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26 (수)

대형주·실적 호전주 중심 ‘옥석 가리기’ 꼭 필요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코스닥 과열양상 … 투자전략은 / 15년9개월 만에 870 넘어 900고지 눈앞 / 시가총액·거래대금 잇달아 최대치 경신 / 국내 증시 비중도 ‘닷컴버블’ 이후 최고 / “정부 활성화 방안 효과 기대… 기세 계속 / 바이오 업종 위주 투기장… 조정 거칠 것”

세계일보

정부의 시장 활성화 대책 발표와 바이오·제약주 상승세에 힘입어 코스닥 지수가 거의 16년 만에 870선에 올라섰다. 코스닥 열기를 가열할 정책에 대한 기대심리가 커진 가운데 코스닥 시장이 900을 넘어 1000 시대를 다시 열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코스닥 종목 가운데 옥석가리기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코스닥 랠리, 국내 증시 비중은 ‘닷컴버블’ 이후 최고

지난 5거래일(8∼12일) 동안 코스닥 지수는 5.44%나 상승하며 12일 873.05를 기록했다. 종가가 870을 넘은 것은 2002년 4월 18일(876.80) 이후 15년 9개월 만이다. 장중 한때 프로그램 매매 호가 효력이 5분간 정지되는 사이드카가 발동되기도 하는 등 과열 양상이다. 900 돌파도 목전에 둔 상황이다. 지난 11일 정부의 코스닥 시장 활성화 대책에 따라 시장 분위기가 호전되면서 각종 기록도 양산되고 있다. 지난 12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309조3368억원으로 직전일(302조2000억원)에 이어 연달아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거래대금도 12조원으로 역대 최대다. 현재와 같은 분위기라면 연일 거래대금 최대치 기록이 수립될 것으로 보인다. 하루평균 거래대금도 올해 들어 8조5000억원으로 작년의 3조7000억원을 크게 웃돌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증시에서 코스닥이 차지하는 비중은 ‘닷컴버블’ 이후 최고 수준을 보이고 있다. 닷컴 버블(dot-com bubble)은 1998∼2000년 당시 인터넷 기반의 정보기술(IT) 기업의 주가가 실적과 무관하게 폭등한 증시의 거품 현상을 말한다. 2000년 김대중정부 시절 IT 붐에 편승해 코스닥 시장은 2834.40까치 치솟은 뒤 오랜 세월 하락의 길을 걸었다.

세계일보

1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2일 현재 코스닥시장의 시가총액은 309조3368억원으로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을 합친 전체 증시(1931조538억원)의 16.0%에 달했다. 닷컴 열풍이 점차 사그라지던 2002년 4월 19일(16.22%) 이후 가장 높은 비중이다. 닷컴버블 당시 한 달 만에 주가가 수십 배 뛰어오른 종목들이 속출했고 삼성전자 시총을 웃도는 기업까지 나왔다. 하지만 거품이 꺼지며 코스닥 시총의 증시 비중은 2004년 말 6.97%까지 하락했고 지난해 11월부터 상승하기 시작해 결국 16%대에 올랐다. 코스닥 지수가 처음 발표된 1997년 1월 3일 당시 이 비중은 5.9% 수준이었다. 최근 코스닥 비중의 단기 상승은 바이오 열풍 때문이다. 코스닥 ‘대장주’ 셀트리온 등 바이오 기업 주가가 오르며 코스닥의 덩치가 커졌다. 2016년 말 10만7400원이던 셀트리온 주가는 지난 12일 현재 34만1500원으로 218.0% 올랐고 코스닥 시총 3위 신라젠은 같은 기간 1만3250원에서 9만8100원으로 640.4% 상승했다. 코스닥 시총 상위주에 포진한 다른 바이오주들도 급등했다. 개인 투자자 김모(48)씨는 “바이오, 제약 주식만 올랐지 다른 제조업 종목은 아직도 냉기가 돈다”며 “코스닥 시장 활성화 정책에 따라 앞으로 코스닥 시장 전체에 온기가 돌면 좋겠다”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업종·종목별 차별화, 바이오주 조정 거칠 듯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의 코스닥 활성화 방안은 개인 자금보다는 기관 자금을 유인하려는 의도가 강해 보인다”면서 “따라서 단기 차익실현 움직임이 나타나더라도 중장기 시장 체력의 강화로 해석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당분간 코스닥의 기세가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스닥 활성화 방안에는 KRX300 벤치마크 신설, 코스닥 스케일 업 펀드 3000억원 규모 조성, 연기금의 코스닥 차익거래 시 증권거래세(0.3%) 면제, 연기금 코스닥 투자형 위탁운용 유형 신설 권고 등이 향후시장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수급 측면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새로운 자본시장 통합지수인 KRX300은 기존 통합지수인 ‘KTOP30’(코스피 29종목, 코스닥 1종목)과 ‘KRX100’(코스피 91종목, 코스닥 9종목)이 코스닥 비중이 너무 작다는 지적에 따라 한국거래소가 새로 개발한 지수다.

세계일보

이 지수는 2월 5일 공식 발표될 예정이다. 재무, 유동성 등 요건을 따져 에너지, 헬스케어, 유틸리티 등 9개 산업군별로 선정한 구성 종목은 코스피 232개, 코스닥 68개다. 코스피와 코스닥 종목 수 비중은 각각 77%, 23%다. 새 통합지수 내 코스닥의 시가총액 비중은 6.5% 수준이다.

이 연구원은 “향후 코스닥은 실적 가시성이 높은 대형주가 상승을 주도할 전망”이라며 “국내 기관, 연기금 수급변화에 중요한 발화점이라 할 수 있는 KRX300에 코스닥 편입종목은 68개에 불과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와 함께 코스닥은 실적가시성 여부에 따라 업종·종목별 차별화가 예상된다”면서 “코스닥 시장 활성화 방안을 계기로 코스닥 시장 내에서 대형주·실적 호전주 중심의 옥석가리기는 본격화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부 시가총액 상위업체는 고평가 영역에 진입했는데, 이 때문에 기관 매수세가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업종이나 종목으로 확산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재 코스닥시장은 바이오 업종을 중심으로 한 투기적 장세”라며 “바이오주는 조정을 거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동주 기자 ranger@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 Segye.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