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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1 (금)

[김세형 칼럼] 문재인 대통령 두번째 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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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신년기자회견에서 질문을 하기 위해 손을 든 기자들에게 질문자를 지정해 주고 있다. /사진=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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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형 칼럼] 2018년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회견은 외견상 여러 가지 기록을 세웠다. 청와대 기자실이 사전 질문을 주지 않고 대통령이 답변하고 기자를 직접 지명한 형식은 처음이었다. 과거엔 홍보수석이 기자를 알음알음해서 유력지 중심으로 시켰는데 미국 대통령처럼 직접 지명한 것은 회견 문화를 한 차원 높인 셈이다.

집권 2기를 맞아 개각을 할 것인가의 물음에 "한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는 의외의 질문"이라고 단답형으로 끊은 것은 과거 미국의 클린턴, 오바마 대통령이 보여준 스타일이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여성 기자, 특히 외국인 여성 기자에게 기회를 많이 준 반면 국내 주류 언론엔 발언권을 거의 주지 못한 것은 생각해볼 문제다. 미국 백악관의 경우 앞 좌석은 주요 방송국 지정 좌석이고, 첫 질문은 반드시 AP통신에 맨 먼저 질문권을 준다.

청와대는 앞으로 주류 언론에 기회를 보장하도록 연구하는 게 옳다고 본다. 왜냐하면 대통령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은 국민을 대신해서 행사되는 것이며 주류 언론이란 역사와 전통을 지닌, 독자의 폭과 깊이가 가장 깊은 언론이므로 국민 여론 반영도 역시 그만큼 높다고 봐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기사에 대해 악성 댓글부대 때문에 기자들이 괴로운데 문 대통령이 지지 세력에 당부할 말씀이 없느냐는 질문에 어떻게 답변하는가 생중계를 보는 국민은 주목했을 것이다. 언론의 자유과 민주주의 정신 수호에 관한 본질을 물었기 때문이다. 한국은 세계 10위권 국가 가운데 유독 '문빠'의 존재가 유별나고 그것이 국민 갈등을 부채질하는 측면은 분명히 있다. 문 대통령은 "가장 악플에 많이 시달려본 장본인은 나라고 생각한다. 기자 여러분은 그렇게 예민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는가?"라고 답변했다. 협박에 가까운 문빠들의 공세를 견디라는 뜻이다. 국민통합 차원에서 "나와 반대되는 의견을 포용하는 게 민주주의 요체이므로 나를 지지하는 분들도 그런 나의 뜻을 헤아려달라"는 답변을 기대한 사람들은 큰 실망을 느꼈으리라.

대통령은 기자들이 묻는 사항만 답한다. 따라서 이제 기자들이 국정에 크리티컬한 내용을 잘 커버했는지, 중요한 내용을 빠뜨리지 않았는지를 봐야 할 차례다.

지금 이 시각 국민이 궁금해할 사안은 무엇일까. 그리고 국정 비전에 중요한 이정표는 무엇일까? 그런 사안들에 관한 것이다. 최근 가장 문제는 UAE와 관련한 밀약에 관한 궁금증, 남북회담과 이후 전망, 개헌에 대한 소신, 한일 위안부 문제 정리 등이었고 UAE 문제는 기자들이 빠뜨릴 뻔했다가 되돌아와 물은 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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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기자회견서 문재인 대통령이 질문할 기자를 지명하고 있다. /사진=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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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으로서 당신에게 질문권이 주어진다면 무엇을 묻겠는가. 대통령의 생각 중 무엇이 궁금한가.

한중 정상회담 이후 사드 보복 해제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평창에 중국 고위층은 누가 오는지 나는 알고 싶다.

숨 가쁘게 진행된 미국 중국 그리고 일본과의 외교에서 한국이 제대로 역할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리뷰 역시 대통령의 입으로 듣고 싶은 포인트다. 베테랑 전문가들은 문재인정부가 미국엔 불신당하고 중국에 무시당하고 일본과는 멀어지고 있는 것 아닌지 걱정한다.

그리고 경제 분야에서 최저임금을 16.4% 올리고 나니 지금 약자들이 해고로 밀려나는데 7530원에서 꼭 1만원까지 계속 갈 것인지 대통령의 결심을 물었어야 한다.

최저임금 보전을 위해 정부가 약 3조원을 예산으로 보충해주는 방식은 전 세계에서 처음인데 내년, 그 후 임기 말까지도 그럴 것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일자리 창출을 그토록 강조함에도 청년실업이 왜 사상 최고치로 높은지, 현재의 경제정책 방식인 소득주도 성장론이 잘못된 것이 아닌지, 방향을 수정할 의향에 대해서도 물었어야 한다.

미국 중국이 주도하는 4차 산업혁명에서 한국은 어젠다도 불분명하고 무엇보다 중국이 한국을 4차 산업혁명에선 추월한다는데 이에 대한 정부의 구상도 궁금하다. 결국 대통령과 기업인 간의 대화 부족이 청년실업, 기업투자, 그리고 혁신성장과 직결되는데 향후 의지를 국민에게 설명할 기회를 줬어야 한다.

경제전망에 대한 답변을 장하성 정책실장이 대신 하게 한 시도는 청와대 회견 후 처음 있는 역사가 됐다. 그런데 경제정책은 경제부총리가 총괄하는 것이므로 그 자리에서 김동연 부총리가 맡게 했어야 옳지 않았을까. 그런데 김 부총리가 참석조차 하지 않은 모양새는 처음부터 잘못된 것이다.

문 대통령이 기업인의 기(氣)를 붇돋워주는 발언을 한 것은 기억나지 않는다. 그대신 재벌의 일감몰아주기 불관용의 방침을 강조했다. 스튜어드십코드를 위시해 기업인은 옥죄는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현재 한국 사회에서 가장 논쟁거리인 부동산 시장 불안, 가상화폐 투자 문제는 짚지 않고 넘어간 기자들의 질문은 상식을 다 채우지 못한 일이다. 청와대 기자단은 국민들의 궁금증 해소를 위해 몇 번쯤은 연습이라도 해야 할 것이다.

집권 2년 차에도 적폐청산 소리는 여전하나 최저임금, 부동산, 가상화폐 투기 등 3대 현안은 솜씨 좋게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 원인은 무엇이며 어떤 대안이 필요할까. 현 경제팀의 능력은 갈수록 의심스러워 보이며 개각이 필요하면 하는 게 옳을 터이다.

소득 3만달러를 넘은 한국은 4만달러, 5만달러의 비전을 세워 진짜 선진국으로 가는 토대를 놓아야 할 중요한 변곡점에 놓여 있다. 즉 미래가 중요한 시점인 것이다.

그런데 대통령의 신년사, 그리고 기자들과 질의응답 내용에 미래의 이정표를 찾기 어려웠다. 촛불찬가와 적폐청산의 다른 말인 과거에의 시시비비가 회견장을 채웠다. 2년 차 청와대 기자회견은 쇼윈도적으로는 개선됐을지 모르나 실질 면에서는 여전히 높은 점수를 줄 수 없다. 한국이 한 단계 더 도약할 비전에 대해서는 차후라도 김동연 경제팀이 반드시 보완해야 한다. 문 대통령의 재임기간은 공교롭게도 시진핑, 아베와 비슷하게 2021~2022년 사이다. 한·중·일의 향후 명운은 3국 리더가 국가발전 계획을 세워 대망의 2020년을 어떻게 맞이하는가에 달렸을 것이다. 문 대통령의 평가는 올해 어떤 초석을 놓느냐가 결정적으로 좌우할 것이다.

[김세형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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