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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사설] 정부의 가상화폐 규제 방향 확실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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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규제를 놓고 관련부처와 청와대가 엇박자를 내면서 혼란만 부채질하고 있다. 박상기 법무장관이 가상화폐를 돌덩어리에 비유하며 ‘거래소 폐쇄방침’을 밝혔고,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이를 거들고 나섰던 지난주 사례가 그것이다. 즉각 가상화폐 가격이 25%나 급락하는 등 시장은 요동쳤고 투자자들은 청와대 게시판에 ‘폐쇄반대 청원’을 쏟아내며 거세게 반발했다. 청와대가 7시간 만에 “확정된 사안이 아니다”라고 한 발 물러서며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후유증은 가시지 않고 있다.

현재의 가상화폐 시장은 직장인은 물론 주부, 중고교생들까지 뛰어드는 거대한 투기판이 돼버렸다. 투자자가 300만명을 넘어섰고 하루 거래대금이 코스닥 시장과 맞먹는다. 국내 거래가격이 국제 시세보다 30∼40% 비싸 ‘김치 프리미엄’이라는 비아냥이 나올 정도다. 만약 거품이 꺼지면 수많은 피해자가 생기며 사회문제로 비화할 우려가 크다. 어떤 형태로든 과열을 진정시켜야 한다는데 이견이 있을 리 없다. ‘거래소 폐쇄’는 정부의 강력한 투기단속 의지로 이해된다.

하지만 설익은 정책은 혼선만 키울 뿐이다. 법무부에서는 가상화폐 시장을 금지시켜야 할 투기·도박판으로 간주한다. 반면 일부 부처에서는 4차 산업혁명시대 핵심기술 측면에서 접근하고 있다. 이견을 조율해야 할 기획재정부와 국무조정실의 얘기는 들리지 않고 청와대가 불쑥 나선 꼴이지만 방향을 못 잡고 오락가락하기는 마찬가지다. 실명전환 방침도 그렇다. 그 과정에서 미성년자들을 걸러내는 효과는 있겠지만 한편으론 ‘거래보장’ 신호로 읽힐 여지도 있다. 이래서는 혼란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가상화폐 규제 방침에 변함이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내부 이견이 여전한 데다 투자자들의 집단 반발에 밀려 어정쩡하게 뒷걸음치는 상황에서 정책 추진에 힘이 실릴지는 의문이다. 세계 각국은 중국처럼 거래를 금지하거나 미국과 같이 거래 투명성에 초점을 맞추거나 여러 스탠스를 취하고 있다. 어느 쪽이 옳다고 할 수는 없지만 분명한 것은 정책 방향은 뚜렷하다는 점이다. 정부는 이제라도 충분한 논의를 거쳐 거래 금지든 허용이든 결단을 내리고, 그 결정에 따라 일관성 있게 밀고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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