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11 (금)

하이트진로 ‘통행세 거래’로 총수일가에 100억 일감 몰아줬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겨레] 3세 박태영 본부장 회사에 10년간

‘공캔 1개당 2원’ 지급 등 부당지원

공정위, 본부장 고발·107억 과징금

효성도 곧 제재…대림·하림 조사 중

하이트 “의혹 이미 해소…행정소송 계획”



한겨레

그래픽_김승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재계 55위인 하이트진로(회장 박문덕)의 총수일가 일감몰아주기 행위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107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재벌 3세인 박태영(40) 경영전략본부장을 포함한 경영진을 검찰에 고발하는 등 고강도 제재조처를 내렸다. 공정시장 확립을 강조하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재벌 일감몰아주기 제재는 처음이다.

공정위(위원장 김상조)는 15일 하이트진로가 2008년 4월부터 2017년 9월까지 10년 가까이 총수일가 소유회사인 서영이앤티에 대해 100억원 규모의 부당지원을 한 것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107억3천만원을 부과했다고 발표했다. 공정위는 일감몰아주기를 주도한 박태영 본부장, 김인규 대표, 김창규 상무 등 3명과 하이트진로를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 박 본부장은 박문덕 그룹회장의 장남이다.

조사결과 하이트진로는 경영권 승계구도를 구축하기 위해 박 본부장이 2008년 생맥주기기 제조업체인 서영이앤티를 인수한 직후 각종 ‘통행세 거래’와 우회지원으로 부당이익을 물아줬다. 통행세 거래는 실제 역할은 없는데도 거래 중간에 끼워 넣어 부당이득을 제공하는 행위를 뜻한다.

한겨레

*그래픽을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하이트진로는 삼광글라스로부터 직접 구매하던 맥주 공캔을 2008년부터 서영이앤티를 거쳐 구매하면서 2012년까지 공캔 1개당 2원의 통행세를 지급했다. 서영이앤티는 이를 통해 매출이 2007년 142억원에서 855억원(2008~2012년 평균)으로 6배 급증하고, 당기순이익의 50%에 달하는 56억2천만원의 부당이익을 얻었다. 하이트진로는 2013년부터 공캔 통행세 거래를 중단하는 대신 삼광글라스를 교사해서 삼광글라스가 직접 구매하던 알루미늄 코일(공캔 원재료)을 서영이앤티를 거쳐 구입하도록 바꿔서 통행세를 지급하도록 요구했다. 공캔 거래가 일감몰아주기로 적발될 위험성이 높다고 보고 비계열사인 삼광글라스와의 거래를 활용하는 변칙적 수법을 동원한 것이다. 서영이앤티는 이를 통해 13개월 동안 590억원의 매출을 확보하고, 영업이익의 20%에 달하는 8억5천만원의 부당이익을 얻었다. 이어 2014년 9월부터 2017년 4월까지 삼광글라스가 직접 구매하던 글라스락캡(유리밀폐용기 뚜껑)을 서영이앤티를 거쳐 구매하도록 하고, 역시 통행세를 지급하도록 요구했다. 서영이앤티는 이를 통해 323억원의 매출을 확보하고, 당기순이익의 1310%에 달하는 이익(18.6억원)을 얻었다.

하이트진로는 또 서영이앤티가 2014년 2월 자회사인 서해인사이트 주식을 비싸게 팔 수 있도록 인수자인 키미데이터와 이면약정을 맺고, 서해인사이트에 생맥주기기 유지보수 위탁비를 올려주는 방식으로 우회지원을 했다. 이를 통해 서해인사이트 주식매각 금액을 정상가격(14억원)의 두배 수준인 25억원으로 올렸다.

박태영 본부장은 2008년 서영이앤티 주식 73%를 인수한 뒤 하이트진로의 과장급 2명을 파견한 뒤 급여 일부를 대신 지급하고, 서해인사이트 주식 고가매각에 직접 간여했다. 파견 직원들은 하이트진로와의 각종 내부거래를 기획하고 실행하는 역할을 했다.

하이트진로는 2017년 4월 공정위 조사과정에서 대표이사 결재와 박 본부장의 관여 사실을 숨기기 위해 고의로 용역대금 인상계획 결재란과 핵심내용을 삭제한 허위자료 제출했다. 공정위는 하이트진로와 해당 직원에 각각 1억원과 1천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한겨레

*그래픽을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공정위의 신봉삼 기업집단국장은 “10년에 걸친 하이트진로의 부당지원행위로 인해 사업경험이 전혀 없던 서영이앤티가 일시에 유력한 사업자 지위를 확보하고, 중소기업시장에도 침투하는 등 공정거래 질서가 심각하게 훼손됐다”면서 “이를 통해 재벌3세로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토대를 마련했다”고 분석했다. 서영이앤티는 맥주 공캔 시장의 47%, 글라스락캡 시장의 59%, 알루미늄 코일 시장의 14.5%를 차지하고 있다. 서영이앤티가 신규 진출한 글라스락캡, 가공식품 수입·도매, 백화점 유통벤더는 모두 중소기업 분야다. 서영이앤티는 일감몰아주기와 병행해 박문덕 회장의 지분 증여, 기업구조개편 등을 거쳐 그룹 지주회사인 하이트진로홀딩스의 지분 27.7%를 보유하며 그룹 지배구조 상 최상위 회사가 됐다.

하이트진로는 “지적된 내용은 이미 의혹이 해소된 사항”이라며 “과거의 거래에 대한 소명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안타깝다”고 밝혔다. 하이트진로는 “특히 서해인사이트 주식매각 관련 부분은 다수의 회계법인을 통해 적정한 거래임을 증명했는 데도 공정위와 입장 차이가 있는 만큼 향후 행정소송 등을 통해 의혹을 해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5년 총수일가 일감몰아주기 규제 시행 이후 재벌그룹 제재는 현대, 씨제이, 한진에 이어 네번째로, 과징금 부과 규모는 하이트진로가 최대다. 공정위는 앞으로도 재벌의 부당지원 및 총수일가 일감몰아주기 행위를 철저히 감시하고 법위반 행위는 엄정하게 조처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효성의 일감몰아주기(부당지원)에 대한 조사를 마치고 곧 위원회를 열어 제재 수위를 결정할 계획이고, 대림과 하림은 조사 중이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 Weconomy 홈페이지 바로가기: http://www.hani.co.kr/arti/economy
◎ Weconomy 페이스북 바로가기: https://www.facebook.com/econohani

▶ 한겨레 절친이 되어 주세요! [신문구독]
[사람과 동물을 잇다 : 애니멀피플] [카카오톡]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