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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9 (화)

제약업계 아메리칸 드림, 꿈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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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현지 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막을 내린 제약·바이오업계 세계 최대 투자 행사인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는 향후 미국 시장에서 한국 제약사의 성공 가능성을 점쳐볼 수 있는 자리였다. 10년 전까지 국내 참가 기업이 손에 꼽을 정도였지만 올해는 역대 최대인 30곳이 부스를 차리고 자사 신약을 홍보했다. 과거 한산했던 한국 기업 설명회에도 세계 제약 투자자들이 몰려들었다. 한미약품은 아직 치료제가 없는 비(非)알코올성 지방간염 치료제(HM15211)의 미국 임상을 올 1분기부터 시작한다고 발표해 큰 관심을 받았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한국 제약에 대한 현지 반응이 예상보다 좋아서 올해 안에 미국 제약사들과 2~3건의 기술 수출이 성사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2018년을 해외 진출 원년(元年)으로 삼고 세계 제약 시장의 중심인 미국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무엇보다 올해 9개의 의약품이 미국에서 판매 승인을 앞두고 있다. 2003년 LG화학 항생제 팩티브 이후 지난해까지 미국 시장에 진출한 한국 의약품이 모두 9개였는데 올해는 이를 한꺼번에 달성하게 되는 것이다. 현재 미국에서 임상 시험이 진행 중인 신약만 10개가 넘어 향후 미국에 진출할 의약품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권오현 의약품수출입협회 수출팀장은 "주로 동남아, 남미 등 상대적으로 문턱이 낮은 제3 시장을 공략했던 기업들이 최근 향상된 신약 기술력을 바탕으로 미국 진출을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2018년 한국 의약품 9개 미국 뚫는다

미국 제약 시장은 4335억달러(약 480조원·2016년 기준) 규모로 전 세계 40% 이상을 차지한다. 그동안 한국 기업들은 상위 글로벌 제약사들이 독차지한 미국 시장에서 별다른 실적을 올리지 못했다. 하지만 올해는 다국적기업 못지않은 뛰어난 신약 기술을 앞세워 이런 분위기를 단숨에 바꿀 전망이다.

조선비즈


대표적으로 GC녹십자는 올해 3분기 내 면역결핍증 치료제(IVIG-SN)에 대한 미국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 치료제는 혈액 내 병원균을 없애는 면역글로불린을 고순도로 추출해 만든 혈액제제(혈액 성분을 가공해 만든 의약품)다. GC녹십자가 미국 허가에 성공할 경우 국내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5조원 규모의 북미 혈액제제 시장에 진출하게 된다. 이 기업은 미국 진출에 대비해 이달 초 사명을 녹십자에서 GC녹십자로 바꿨고 지난해 캐나다에 공장도 세웠다. SK바이오팜은 지난달 말 FDA에 수면장애 치료제(SKL-N05) 판매 허가를 신청했다. 기면증과 수면무호흡증에서 효능을 보이는 이 치료제는 미국 시장을 대부분 장악하고 있는 재즈사(社)의 자이렘과 시장 경쟁을 벌이게 된다. 자이렘의 글로벌 매출은 1조원 정도다. 대웅제약은 주름 개선 치료제 나보타 허가로 한 해 2조원 규모의 미국 시장을 공략한다. 대웅제약은 미국 진출을 계기로 나보타의 글로벌 매출을 기업 전체 매출(8800억원·2016년)과 맞먹는 8000억원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신약 R&D 1조원 시대

전문가들은 최근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미국 진출이 활발한 배경에는 10여 년 전부터 꾸준히 진행해온 연구·개발(R&D) 투자가 있다고 보고 있다. 대웅제약, 한미약품 등 상위 제약사들은 4, 5년 전부터 연 매출의 10% 이상을 신약 R&D에 쏟아붓고 있다. JW중외제약은 미국 시애틀의 신약 연구소를 통해 현지 R&D 인력을 신약 개발에 활용하고 있다. 바이오 창업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R&D 생태계 조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2013년 9786억원이었던 국내 제약업계 R&D 비용은 2016년 1조3413억원까지 늘었다.

이재국 제약바이오협회 상무는 "올해 9개 신약은 무난하게 미국 판매 승인을 받을 것"이라며 "이들 제품은 상업적 성공 가능성도 높아서 올해는 국내 제약 산업이 한 단계 도약하는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인준 기자(pe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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