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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환율 조작국 지정 위험… 1달러=1060원대에도 정부 적극 방어 못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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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이 지난해에 이어 새해에도 하락세입니다. 2014년 10월 이후 약 3년 만에 달러당 1060원대 초반까지 떨어졌습니다. 미국의 재정적자 확대 우려에 따른 달러화 약세와 국내 경기 회복, 대북 리스크 완화 등 다소 복합적인 원인이 있습니다.

환율이 계속 떨어지면서 수출 기업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습니다. 환율이 내려가면 우리 수출 상품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최근 전국 제조업체를 조사한 결과, '환율 변동'이 올해 기업 경영의 가장 큰 대외 불확실성 요소로 꼽혔습니다. 증권가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10원 내려갈 때, 삼성전자의 분기당 영업이익이 2000억원가량 줄어드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런 우려를 반영한 듯 지난 4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환율의 과도한 쏠림이 있다면 적극 대처하겠다"고 밝혔고, 김동연 부총리도 "기재부와 한은은 같은 의견"이라며 환율이 급변할 경우 정부가 개입할 수 있음을 예고했습니다. 하지만 당국의 이 같은 발언에도 4일 환율은 전날보다 더 떨어졌습니다.

정부가 적극적인 환율 정책을 펴기는 쉽지 않습니다. 국제 사회에 자칫 환율 조작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 재무부는 6개월마다 ①대미 무역 흑자가 200억달러 이상 ②경상수지 흑자가 국내총생산(GDP) 3% 이상 ③일방적·반복적 외환시장 개입 등 3개 기준에 모두 해당하는 나라를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합니다. 환율조작국은 미국 정부의 공공 입찰에 참여할 수 없고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환율 정책에 대한 감시를 받게 됩니다.

한국은 작년 10월 ①·②번에 해당해 환율조작국보다 한 단계 낮은 '관찰대상국'으로 지정됐습니다. 최근 2017년 대미 무역흑자가 179억7000만달러를 기록하며 ①번 요건에서는 벗어나게 됐지만 얼마 전 시작한 한·미 FTA 개정 협상이 관건입니다. 외환시장에 개입하는 국가로 의심받게 되면 협상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원화 강세로 인한 수출 타격과 환율 개입에 따른 통상 마찰 사이에서 정부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습니다.

송원근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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