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07 (월)

탈원전 이어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두고 갈등 재점화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탈원전 논란에 이어 원자력발전소에서 나오는 사용후핵연료 처리 기술인 ‘파이로프로세싱’을 둘러싸고 또다시 갈등이 촉발됐다. 정부가 ‘사업재검토위원회(이하 재검토위)’를 꾸려 사업 지속 여부를 검토하는 가운데 일부 시민단체들이 재검토위 운영에 반발하고 나선 상황이다.

12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시민단체들은 11일 대전시청 북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재검토위가 파행 운영되고 있다며 과기정통부와 재검토위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시민단체가 문제삼고 있는 부분은 검토과정과 일정, 검토하고 있는 자료, 회의록 등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 “재검토위 논의 과정 공개해야” vs “공정성 위해 일반 공개 않은 것”

조선비즈

작년 11월 16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과기정통부 R&D 예산 심사가 이뤄졌다./조선DB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재검토위는 현재 원자력 분야가 아닌 물리, 화학, 기계, 에너지, 환경 분야 중립 성향의 전문가 7명으로 구성됐다. 과기정통부는 재검토위가 사업 지속 여부를 숙고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사업을 찬성 또는 반대하는 전문가그룹도 구성했다. 문제의 발단은 지난 9일 반대측 전문가그룹 패널들이 공개 성명을 통해 재검토위의 비공개·졸속 운영에 항의하며 11일 예정된 반대측 의견 청취 일정 불참을 선언하면서 불거졌다.

원자력 관련 시민단체 중 한 곳인 ‘핵재처리실험저지30km연대’는 “지난 9일 반대측 패널의 요구에 과기정통부가 어떤 답변도 없이 일정을 강행하고 있다”며 “파행적인 재검토위 운영을 당장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과기정통부는 “재검토위원들의 공정하고 자유로운 활동 보장을 위해 언론 등 일반에 공개하지 않은 것”이라며 “재검토위에 제출된 자료는 재검토에 참여하는 찬반 전문가에게 공개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재검토위의 사업 지속 여부 결론은 1월 말 나올 예정이다. 과기정통부는 최종 결론이 나온 뒤 의견 청취 및 찬반토론회 관련 자료, 녹취록 등을 공개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예정대로 최종 결론이 1월 말에 나올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이창선 과기정통부 원자력연구개발과장은 “재검토위가 만약 좀 더 기간이 필요하다고 요청한다면 1월을 넘길 수도 있다”며 “최대한 예정된 1월 말까지 최종 결론이 도출되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최종 결론 나와도 ‘사용후핵연료 처리’ 근본 문제는 남아

재검토위가 운영되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는 올해 파이로프로세싱에 배정된 406억원의 예산 집행 여부가 핵심이다. 그러나 어떤 식으로 결론이 나오든 기존 사용후핵연료 1만5000톤과 앞으로 나올 2만5000톤을 처리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하는 숙제가 남는다.

조선비즈

한국원자력연구원 연구원들이 파이로프로세싱 공정 과정을 연구하고 있다./조선DB



파이로프로세싱은 원자력발전소에서 나오는 사용후핵연료를 부피를 줄이고 재활용할 수 있는 기술이다. 사용후핵연료를 전기 분해하면 나오는 세슘과 스트론튬 등 방사성 원소들을 별도로 처리하고 다시 연료로 쓸 수 있는 부분을 골라 차세대 원자로 기술인 소듐냉각고속로(SFR)에 활용한다. 한미원자력협정에 따라 한국과 미국이 공동으로 연구하고 있으며 이론상 사용후핵연료 부피를 20분의 1 수준으로 줄일 수 있는 기술이다.

2020년까지 추진하기로 한 파이로프로세싱과 SFR 연구개발 사업은 지난 1997년부터 추진돼 지금까지 총 6764억원이 투입됐다. 내년 예산은 406억원이 확정됐지만 작년 국회가 예산심의 과정에서 사업 지속 여부 및 방향을 재검토해 예산을 집행하라는 조건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현재 과기정통부가 재검토위를 구성, 운영중이다.

올해 사업 지속 여부와는 관계없이 사용후핵연료를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가 사회적으로 이슈가 될 전망이다. 이창선 과기정통부 원자력연구개발과장은 “결국 논쟁의 촉발점은 사용후핵연료 처리 방안”이라고 말했다. 특히 한국의 경우 미국처럼 땅이 넓지 않아 기존 경주 방사성폐기물처리장(방폐장) 외에 추가로 방폐장 부지를 선정하고 건설하기도 쉽지 않은 여건이다.

2015년에 발표된 제7차 전력수급계획에 명기된 원자력발전 규모로 산정해 보면 앞으로 약 4만톤에 가까운 사용후핵연료가 나온다. 새 정부의 정책대로 원전 수를 줄여나간다 해도 마지막 원전이 가동을 중단하는 2070년까지 약 2만5000톤의 사용후핵연료가 나온다. 사용후핵연료를 줄이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결국 파이로프로세싱은 국내 상황에서 필요성을 감안해 지금까지 연구개발이 이뤄졌다.

송기찬 한국원자력연구원 핵연료주기기술연구소장은 “한국은 현재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최종 처분장을 2050년까지 건설하는 게 목표”라며 “그러나 ‘어디에 어떤 방식’으로 최종 처분장을 건설하느냐와 ‘무엇을 얼마나’ 처분할 것인가는 최종 처분장 부지를 선정하기 전에 국가적으로 풀어야 할 숙제”라고 말했다.

김민수 기자(reborn@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