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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9 (화)

술 줄이는 한국인… 주류회사는 죽을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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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위 맥주업체 오비맥주가 1년여 만에 다시 희망퇴직을 실시하기로 하고, 현재 노동조합과 논의를 진행 중이다. 오비맥주는 지난 2016년 4월과 11월에도 140여명 규모의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오비맥주 측은 "구조조정이 아니라 인력 선순환을 위해 45세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퇴직 신청을 받으려는 것"이라고 했지만, 주류업계에선 침체에 빠진 국내 주류산업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최대 주류업체 하이트진로도 지난해 상반기 희망퇴직 신청을 받아 전체 사원의 9% 수준인 300여명이 퇴직했다. "소비 감소에 맞서 고강도 선제 대응을 하기 위해서"였다. '물장사는 안 망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탄탄한 경영 실적을 보여주던 주류업체들이 희망퇴직까지 받는 이유는 한국인이 술을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 국산 술과 수입 술을 합친 국내 술 출고량은 399만5000KL(킬로리터)로 전년보다 1.9% 줄었다. 2년 전인 2014년 대비 소주가 2.7%, 맥주가 3.7%, 막걸리가 7.2% 줄어드는 등 대부분의 주종에서 고른 감소세를 보였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최근 매출이 증가하는 술은 수입 맥주가 유일하다"며 "지난해에도 거의 모든 주종의 소비가 소폭 감소해 380만KL 이하로 줄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70~80년대 이후 대중화되며 '국민 술'로 자리 잡은 소주는 2008년 소비량 100만KL를 넘어서며 정점을 찍은 후 2016년엔 93만2000KL로 줄었다. 2010년대 초반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막걸리의 출고량도 2011년을 정점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위스키는 2008년 이후 9년 연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2016년 판매량(166만9000상자)은 2008년 대비 41% 줄었다.

술 안 마시는 사회… 저성장과 고령화가 원인

술 소비 감소의 가장 큰 이유로는 고령화가 꼽힌다. 해외 선진국의 경우 젊은 인구가 감소하며 술 소비량이 줄어들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 따르면 회원국의 1인당(15세 이상) 연간 주류 소비량은 2007년 9.8L였으나, 2010년 9.2L, 2015년엔 9L로 점점 줄었다. '초고령사회'에 접어든 일본의 경우 2015년 기준 맥주 소비량은 20년 전보다 62% 감소했다. 술 문화 자체도 크게 변화 중이다. 직장인들의 회식 빈도는 줄고, '혼술'(혼자 술을 마시는 것) 문화가 확산됐다. 소주업계 관계자는 "일과 개인생활의 균형을 추구하는 '워라밸' 바람이 불며 마시기 싫어도 억지로 상사를 따라가는 회식은 점점 줄어드는 추세"라고 했다.

조선비즈

/박상훈 기자



심지어 혼술을 하는 사람도 양을 줄인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 2016년 12월 전국 20~40대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혼술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5.8%가 '다른 사람과 어울려 마실 때와 혼자 마실 때 주량 변화가 있다'고 답했다. 이 중 81.5%가 '혼자 마실 때 덜 마신다'고 답했다. 또 응답자의 57.1%는 '혼술을 마실 때 도수가 낮은 술을 선호한다'고 했다.

"해외 신흥시장 진출로 돌파구 찾아야"

국내 주류시장의 활력이 떨어지자 국내 주류업체들은 신흥시장을 찾아 해외 진출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2015년 베트남에 법인을 설립한 하이트진로 측은 "젊은 인구가 많고 경제성장률이 높은 동남아에서 시장을 넓혀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홍콩에선 하이트맥주의 마케팅을 강화해 진출 5년 만에 매출을 7배 늘리기도 했다. 무학·보해 등도 동남아를 중심으로 해외 수출량을 늘리고 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앞서 술 소비 감소를 경험했던 일본 주류업체들은 중국 등 신흥국 주류업체의 지분을 매입하거나 인수하는 방식으로 변화에 대응했다"며 "국내 술 소비는 앞으로도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라 동남아권 시장에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고 했다.





김충령 기자(chung@chosun.com);곽은산 인턴기자(성균관대 신문방송학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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