봇 등 호평을 받은 제품도 있었지만 이른바 ‘인공바보(Artificial Dumb)’에 가까운 제품들도 많았다. 일부 제품은 로봇 모양의 장난감 위에 스마트폰을 꽂아놓은 형태에 불과한 제품도 있었고, 옷을 개는 로봇으로 큰 주목을 끌었던 일본 세븐드리머스(Seven Dreamers)의 '론드로이드'는 티셔츠 하나를 접는 데 10분~15분이 걸릴 정도로 완성도가 낮았다.

로봇관에서 만난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로봇이 미래 ICT 산업의 중요한 테마 중 하나이긴 하지만 인공지능(AI)과 다른 모바일 기기의 혁신에 비해 움직임, 자유도 등 아직 제약이 많다"며 "로봇의 '영혼'이 될 AI와 사람과의 커뮤니케이션 수준을 고도화하는 데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황민규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