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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공유경제 활성화 한다더니 통계도 못내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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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조사 결과는 내부용으로만 공유...지표 개발 완료 시점 집권 후반기로 미뤄

정부가 혁신성장의 핵심 과제로 공유경제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공유경제와 관련한 국내 현황을 파악할 수 있는 통계자료조차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통계청은 작년말까지 공유경제 관련 지표를 개발하겠다고 공언했지만 눈에 띄는 성과가 나오지 않자 지표 개발 시기를 현 정부 집권 후반기로 늦췄다. 혁신성장 구상을 수립하는 기획재정부 등 경제부처들은 공유경제 현황에 대한 기초자료도 확보하지 못한 채 정책을 만들어야 할 판이다.

15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7월 황수경 청장 취임 이후 통계청은 제2차 국가통계 발전 기본계획(2018~2022년)을 통해 2020년까지 새로운 경제 상황에 맞는 공유경제 통계를 개발하기로 했다. 유경준 전 통계청장은 작년말 공유경제 관련 통계지표를 개발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작년 3월부터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정권 교체 후 통계개발 완료 목표 시기가 3년 뒤로 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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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 관계자는 “작년 국내 공유경제 규모를 파악하고 관련 통계치를 만들기 위해 시도했다”며 “공유경제는 하나의 경제 분야가 아닌 다양한 분야에 녹아들어 있어 공유경제와 관련된 분야를 특정해 규정하기 어렵다는 문제점이 있어 대외 공표용 자료를 만들지 못했다”고 말했다.

◆ “작년 공유경제 실태조사 진행했지만 결과는 내부용으로만 공유”

공유경제는 자원을 소유의 개념으로 보지 않고, 서로 대여해 차용해 쓰는 경제활동이다. 통계청은 공유경제를 인터넷과 스마트폰 등 정보통신기술(ICT)을 통해 유휴자원을 공유하는 금전적 경제활동이라고 정의한다. 인터넷 등에 기반을 둔 경제활동으로 개념을 좁힌 것은 관련 통계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통계청은 이를 위해 작년 6월부터 국내 공유경제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국내총생산(GDP) 등 기존 국내 경제 지표들이 공유경제의 경제효과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통계청은 GDP에서 공유경제가 차지하는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측정해보고 이에 맞게 정책을 세우도록 통계 지표를 제공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었다. 유 전 청장은 “공유경제 시장규모 산출과 국민소득통계의 공유경제 측정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게 방향성이다”며 “공유경제 확산에 따른 경제구조변화에 선제 대응하자는 취지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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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통계청은 최근 공유경제 시장 규모만 대략 집계한 뒤 내부 보고를 통해서만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계청에서 집계한 조사 결과가 외부에 공표할만한 수준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내부용으로만 사용하기로 한 것이다.

또 다른 통계청 관계자는 “공유경제 시장 규모에 대한 조사를 진행한 결과 시장 규모 외에 정책적으로 활용할만한 유의미한 통계를 내지는 못했다”면서 “기존에 조사된 공유경제 시장 규모 통계를 따로 공개할 계획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 정부 공유경제 활성화 목표 달성 늦어질 수도

통계청은 지난달 제2차 국가통계 발전 기본계획(2018~2022년)을 통해 2020년까지 새로운 경제 상황에 맞는 공유경제 통계를 개발하겠다고 발표했다. 유 전 청장이 제시했던 2017년말 지표 개발 목표가 슬그머니 2020년으로 변경됐다. 하지만 통계청은 지표 개발 시기 목표를 늦춘 것에 대해 아무런 설명도 내놓지 않았다.

이런 통계청의 움직임은 규제 완화를 통해 공유경제, 핀테크 등 신유형 서비스를 활성화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혁신성장 정책과 맞지 않는다. 특히 정부는 2018년 경제정책방향에서 공유 민박업을 하나의 서비스 형태로 신설해 숙박공유를 허용하고, 유상 카풀 서비스 운영기준 및 택시-카풀업계 간 공존방안을 올해 3월까지 짜겠다고 밝혔다. 정책 추진의 기초자료가 되는 통계 지표조차 마련되지 않아 정부가 공유경제 활성화를 추진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는 반응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온다.

국내 공유경제 업체 관계자는 “정책을 추진하는 공무원들도 공유경제 관련 자료를 공유경제 업체들에 물어볼 정도로 기초 조사가 돼있지 않다”며 “이런 상황에서 제대로 된 공유경제 정책이 나올 수 있을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세종=전성필 기자(feel@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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