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D-25] [올림픽, 요건 몰랐죠?] [22] 루지 등과 다른 스켈레톤 날
머리 앞세워 타는 선수 보호위해 '칼날' 아닌 지름 1.6㎝ 원통 모양
뒷부분 두줄 홈 사이가 핸들역할… 허벅지 힘줘 누르면 방향 바뀌어
썰매 날이 얼음과 마찰을 일으키며 나는 소리다. '썰매 날이 얼음 트랙을 파고들어서 트랙이 부서지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큰 소리가 나기도 한다.
그러나 스켈레톤에선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스켈레톤 썰매 날이 팬들이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날카로운 칼날 형태가 아니기 때문이다. 스켈레톤 썰매 날은 지름 1.6㎝의 원통형 강철 튜브다. 칼날 형태의 날을 쓰는 루지(누워서 타는 썰매)나 봅슬레이(차량 형태의 썰매)와 달리 본체 밑에 파이프 두 줄이 붙어 있는 모양이다. 알고 보면 윤성빈은 '날 없는 썰매'를 타는 셈이다. 왜 스켈레톤 날만 이렇게 생겼을까.
스켈레톤 썰매 날이 이렇게 특이한 형태인 건 뭣보다 선수 안전을 위해서다. 발부터 내려오는 루지와 달리 스켈레톤은 엎드려서 얼굴부터 내려온다. 칼날을 쓰면 얼음벽을 파고들기 때문에 조종 실수가 생겼을 때 곧바로 벽에 머리를 부딪쳐 큰 부상을 당할 수 있다. 파이프 날은 조종 실수를 하더라도 썰매의 진행 방향이 확 꺾이는 일이 적다.
또 칼날보다 얼음에 닿는 접촉 면이 넓어서 속도도 느려진다. 통상 스켈레톤의 최고 속도는 시속 130㎞ 안팎으로, 칼날을 쓰는 루지(140㎞ 안팎)보다 느리다.
파이프 날로 어떻게 썰매의 방향을 조종할 수 있을까. 파이프 날의 전체 길이는 80~120㎝ 정도인데, 앞쪽 절반은 그냥 파이프이고, 뒤쪽 절반은 파이프 한가운데에 홈을 두 줄 파서 가운데 선을 하나 만들어 놓은 모양이다〈단면도〉. 이것이 '그루브'라고 불리는 썰매 조향장치다. 선수가 엎드린 상태로 허벅지에 힘을 줘 썰매를 누르면 이 그루브가 얼음에 살짝 박히면서 마찰이 생기고 그 힘으로 썰매 방향이 바뀐다.
스켈레톤은 100분의 1초까지 재는 기록경기다. 선수의 주행 특성에 맞춰서 그루브의 두께와 깊이, 썰매 날의 온도 등을 미세 조정할 수 있고, 어떻게 준비해두느냐가 승부를 가르는 요소가 된다.
[윤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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