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26 (수)

"영세기업, 최저임금 인상에 영업이익 40% 증발"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조선비즈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추가 부담으로 영세 중소기업들의 영업이익이 40% 정도 사라질 수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국내 전체 고용의 37%를 차지하는 영세 중소기업들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영업이익 감소 압박에 추가 고용은커녕, 현재 인력을 감축해 영업이익 지키기에 나설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4일 본지가 중소기업연구원에 자문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영세 중소기업의 경영 지표 변화를 분석한 결과, 종업원 수 5~9명의 영세기업들은 현재 1사(社)당 평균 8100만원의 영업이익이 5290만원으로 35%가량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종업원 수 10~19명인 기업들은 평균 영업이익 1억8600만원에서 1억860만원(42% 축소)으로, 20~49명인 기업들도 4억3600만원에서 2억5990만원(40% 축소)으로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모의 분석은 통계청이 작년 발표한 '2015년 경제 총조사'(전수조사 방식)를 기준으로 다른 경영 환경 변수는 배제하고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변화만 경영 지표에 반영하는 방식이다.

중소기업중앙회의 관계자는 "영업이익이 30~50%씩 줄어들면 경영자로서는 긴축 경영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광역시에 있는 금형 업체 신모 대표는 "올해 인건비가 한 달에 1000만원 정도씩 늘어나는 상황"이라며 "이 정도를 버티려면 1억2000만원어치의 추가 수익을 내야 하는데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현재 25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지만 자동화를 통한 직원 감축을 검토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의 홍종학 장관은 최근 여성경제단체의 신년 인사회에서 "최저임금 인상 우려는 지나치다"며 "중소기업의 인건비 비중은 10%에 불과해 최저임금 16.4% 올려봐야 매출에서 차지하는 부담은 1.6%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소기업인들은 매출 부담보다는 영업이익에 미치는 영향이 더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실제 대기업들도 영업이익이 10~20% 떨어지면 긴축 경영에 나선다. 영업이익이 대폭 감소한다는 것은 사업 구조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경기도 시흥시의 한 중소기업 대표는 "주변 중기 대표들은 이미 자신들 회사의 영업이익이 얼마나 줄어들지 파악해 놓은 상황이며 경비 절감을 위한 여러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며 "여기에는 인원 감축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인천 남동공단의 한 제조업체 대표는 "1년 죽자고 일해 봐야 영업이익이 고작 1억원 정도라면 스트레스받아 가면서 기업을 운영할 이유가 없다"면서 "물류 창고를 지어서 임대해주거나 적당한 인수자에게 회사를 넘기는 게 낫다"고 했다.

영세 중소기업의 영업이익 감소는 국내 고용 시장의 시한폭탄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영세 중소기업(종업원 수 5~49인)들은 기업 규모는 작지만 국내에서 총 788만9000여명을 고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보다 규모가 큰 중소기업(종업원 수 50~299명)과 대기업(300인 이상)의 고용 인원을 모두 합쳐도 739만8000여명으로 이들보다 오히려 적다. 중소기업연구원의 노민선 연구위원은 "이번 모의 분석 대상인 영세기업들은 대부분 노동력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편"이라며 "수익이 늘면 고용 인원을 대거 늘리면서 외형을 키우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쉽게 무너지는 취약점이 있다"고 말했다.







성호철 기자(sunghochul@chosun.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