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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1 (금)

[단독] 국세청, 무기계약직 2명 계약해지 통보···‘비정규직의 무기계약직화’ 한계 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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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추진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논의가 진행 중이던 지난해 12월 국세청이 근무평정에 문제가 없던 무기계약직 직원(운전직) 2명에게 계약만료 통보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세청 무기계약직 관리규정을 보면 퇴사 사유로 ‘5년내 2차례 근무평정 최하등급인 불량’, ‘담당 사업소멸’ 외에도 기관이 자의적으로 설정할 수 있는 정원조정·예산조정도 포함돼 있는 사실도 확인됐다. 국세청 측은 “다른 정규직 직원을 뽑아야 했기 때문에 정원조정차 계약종료 통보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향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대상에 포함돼 무기계약직이 됐던 국세청 직원 273명의 고용 안정 또한 보장받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책이 사실상 ‘비정규직의 무기계약직화’라는 점에서 한계가 뚜렷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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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국세청 등에 따르면 무기계약직 직원인 ㄱ씨, ㄴ씨는 지난해 12월 중순 계약만료 통보를 받았다. ㄱ씨는 계약만료 통지서를 서면으로 받았고, 서류에 사인했다. 국세청은 계약만료 통지서를 다시 회수했다. ㄴ씨는 구두로 계약만료 통보를 받았으나 일단 올해까지는 근무 기간을 연장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ㄱ씨와 ㄴ씨 모두 ‘정원조정’ 명목으로 계약만료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 무기계약 및 기간제 근로자 관리규정’을 보면 무기계약직 직원은 근무성적 성과평가결과 최근 5년 이내 2회 이상 최하위 등급을 받거나 상사 지시를 2회 이상 불이행한 사실이 드러나면 해고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ㄱ씨와 ㄴ씨처럼 근무평정이 나쁘지 않더라도 기관에 따라 자의적으로 선택 가능한 업무량 변화·예산 감축·직제와 정원 개정 혹은 폐지 등 ‘고용조정이 불가피한 사유’라는 명목으로 해고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15일 경향신문과 통화에서 “기능직인 운전직은 원래 정규직으로 뽑아야 하는데 채용 당시 행정안전부에서 정규직 자리를 내주지 않아 일단 무기계약직으로 계약했던 것”이라며 “이제 정규직 자리가 생기면서 불가피하게 기존 무기계약직 직원에게 계약만료 통보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규정이 무기계약직 해고에 악용될 여지가 있는 것은 맞지만 이번 계약만료는 규정을 악용한 것이 결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정부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추진하면서 줄곧 기간의 정함이 없는 무기계약직은 정규직과 다름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앞서 가장 많은 인원을 무기계약직화한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2월28일 산하기관 비정규직 직원 3063명의 무기계약직 전환을 설명하는 브리핑에서 “무기계약직은 곧 정규직”이라고 수차례 강조했다.

하지만 국토부 산하기관들의 무기계약직 운영지침에도 국세청과 유사하게 자의적으로 해고가 가능한 조항들이 있었다.

비정규직 1261명을 무기계약직화 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업무협력직원(무기계약직) 운영지침’에 직권면직 사유로 ‘현저한 근무성적 불량만이 아니라 기구개편 또는 정원의 감축으로 담당 직무가 없어진 자로서 타 업무 종사가 곤란하다고 인정될 때’가 있다. 비정규직 직원 233명을 정규직화한 한국수자원공사도 ‘실무직 및 특수직(무기계약직) 관리규정’에 직권면직 사유로 사업의 폐지, 담당 직무 폐지, 직제 변경과 함께 ‘공사 명예훼손’까지 담겨 있다. 한국국토정보공사(LX)는 무기계약직 직원들에게 적용할 별도 규정을 아직 만들지 않았다. LX 관계자는 “직무 규정을 따로 만들겠지만 정직원과 똑같은 수준의 면직 사유를 적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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