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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암호화폐 입법 엇박자…정부 "규제" vs 국회 "양성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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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금융위 "투기거래 억제…폐쇄까지도 고려"

정치권 "거래소 인가제 도입·금융상품으로 성격 규정"

뉴스1

15일 오전 서울 중구의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에 설치된 시세 전광판에 비트코인을 비롯한 각종 암호화폐 가격이 표시돼 있다. 2018.1.15/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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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태헌 기자 = 암호화폐(가상화폐)를 두고 정부와 국회가 준비 중인 법안이 엇박자를 내고 있다. 정부는 암호화폐 거래를 '투기'로 보고 거래소 폐쇄까지 고려 중이지만 국회는 '거래소 인가제' '금융권 편입' 등 양성화에 초점을 두고 있다.

정기준 국무조정실 경제조정실장은 15일 암호화폐 거래소 폐쇄에 대해 "향후 범정부 차원에서 충분한 협의를 거쳐 결정하겠다"며 "거래 실명제를 차질없이 추진하는 한편, 시세조작과 자금세탁 등 불법행위는 검찰·경찰·금융당국이 합동조사를 벌여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날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암호화폐 규제는 과도한 투기성 거래를 진정시키는 데 맞춰져 있다"며 "욕을 먹더라도 할 일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준비 중인 암호화폐 규제 법안은 '거래소 폐쇄 특별법(법무부)'과 '유사수신행위 등 규제법(금융위원회)' 두 가지다. 현재 국무총리실 산하 국무조정실에서 암호화폐 관계부처 차관급 회의를 주관하고 있는데, 여기에서 정부 입법 방향을 둘 중 하나로 잡게 된다.

법무부 법안에는 거래소 사업 자체를 전면 금지하는 강도 높은 규제가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암호화폐 거래 중개 행위를 불법으로 취급하고, 중개 수수료 등 수익도 몰수하는 방안이다. 법무부는 1분기 내로 세부내용을 확정하고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금융위는 유사수신규제법 개정안으로 암호화폐를 통제하는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암호화폐 거래 행위를 불법으로 보는 건 법무부와 같지만, 유사수신행위로 보기 때문에 '유사수신행위법'으로 규제한다. 원칙적으로 거래소 운영은 불법이지만 Δ고객자산 별도 예치 Δ방문판매 금지 Δ위험성 설명의무 Δ자금세탁방지 원칙 준수 등 소비자 보호를 위한 조건을 지키는 거래소에 한정해 영업을 허용하는 게 골자다.

부처 간 입장차는 암호화폐를 규정하는 용어에서도 드러난다. 법무부는 암호화폐를 통화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가상증표'라는 단어를 썼다. 금융위는 암호화폐를 "화폐로 볼 수 없다"며 '가상통화'로 통칭한다. 반면 블록체인 업계에서는 기술적 측면을 강조해 '암호화폐'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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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구 금융위원장이 15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금융혁신 추진방향에 관해 발표하고 있다. 2018.1.15/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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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는 양성화…거래소 인가·금융상품으로 포섭

국회는 암호화폐를 양성화하자는 쪽이다. 이미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8월 암호화폐를 '교환 매개수단이자 전자적 방법으로 저장된 증표'로 정의하는 내용의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가상통화 취급업자를 Δ가상통화매매업자 Δ가상통화거래업자 Δ가상통화중개업자 Δ가상통화발행업자 Δ가상통화관리업자 등 5가지로 세분화하고 금융당국 인가를 받도록 하는 '거래소 인가제'가 주된 내용이다. 시세조종 행위를 금지하고 불법행위를 규제하는 등 투자자 보호장치 마련도 포함됐다.

한 단계 더 나아가 암호화폐를 금융상품으로 보고 이와 관련한 선물·파생상품까지 나올 수 있도록 규정하는 법안도 발의를 앞두고 있다.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은 자본시장법을 개정해 암호화폐를 금융상품으로 받아들이는 작업을 준비 중이다. 의원실 관계자는 "암호화폐 성격을 정해주면 증권사들이 선물·옵션 등 관련 상품을 만들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민 의원은 암호화폐의 성격, 발행조건 등을 규정하는 법안도 별도로 발의할 계획이다. 한국형 암호화폐가 나올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자는 취지다.

정부와 국회가 각각 준비하고 있는 관련 법안은 향후 국회에서 논의를 거쳐 하나의 법안으로 수렴하게 된다. 최소 수개월이 걸리는 일이다. 책임은 투자자 몫이 된다. 지난해 중순부터 암호화폐 투자를 한다는 30대 남성 A씨는 "'규제 사각'이 길어질수록 피해를 보는 건 투자자들"이라며 "빨리 규제 방향이 정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solidarite4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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