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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사설] 檢·警 개혁의 핵심은 정권과 절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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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14일 발표한 권력기관 개혁 방안의 핵심은 검찰 권한을 대폭 경찰로 넘긴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건 수사는 경찰이 독자적 수사권을 갖고, 고위공직자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가 수사한다. 국정원 대공 수사권도 경찰에 넘기겠다고 했다. 물론 국회에서 이대로 통과될지는 미지수다.

검찰은 수사·기소권을 독점하고 영장청구권과 형집행권까지 쥐고 있다. 세계 어느 나라 검찰도 갖지 못한 권한이다. 이 무소불위 권력을 갖는 대가로 검찰은 대통령의 충견(忠犬)이 돼 정치보복과 표적수사에 앞장서왔다. 이로 인한 우리 사회의 분란과 소모전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결국 검찰을 비롯한 권력기관 개혁의 핵심은 해당 기관들 사이의 권한 배분이 아니라 이들을 어떻게 대통령과 절연시키느냐에 달려 있는 것이다.

청와대 개혁안은 이 근본 문제는 철저히 외면하고 검찰 권한을 경찰에 넘기겠다는 것뿐이다. 경찰은 치안·질서유지 기능에다 독자적인 범죄수사권, 대공수사권까지 보유한 수퍼 권력기관이 된다. 이제 대통령의 충견이 검찰에서 경찰로 바뀌는 것뿐이다.

청와대는 일반 경찰과 수사 경찰을 분리하고 자치경찰 제도를 도입해 경찰권을 분산하고 남용을 막겠다고 했다. 경찰은 인원이 10만명을 넘는다. 수사 경찰만 2만명이 넘을 정도다. 이 조직이 폭주할 경우 권한 남용과 인권 침해는 검찰과는 비교할 수도 없을 것이다. 경찰 내부 비리도 검찰 못지않다. 1991년 경찰청 출범 이래 경찰청장 20명 가운데 8명이 비리로 유죄판결을 받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권력 기관을 정치로부터 완전히 독립시키겠다"고 했다. 그 방법은 매우 간단하다. 검찰총장이든 경찰청장이든 수사 담당 기관의 책임자 임면권에서 대통령이 손을 떼면 된다. 국회에서 여야가 합의하는 중립적 인물을 단수 추천하고 대통령이 형식적으로 임명하는 것이다. 그런 다음 해당 기관 내부 인사(人事)는 전적으로 기관 책임자에게 맡기면 된다. 권력기관 독립은 저절로 이뤄지고 정치보복이니 표적수사니 하는 것도 구시대의 유물이 될 것이다.

청와대는 이날 경찰판 '적폐청산' 대상 5건을 발표했다.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 시위 등 이미 수사와 재판이 대부분 끝난 사건들이다. 권력기관들을 독립시키겠다면서 경찰에 정치적 주문부터 했다.-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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